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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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계급 문제다

뜨거운 지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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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7 04시02분 최세진(neoscrum@cmedia.or.kr)

지구온난화는 전세계 노동계급의 문제다

작년 이맘때쯤 캐나다 공공노조의 한 활동가와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던 중에 그 활동가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지금 전세계의 노동계급이 연대해서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 뭐라고 생각하니?”
“음...? 당연히 신자유주의겠지.”
“아냐. 그것보다 더 시급한 게 있어.”
“응? 뭔데?”
“바로 지구온난화야. 신자유주의는 민중들을 서서히 죽이겠지만, 지구온난화는 몇 년 내에 전 지구의 민중들을 완전히 몰살할 거야. 자본주의 때문에 시작됐고,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진행된 지구온난화는 이제 전세계 민중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가 됐어. 이건 명확히 계급적인 문제야. 전세계 노동계급은 자본가들의 지구온난화에 맞서 연대해야 돼”
당시 나는 그 이야기에 그냥 끄덕끄덕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생각보다 꽤 많다.

전세계 많은 자본가들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우파 정치인들은 지구가 비정상적으로 따끈따끈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지구온난화는 경제를 망치려는 좌파들의 모략이다”,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설령 지구온난화가 존재한다고 해도 오히려 경제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이익이 된다”는 등의 턱없는 주장을 겁도 없이 늘어놓고 있다.

교토의정서를 둘러싼 좌우 논쟁

지구온난화가 사기라고 우기는 측에서는 자원을 총동원해서 그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석유 자본들은 이 싸움에 아예 목숨을 걸었다.

작년 2월 영국의 유력한 신문인 가디언은 “세계 최대의 석유 자본인 ‘엑손 모빌’이 지구온난화를 은폐하기 위해 과학자들을 매수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엑손 모빌이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지구온난화에 대해 반대하는 연구를 할 경우에는 1인당 1만 달러(약 1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던 일이 폭로된 것이다.

이들은 각국의 정부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석유 자본의 막강한 지원을 받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지구온난화를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좌파적인 과학자들의 사기”라며 교토의정서에 비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부시 정권은 미국의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연구해서 보고할 때마다 “‘지구온난화’나 ‘기후 변화’ 같은 단어들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거나 “지구온난화론을 비판하는 연구를 하라”는 압력을 행사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어서 작년에 미 국회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이들의 이 황당한 짓거리를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까지 미국과 함께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던 호주 정부는, 작년 말 총선에서 노동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입장을 바꿨다. 호주의 노동당 정권은 출범 이후 첫 공식 행사로 교토의정서를 비준해서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영국에서 진행된 지구온난화 대응 집회 - 출처 BBC

국제공공서비스노동조합연맹(국내에서는 공공연맹, 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이 이 연맹 소속이다)은 작년 9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총회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결의문은 캐나다 공공일반노조와 북유럽의 노조들이 제출한 것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가난한 나라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치명적일 것이라며, 전세계 공공 노동자들의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캐나다 공공일반노조는 이 결의문에서, 캐나다에서 작년 총선을 통해 집권당으로 올라선 보수당의 스티븐 하퍼 수상이 교토 의정서를 “돈독 오른 사회주의자들의 음모”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전세계 노동자들에게 캐나다 정부에 항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캐나다와 유럽의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최근 몇 년간 유럽 각국에서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가 쟁점이다. 노동자들과 좌파 정당은 교토의정서를 지지하고, 자본가들과 우파 정당은 교토의정서에 반대하면서, 각국에서 교토의정서가 둘러싸고 좌우간에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다. 1997년 일본 교토의 국립교토국제회관에서 개최된 ‘지구온난화 방지 교토회의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되었기 때문에 이를 ‘교토의정서’라고 부른다.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나라들은 올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당시의 배출량보다 최대 8%를 낮춰야 한다. 목표치보다 더 많이 감축한 나라는 다른 나라들에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석유와 석탄에 의존적인 산업과 운송수단의 구조적인 개편이 필수적인데, 이런 정책이 돈 버는 일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자본가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가하면 환경운동단체들과 좌파들도 교토의정서를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교토의정서가 각국 정부간 타협안이다 보니까 지구온난화를 근본적으로 막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조치들조차 거부하는 자본가들 때문에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 석유 소비 9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9위

현재 한국은 석유 소비 순위에서 세계 9위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과 비교할 때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93% 가량이나 증가했다. (2007년 11월 유엔개발계획 자료)

한국은 2002년 교토의정서를 비준했지만,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2012년까지는 온실가스를 줄일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는 아직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12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교토의정서의 기준에 맞춰서 줄여야 한다. 급격하게 증가해온 현재의 추세라면 2012년부터는 최소 13.3%에서 최대 41.5%까지나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총체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한국 정부는 감축 목표도 정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이전에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하다.

앞서 말했듯이, 아직 교토의정서의 의무가 부과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벌써 ‘지구온난화가 사기’라고 말하는 책들이 서서히 발간되기 시작했으며, 몇몇 보수적인 신문들은 미국 우파들이 펼치는 주장을 그대로 들고 와서 간간히 소개하며 발동을 걸고 있다. 2012년을 앞두고 포석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논쟁이 펼쳐지기 시작한다면, 이 땅에서도 “지구온난화는 사기야”라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는 정책을 채택하자는 주장들이 ‘경제를 위해서’ 신문 지상에 난무하기 시작할 것이다. 경제만 살리면 되지, 지구가 홀라당 타버리든 말든 뭔 상관이랴.

어쩔 수 없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 땅에서도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자본가들의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다음부터는 이미 각국에서 지구온난화 관련해서 자본가들과 우파들이 쏟아놓은 궤변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어가려고 한다.

덧붙임

최세진 님은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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