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 97주년?
올해 ‘세계 여성의 날 100년 기념 3.8 여성 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2008년을 세계 여성의 날 100년으로 선언하고, ‘여성, 새로운 공동체 세상을 열자’는 슬로건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올해가 세계 여성의 날 100년이 아니라며 본래 기획했던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 기념우표’ 발간을 취소했다.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 걸까?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은 단체마다 나라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그 중 누가 맞고, 누가 틀렸나하는 정답은 없다.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각 해석에는 정치적인 관점의 차이가 깔려있다.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세계 여성의 날 역사
1908년 뉴욕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15,000여명 파업투쟁 시위 전개.
1909년 미국 사회당에서 1908년의 투쟁을 기리며 2월 28일 처음으로 ‘여성의 날’(the National Women's Day) 기념 행사를 가짐.
1910년 1908년의 투쟁의 영향을 받아 코펜하겐에서 열린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의 ‘국제 여성노동자 회의’에서 독일 사회민주당 소속의 클라라 제트킨이 세계 여성노동자의 날을 조직하자는 의견을 제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로 결의.
1911년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의 결정에 따라 3월 19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에서 최초로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행사가 열림.
1975년 유엔에서 '세계 여성의 날' 공인.
여러분이 볼 때는 위의 투쟁이나 행사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은가? 어떤 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에 따라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에 대한 해석은 달라진다.
자, 이제부터는 조금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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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호주 세계 여성의 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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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의 역사에서 1908년의 여성 노동자 투쟁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체들은 올해 3월 8일 100주년 행사를 열었다. 확인된 바로는 캐나다, 호주, 영국 등의 여성단체들이 올해를 100주년으로 기념했으며,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도 올해를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으로 기록했다. 이들은 1908년의 투쟁을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으로 보고, 1909년을 1주년으로 계산한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의 날 행사를 준비한 조직위는 올해를 ‘100주년’이 아닌 ‘100년’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이는 1908년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원으로 삼되, 1909년을 1‘주년’이 아닌 1‘년’으로 계산하자는 것이다. 이는 1909년 미국 사회당이 개최한 ‘여성의 날’을 첫 해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유엔은 정부기구로서, 여성들의 투쟁 역사보다는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여러 나라에 걸쳐 처음 열린 1911년을 중요하게 해석한다. 그래서 1912년을 1주년으로 삼아 2011년에 100주년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의 우정사업본부는 이 해석을 따른 것이다.
북한의 경우는 또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북한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서 기념하는데, 이 날을 ‘국제부녀절’이라고 부르며 휴일이다. 그런데 북한은 유엔이나 남한의 여성단체들과 달리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자고 결정했던 1910년을 세계 여성의 날이 시작된 해로 해석한다. 그리고 1911년을 1주년으로 삼아 햇수를 계산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올해 3월 8일 국제부녀절 98주년 행사를 열었다. 2010년이 되면 100주년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과거 동유럽을 포함한 당시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대부분 현재까지도 북한과 같은 방식으로 햇수를 계산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러시아, 이탈리아, 쿠바, 중국, 알바니아, 베트남 등 29개국 이상에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휴일로 기념하고 있다.)
이런 차이를 올해 기준으로 쭉 펼쳐보면, 캐나다, 영국, 호주 등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기념했고, 한국은 100년, 북한은 98주년, 유엔은 97주년을 기념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단체연합의 김금옥 사무처장은 “아직 국내에서는 어느 해를 여성의 날의 기원으로 삼을지 심도 깊은 연구나 토론이 부족한 상태”라며, “여성단체연합에서는 올해 그와 관련된 연구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노동절도 사정은 비슷
올해 한국과 북한 118주년, 멕시코 122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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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연세대에서 열린 '100주년' 노동절 행사, 1890년을 기원으로 계산할 경우 99주년이 되어야 하는데, 당시 계산 착오로 100주년으로 기념했다. 이 계산 착오는 몇년 후 민주노총이 출범한 이후에 수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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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동절, 메이데이 등으로 불리는 ‘세계 노동자의 날’의 사정도 여성의 날과 비슷한데, 나라마다 단체마다 그 기원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간략하게만 설명하자면, 한국에서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의 결정에 따라 처음 ‘세계 노동자의 날’이 시작된 1890년을 기원으로 삼는다. 그래서 1891년을 1주년으로 계산해서 올해 노동절은 118주년이 된다. 전노협 당시까지는 1890년을 1주년으로 계산했다가, 민주노총이 출범한 이후 계산 착오가 발견이 되어서 1891년을 1주년으로 하는 현재 방식으로 수정했다. 북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올해를 노동절 118주년으로 계산한다.
그런데 미국 노총과 멕시코 등 몇몇 나라에서는,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 투쟁을 전개했던 1886년을 노동절의 시작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계산 방식에 따르면 올해는 122주년 노동절이 된다. 과거 소련 등은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서 국제 노동자의 날을 기념하자는 결정이 있었던 1889년을 기원으로 삼아 계산했었다. 노동절의 역사와 기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
국내에도 토론과 연구 필요해
한국에서 여성의 날은 1908년의 여성 노동자의 투쟁과 1909년 미국 사회당의 여성의 날 기념 행사에 의미를 두고 그 해부터 햇수를 계산하고 있는데, 현재 그 시작을 정확히 어느 해의 어떤 투쟁이나 행사로 해석해야 할지 토론과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의 날은 투쟁이 일어난 1886년이 아니라 '국제 노동자의 날'이 시작된 1890년을 기념하고 있는데, 그 의미에 대한 토론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는 80년대 민중운동 진영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국제적인 기념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 기원과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동자들과 여성들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하다는 그 날을 그냥 관행적으로 기념해왔을 뿐, 그 의미가 무엇인지 실제로는 아직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국내 민중운동 진영에서 본격적인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나라의 노동자나 여성을 만났을 때, "왜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나 여성들과 달리 우리는 그 날과 그 해를 기념하는지", 다시 말해서 "왜 그 날과 그 해를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