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농촌은 언제쯤 춘궁기를 면하며, 저
나물밥과 나물죽을 안 먹게 될는지, 심찬수가 입속말로 중얼거렸다.”(김원일, 불의 제전)
“먹는 것은 대부분 얻어다 먹고 집에서 지어 먹는대야
나물밥이 아니면 강냉이죽이었다.”(한용운, 흑풍)
문학작품 속에 나온 나물밥의 용례다. 밥을 지을 때 콩나물을 넣으면 콩나물밥이 되고 무채를 넣으면 무(나물)밥 되고 강냉이를 넣으면 강냉이밥, 호박을 넣으면 호박밥, 고구마 감자를 넣으면 고무마밥, 감자밥이 되며 곤드레 나물을 넣으면 곤드레밥. 시래기를 넣으면 시래기 밥, 신김치를 넣으면 김치밥이 된다.
딸 : 노랫말로 소설쓰기가 수행(평가)인데.... 인터넷 검색하니까 소설쓰기 좋은 노래 쫙~~ 나오는 거야, GOD ‘어머니’가 제일 많아....
처 : 무슨 노랜데...
딸 : 쏠라 쑐라....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뭐라 뭐라...
나 : 왜 짜장면을 싫다고 하는지 알아?
처 : 요즘 애들이야 그런 거 알겠어, 짜장면, 고기국 같은 걸 못 먹는 시절이 아니니까
딸 : 알아. 애들 먹으라고 싫다고 그러는 거. 옛날에 먹을 거 없어서
어느 토요일 오후, 무밥을 먹으며 식탁에서 나눈 대화였다. 주식인 쌀, 보리 등 곡물이 모자라 양을 불리기 위해 짓던 ‘나물밥’이 요즘은 별미고 건강식으로 인기를 누린다. 전문점도 꽤 많이 등장했다. 쌀이 없어 나물밥을 먹는 절대빈곤을 우리는 정말 벗어난 걸까?
결식아동이란 말이 여전히 있고 독거노인의 빈곤에 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한번쯤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은 밥상을 차리지나 않나 살펴 볼 일이다.
‘짜장면’ ‘고기국’을 싫어하시던 어머니, ‘나물밥’은 누른 것만 즐기시던 어머니를 이따금 그리워하며 나물밥으로 소박한 밥상을 차려보자.
찬밥으로 나물밥 만들기
생쌀에 나물을 넣고 밥을 짓는 것도 좋지만 찬밥으로 해도 괜찮다. 한쪽에선 없어서 굶는데 다른 한쪽에선 미쳐 다 못 먹고 버리는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오늘 나물밥은 이런 저런 이유로 냉장고에서 뒹굴다 끝내 버려질 것들로 지어 봄이 어떨까 한다. 그래야 덜 미안할 거 같다.
냉장고를 뒤져 무엇이든 좋다. 작년 김장김치든 몇 번씩 식탁에 오른 나물반찬이든, 토막으로 남아 있는 호박이나 무든, 사긴 했는데 먹는 방법을 잘 몰라 팽개쳐둔 이름도 알 수 없는 해초류든 일단 꺼내보자. 찬밥이 있다면 적당량을 솥에 올린다. 무나 호박 같은 건 채 썰고 해초류라면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묵은 김장김치라면 가볍게 물에 씻어 꼭 짠 후 역시 잘게 썰어 찬밥 위에 얹는다. 밥의 상태에 따라 언 밥이라면 그냥 해도 되지만 물기가 없는 마른 밥 같으면 물을 조금 부어 준 후 가장 약한 불에 솥을 얹고 뜸들이 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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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밥과 양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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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얹은 나물이 익는 동안 양념간장을 만든다. 달래나 파를 잘게 썰고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만들면 된다. 달래나 파가 없다면 그냥 고춧가루만 넣어도 된다.
밥이 다 되면 들기름 조금 넣고 잘 저어 밥을 푼다.
나물밥에는 동치미와 총각김치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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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치미와 나물밥(톳, 팽이버섯, 쑥갓을 찬밥에 넣고 지은 나물밥을 양념간장으로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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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식으로 생쌀로 짓는 나물밥 보다는 찬밥에 있는 재료 얹어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 나물밥이 더 나물밥답다. 특히 조금 적다 싶게 남은 찬밥으로 새롭게 짓는 나물밥은 그 양이나 맛이 예술일 경우가 많다.
나물밥을 할 때 주의할 것 하나, 무나 콩나물처럼 물기를 머금고 있는 재료는 밥물을 조금 적게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