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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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씨방을 달고 있는 빨갱이 야초 지치

산야초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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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9 06시01분 정상철(jsc7192@jinbo.net)

마른가지에 하얀 씨방(앗)을 달고 있다.
재작년 겨울 강원도 어느 지역 약초산행을 마치고 뒷풀이를 하면서 지치로 담근 술을 소주잔으로 3잔정도 먹었다. 마침 강원도에서 대전까지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마시지를 못했다. 강원도 골짜기 산을 헤집고 다니는 야초산행을 했고 운전을 3시간이상 했는데도 그날따라 피곤하지가 않았다.

야초산행이나 등산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치주를 먹어서 그런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날 그 술기억 때문에 지치라는 약초가 ‘좋구나’하는 좋은 인상을 개인적으로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말과 12월에 지치라는 ‘빨갱이’ 야초- 부정적 의미보다 긍정적 의미로 그렇게 부르고 싶다. 핏빛 생명과 활력, 끓는 피, 분노의 피 -를 보고 배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치는 지치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인 지치라는 식물(Lithospermum erythrorhizom, Siebold & Zucc.)의 뿌리를 말한다. 지치과에는 개, 들, 산, 돌, 뚝, 모래지치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지치라고 하면 그중 하나인 위의 지치를 말한다. 지치는 자초(紫草), 자단, 자부, 자오, 주치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한국산 자생야초다. 복잡한 것은 여기까지...

자생지는 전국의 들과 산에 분포되어 있다고 하나 요즘은 거의 보기가 힘들고 특정지역(강원도, 충북)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산의 높지 않는 양지 바른쪽과 그러면서도 약간 음지쪽 골이 패인(마치 여인의 음부 같은) 지역에 주로 있다고 한다. 지치는 캘 적에 뿌리가 잘 부러져 조심해서 여인 다루 듯 캐야한다. 또한 지치는 핏빛의 껍질 속에 하얀 속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치를 지치여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지치산행 갈 때 지치여인을 모시러 간다고 약초 하는 사람들은 농을 하기도 한다.

지치는 물에 씻으면 약성이 달아나서 안 된다. 초보라 흙을 틀어낸다고 지치 몇 뿌리를 씻었는데 그 붉은 핏빛에 선혈이 낭자한 여자의 첫 그것을 바로 떠올렸다. 그 핏빛에 반했다.

12월, 마른줄기옆으로 빨간새순을 올리고 있다.
지치는 참 강인하고 지혜로운 약초다. 겨울 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하얀 좁쌀 같은 씨방을 떨구지 않고 달고 있다가 이듬해 봄에 씨방을 땅에 뿌린다. 겨울 눈 속에서 약성이 큰 대물지치는 주변을 빨갛게 물들일 정도라고 한다. 지치는 이미 11월말 12월에 겨울을 채비하는 싹을 틔운다. 12월에 지치를 캐보면 마른 잎과 줄기 밑둥에 새순이 이미 올라와 있다. 밟아도 저항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노동계급 같은 강인함을 지치는 품고 있다.
지치는 이전에 흔했을 적에 조상들은 옷감에 자줏빛 물감을 들이는 천연염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고 보호대상에 들어가는 식물이다.

지치는 재배종과 야생종이 있으며 약성은 말할 것도 없이 야생이 좋다. 진도 명물 중에 하나인 진도홍주는 이 지치로 만든 술(아마도 재배종으로)이다..

지치는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독이 없다고 한다. 1~2kg 나가는 대물지치는 몇 백만 원에 거래되기도 하는데 산삼 못지않은 약성이 있다고 하기도 한다. 지치는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염증을 없애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다고 하며, 갖가지 암과 변비, 간장병, 동맥경화, 여성의 냉증/대하, 생리불순 등에 효과가 있으며, 오래 복용하면 얼굴빛이 좋아지고 늙지 않는다고 하는 불로초라고도 한다. 민간에서는 지치를 다려 월경이 있은 다음부터 9일 동안 먹으면 거의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피임의 약으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지치술을 담아 지난해 여러 송년모임에서 활용해 본 바로는 많이 먹어도 다음날 숙취가 없다. 야생지치를 바로 찧어 막소주에 타먹어도 좋다. 절구통 밑바닥이 빨갛게 변하는 것은 감수해야 하고... 지치술 체험 효과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터, 어떤 약초든 과하면 해가 된다. 특히, 좋다는 생하수오주나 생지치술을 지나치게 많이 드시면 술이 사람과 약초를 잡아 먹어 아시는 동지들은 아시겠지만 필자처럼 다음날 끊긴 기억을 더듬는 민망한 전화를 하게 되니 모자란 듯 드시는 것이 좋다.

지치술은 집에서 익어가고 있다.

이 세상이 제대로 빨갛게 된 그 날, 이 빨갱이 야초가 필요할 듯 하다. 바로 찧어 막소주에 타서 한잔 가득 목줄기를 타고 넘겨 자본의 찌꺼기를 싹 날려 버려야...

지치술을 더 담아야 하나...

덧붙임

정상철 님은 카이스트 노동조합 편집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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