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는 지난 24일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달성 향토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의 탑’을 시상했다. 12개 업체가 수상한 이날 시상에는 한라공조(주), 한국타이어(주)대전공장이 1조원 탑을 수상했고 유한킴벌리(주) 대전공장, 한국조폐공사는 3000억원 탑, (주)동양강철은 2000억원 탑을, (주)우성사료, 한국인포데이타(주), (주)금성백조주택, 한전원자력연료(주), (주)진합, (주)이엔페이퍼 신탄진공장, 유니레버코리아(주) 등은 1000억원 탑을 각각 수상했다고 한다. ‘수출의 탑’과 ‘매출의 탑’은 경제성장의 견인차를 발굴하고 기업들의 경영의욕을 돋우겠다는 의도에서 박정희 정권부터 주어지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업들에게 주는 훈장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노동탄압과 비정규직양산의 대표기업들이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 사이 15명에 이르는 집단사망자가 발생했고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서 180여 건의 산업재해 은폐 사실이 드러난 기업이다. 이뿐 아니라 한라공조, 한국조폐공사, 동양강철, 이엔페이퍼신탄진공장(구 신호제지) 등은 97년 IMF 이후 살인적 구조조정으로 투쟁의 현장이 되기도 한 기업들이다. 한국인포데이타는 한국통신에서 114업무가 구조조정되면서 세워진 기업으로 대부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또 이들 대상 기업의 대다수는 본사가 서울에 있어서 제 아무리 매출을 올려봐야 홈에버나 이마트처럼 지역에는 별 도움을 주지 않는 기업들이다. 그래서 수상대상에 오를 만큼의 매출은 올리지 못했지만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소업체들과 벤처업체들이 시의 행정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으면 상을 주어 격려하고 잘못한 일을 했으면 벌을 주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지방정부가 노동탄압과 산업재해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기업들에게 벌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을 주었다는 사실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대전시의 이러한 행위는 한국의 현행 지방자치제도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고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그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 중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몇몇 업무는 중앙정부의 관할로 남아 있고 노동관련 업무는 전적으로 중앙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산업재해나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해도 지방정부는 해당 기업에 대한 아무런 개입력을 갖지 못한다. 설령 지방정부에 그런 권한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지역 토착기업과 대기업공장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심지어 볼모가 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중앙정부보다 더 친기업 성향을 보일 수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허접한 노무관리와 이로 인한 산재사망이 집단으로 발생한 한국타이어 사태에 대해 그 동안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들의 무덤위에 세워진 매출액에 상을 준 대전시 행정당국과 대전시의회는 비겁한 자들이다. 노동자 정치는 자본가들과 함께 놀아나는 이들 비겁자들에 대한 공격이 함께 이루어질 때 그 결실을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