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대학 새내기 시절, 이맘때 였다. 수업이 오후에 있어 느지막이 학교에 가던 날, 학교 정문주변으로 전경버스가 나래비로 서있고, 그 옆으론 방패와 곤봉을 든 전경들이 또 나래비로 서있었다. 그 사이로 지나가는데 가방을 열란다. 헉, 웬 소지품 검사! 발끈한 나는 “당신들이 뭔데 남의 가방을 뒤지냐, 못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말은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잽싸게 전경 둘이서 내 팔을 붙들고 전경 하나는 내 가방을 낚아챘다. 가방을 열어본 전경 하나가 무언가 대단한 증거물을 발견했다는 듯 “이 새끼, 운동권이네”하고 손수건을 꺼내든다. 그 손수건은 백두산 천지연못 정도가 그려져 있는 손수건이었다.
나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학생회에서 모든 학생에게 나누어준 그 손수건 하나가 ‘운동권’이라는 증거가 되었고 전경버스로 끌려가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고, 한 시간이나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학교로 들어왔는데, 맞은 것이 너무 분했다. 수업도 들어가지 않고 친구랑 학교 뒤쪽에 있는 식당으로 가 막걸리를 들이부었다.. 막걸리를 마셨으니 수업도 못 들어가고 그 길로 학교를 나서는데, 이게 웬걸 정문에선 한바탕 전투가 진행중이다.
이런, 오로지 영문도 모른 채 당했던 그 폭행에 대한 복수심이 타올랐고 어느 순간인지도 모르게 내 손에는 쇠파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나는 그 날 죽어라 싸웠다. 낮에 날 때린 놈 한 대라도 쥐어박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전경들 얼굴까지 확인하며 싸웠다. 그리고 그날, 저 멀리 서울에서 내 또래의 한 학생, 강경대가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다.
난 그 날 이후 이른바 ‘운동권’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이 사십 다 되어서도 노동운동에 몸담고 있다.
결국, 그 손수건은 내 삶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20년 동안이나 나를 옭아맨 내 인생의 올가미였던 셈이다. 다른 동료들이 사회와 사람의 암울한 현실에 자극받아 이런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그런 얘길 들을 때면 속으로 난 ‘나는 코메디야, 난 손수건 땜에 이렇게 됐어’하고 속웃음친다.
시간이 20년 지나서, 또 다른 나 같은 ‘코메디’가 생길란가 보다. 집회 중에 마스크만 써도 근엄한 국가의 법으로 ‘이메가 바이트’ 정부께서 처벌하신댄다.
아무 생각없이 집회장 주변에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다가 범법자로 몰릴지 모를 어떤 가련한 사람의 인생이, 20년 전의 나처럼 인생이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