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지구온난화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급 문제’라는 글에 이어, 이번 글부터는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려 한다.
날씨와 기후
과학자들은 다음주 날씨도 못 맞추는데, 왜 우리가 100년 후의 기후가 변한다는 말을 믿어야 하나?
이 질문은 가끔 신문에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기사가 뜰 때 덧글로도 심심찮게 붙는 반론이다. 이 말은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은 용어를 교묘하게 섞은 말장난이다.
‘날씨’와 ‘기후’는 전혀 개념이 다르다. 날씨는 매일 매일의 기상 상태를 일컫는 말이지만, 기후는 30년간의 날씨를 평균한 값이다. 즉, 날씨는 매일, 매시간 변하더라도, 기후는 수 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주 날씨는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라도 쉽게 맞추기 어렵지만, 한국이 다음 주에도 ‘온대 기후’라는 것은 누구든지 쉽게 맞출 수 있다. 어제 한국이 ‘온대 기후’면, 내일도 ‘온대 기후’고, 내년도 ‘온대 기후’다.
이는 마치 우리가 내일 이명박 대통령이 오전 9시쯤 정확히 어떤 일을 할 지 구체적으로는 예측할 수 없지만, 뭘 하더라도 그게 부자들을 위한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안정적이어야 할 이 기후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요동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문제인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날씨’가 아니라 ‘기후’의 문제다. ‘날씨’와 ‘기후’를 섞어서 늘어놓는 말장난에 속지 말자.
 |
| 대전의 평균 기온은 30년간 약 2.5도 올랐다 - 출처 미항공우주국 NASA GISS
|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상황>
국내에서는 아직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 논쟁을 치루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이렇듯 기초적인 개념들조차 속이면서 지구온난화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황당한 자료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
|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상황>
|
그 중 최근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쥬라기 공원>의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 상황(State of Fear)>라는 소설이 있다.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 않은 이 책의 줄거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구온난화는 좌파 정치인과 과학자, 언론, 변호사들이 합작해서 만든 사기다”는 것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 1, 2, 3>, <터미널 맨>, <폭로>, <콩고>, <타임라인>, <스피어>, <떠오르는 태양>, 드라마
등의 원작자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과거에도 몇 차례 극우적인 소설들을 내놔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공포 상황>을 출시하며 ‘지구온난화는 사기’라는 우파의 깃발을 들고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장장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이 소설은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고 싶은 우파들의 모든 주장을 모아놓은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한 영화와 소설 중 <폭로>는 노골적으로 반여성주의를 드러냈으며, <떠오르는 태양>는 아시아인에 대한 교묘한 인종주의로 진보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책은 발매되자마자 미국내 우파들의 극찬을 받으며 2005년에만 150만부가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2005년 1월 백악관을 방문해 부시와 1시간 가량 면담을 가진 후 부시로부터 “그 책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 후 부시는 지구온난화에 관한 논쟁이 있을 때마다 이 책을 인용하고 있다. 또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미국 상원의 환경공공사업위원회에 출두하여 ‘지구온난화가 사기’라는 증언을 해서 ‘교토 의정서’를 무력화시키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 책은 나사(NASA) 등의 과학자들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는데, 지금도 마이클 크라이튼은 전 세계를 돌면서 “지구온난화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아마도 외계인 때문에 일어났다고 해야 믿을 것”, “환경보호주의는 종교일 뿐이다” 따위의 강연을 계속 하고 있다.
아마 한국에서도 지구온난화 관련 논쟁이 시작되면 이 책이 번역되어 들어올지도 모른다. 혹은 곧 이 책이 영화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부디 나중에라도 이 쓸데없는 책이나 영화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우파들이나 그 주장에 속아 덩달아 춤추는 바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거부하는 주장을 하나하나 모아놓고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하는 홈페이지나 자료들이 훨씬 더 많다.
<미디어충청>은 지구온난화를 소개한 사이트 중에서 꽤 유명한 “지구온난화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방법(How to Talk to a Global Warming Sceptic)”이라는 블로그의 자료를 주로 인용해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블로그의 운영자 코비 벡(Coby Beck)은 지난 2월 메일을 통해 <미디어충청>이 자료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