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아내를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짓밟는 못난 남자들을 대면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내가 미쳤었다고 반성하는 축도 있는 반면 어떤 이는 열변을 토하며 자신의 행동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려 들기도 합니다. 그때 즐겨 동원되는 단어가 주로 '상식'입니다. 상식이가 한국 와서 고생하는 모습 가운데 하나를 잠깐 들려 드릴까 합니다.
"하 참 미치겠네. 네. 때렸습니다 좀 때렸어요. PD님 좀 생각해 보세요 상식적으로...... 이를테면 말이죠. 가정 있는 여자가, 아무리 가게 나가 돈을 번다 어쩐다 해도 새벽 두 시에 외간남자 차 타고 내려서 빠빠이 하고 들어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말 한 마디 하면 앙앙거리고 대들고.... 그럴 때 그냥 몇 대 쥐어박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상식적으로...... 남자가 여자한테 말로 이깁니까? 저 여자가 따따부따 쏴붙이기 시작하면 저 복장 터져 죽어요. 응? 그 상처..... 그 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보상합니까. 자꾸 폭력 폭력 하시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제가 맘 먹고 때리면 저 여자 벌써 죽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눈물까지 머금어가면서 상식을 들먹이는 걸 보면 한 10초 동안은 그럴싸합니다. 가정 있는 여자가 새벽 두 시에 남의 차 타고 들어오는 게 (그게 회식 끝난 뒤 대리운전 불러서 여직원들 일일이 귀가시키는 매장 사장님의 차였다 하더라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고, 남녀가 말싸움해서 남자가 이긴 일은 제갈공명 이래로 없을 것이며, 사실 저 우락부락한 남자가 맘 먹고 때리면 최소한 중상이다 싶은 생각이 10초 동안은 뇌리를 오락가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단호하게 외치게 되죠. "예끼 이 양반아."
결국 그 폭력남의 상식이란 "북어와 마누라는 사흘에 한 번씩 패라"는 시대의 전통과 가정 있는 여자는 새벽 2시에 돌아다니면 안된다는 금기와 말로 안되면 때려서라도 굴복시키겠다는 의지와 안죽을만큼은 때려도 된다는 관대함(?)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가장 안된 것은 그 폭력남은 자신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상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환장할만큼 '복장이 터졌던' 겁니다. 자신이 커 온 환경이나 살고 있는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요 정도의 폭력"도 폭력이랍시고 카메라가 들이닥치고 자신을 윽박지르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자신이 '몰상식'하다는 것을 그는 어쩌면 평생 깨달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에게는 자신이 지극히 상식적일 뿐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1명의 장관 후보가 스스로 물러났고 출범 하루 뒤에는 두 명의 장관 후보가 짐을 풀기도 전에 다시 들고 나갔습니다. 재산이 많은 것이 어찌 죄가 되겠느냐며 피를 토하면 등이라도 두들겨 주겠는데 정작 어이없었던 것은 그 재산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보여 준 그들의 상식이었습니다.
"유방암이 아니라는 검사가 나온 기념으로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해 줬다."라는 해명을 한 장관 후보는 아마도 진정으로 그 해명이 통하리라, 그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리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랑하는 아내의 유방암을 걱정하다가 멀쩡하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뛸듯이 기뻐하는 남편이 두 손에 곱게 쥐어 준 오피스텔 계약서라면, 그렇게 러블리하고 뤄맨틱하고 퐌타스틱한 사랑의 선물이라면 사람들이 "어머 멋져~" 하며 두 손을 모으고 배배 꼬리라 확신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온 사회와 세월의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요 정도 폭력"에 들이닥친 카메라에게 이게 무슨 폭력이냐고 외쳤던 불운한 남자처럼 말입니다.
부부 교수로 30억 정도는 별 거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는 분의 해명도 그렇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이 그리 수입이 좋은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거니와 그 부부 중의 남편이자 통일은 없다고 외치는 통일부장관 후보께서도 정말로 교수 부부 쯤 되면 이 정도 재산 내밀어도 사람들이 아무 의문 없이 고개를 끄덕이리라, 그게 상식이리라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맘 먹고 모으면" 더 모을 수도 있었다는 자신감의 표출인지도 모르지요. 내가 맘 먹고 때리면 저 여자가 지금 살아 있겠냐며 핏대를 세우던 인간의 이맛살처럼 말입니다.
셋 중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하셨다는 아름다운 명언을 남기신 분은 장문의 해명서까지 애써 제시하시고 물러가는 성실함을 보이셨습니다. 부동산 투기꾼이 된 것은 억울하며 언론의 오버라는 것이지요. 저는 그 와중에도 그분이 지녔던 강고한 상식의 벽에 코가 깨지는 기분이 됩니다.
"평창군에 있는 아파트 25평은 겨울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이 자주 찾게 되는 용평 리조트 근처에 숙소로 마련한 곳입니다. 2002년에 9천만 원에 매입하였으며, 현시점에도 시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겨울에만 문을 여는 스키 여행 숙소로 쓰기 위해 아파트를 샀다는 해명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에 대해서 저 분은 여전히 둔감하십니다. 모르는 척이 아니라 정말로 모르시는 게 분명합니다. YWCA 간부급들쯤 되는 유한마담 모임에서 "그거 얼마 안해! 25평에 9천이야. 요즘 대한민국 아파트에 그런 게 어딨니. 그걸 투기래..... 기가 막혀서....."라고 수다 떠는 그 방식으로 해명이라는 단어를 구사하고 계시는 겁니다. 여기에 이르면 마누라한테 말싸움에 져서 주먹을 내밀었다는 남편이 귀여워 보일 지경입니다.
더하여 결정적으로 오늘 청문회에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께서는 실로 걸작이라 아니할 수 없는 코멘트를 날리셨습니다. "여의도는 살만한 곳이 못 되고, 자연친화적이지가 않다. 살만한 곳이 아니라서 송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
아마 이 분의 머리 속에는 송파, 서초 ,강남을 제외한 지역은 사람 살 곳이 아니며,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인간답지 않게, 아니 인간같지 않게 살아가는 악다구니들이라는 생각이 뿌리에 쉬가 슬도록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이 사방 수 킬로미터 내에 존재하지 않는 영등포 쪽방촌은 그에게는 진짜 윙윙거리는 벌집으로, 쓰러지는 판자촌에서 아웅다웅하며 사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좀비 정도로 보일 것이라 말하면 지나칠까요. 만약 그것이 지나치다고 한다면, 명색 여의도에 있는 국회 청문회에서 여의도는 사람 살만한 곳이 못되고 자연 친화적이 아니라서 송파에 집 샀다는 발언을 태연하게 늘어놓는 분의 상식은 대체 어떻게 설명이 될까요.
폭력남편은 끝까지 자신의 상식을 견지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을 간교한 아내와 한패거리가 되어 자신을 부당하게 고발하려는 '상식이 없는' 악당들로 몰아부쳤고 분노에 몸을 떨었습니다. 근일과 오늘 장관 자리를 애석하게 놓친 분들 역시 발렌타인 몇 병 까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는 않으실까요. "아니 도대체가 이 나라가 상식이 있는 나라야 없는 나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