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 남의 일 아니다
절망의 공장, 죽음의 일터가 현실
한국타이어 대전 및 금산공장, 연구소에서는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7명이 급성 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급성 심장사 등으로 숨지고 5명이 폐암과 식도암, 뇌수막종양 등으로 숨졌다. 또 1명은 자살하고 말았다. 불과 1년여 사이에 같은 회사에서 모두 15명이 사망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2월 20일 인천 부평구 공단 강당에서 공식 발표한 역학조사 최종결과에 따르면, “심장성 돌연사의 유발요인으로는 고열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요인으로는 교대작업 및 연장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결국 잇따른 노동자의 돌연사가 작업환경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역학조사팀은 "이번 조사는 ‘96년 이후, 07년 9월말까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금산공장, 중앙연구소의 전·현직 근로자와 16개 협력업체 근로자 등 총 7140명을 대상으로 사업장의 생산현황, 작업환경 유해요인, 근로자의 건강실태 및 작업특성, 업무와 건강의 관련성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심장성 돌연사 등 질병사망은 직무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추정되었다. ‘96~’07년까지 전·현직 근로자의 전체 사망률은 일반인구 집단에 비해 낮았지만(표준화사망비 84),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수준은 상당히 높았다(표준화사망비 141). 또 심장성 돌연사의 ‘원인’ 요인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실한 인과관계가 있는 요인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심장성 돌연사의 ‘유발’ 요인으로는 ‘고열’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요인으로는 ‘교대작업 및 연장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와 관련될 가능성이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역학조사팀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어 온 화학물질, 즉 유기용제에 의한 심장성 돌연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1년 간 한국타이어의 전·현직 근로자 중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수준은 일반 국민집단보다 낮은(표준화 사망비 83.3)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국민건강보험 수진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위암의 표준화의료이용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역학조사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심장성 돌연사 및 암은 여러 개인적 요인들도 관여되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각각 개별 사망사례의 업무관련성 여부 판단은 개인적 위험요인까지 포함하여 개인이 수행한 작업특성 및 작업환경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앞으로) 이번 조사 수행에 있어 가장 미흡했던 부분인 조직문화 내지 작업방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본 역학조사와 같이 측정, 분석과 비율 산출 등의 양적 연구 방법이 아니라 질적인 조사연구 방법을 통해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 연구 (가칭 “건강위험요인으로서의 직무특성 및 조직문화-건강한 한국타이어 만들기를 위한 참여형 조사연구”)는 회사 및 근로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가능한데, 건강한 우리 회사 만들기를 목표로 노사가 직접 참여하여 연구책임자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며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방법을 찾아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자 및 김문창 기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돌연사 파문과 관련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사망자와 발병자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알려진 사망자 수(2006-2007)는 모두 15명이었지만, <한국타이어 해고자 및 피해자 대책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여러 명의 사망자와 유기용제 중독환자 등이 발생했지만 노동청의 역학조사 대상과 사망자 통계에서 모두 제외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6년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가류과 몰드공정에서 안 모씨와 임 씨가 각각 암과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나 모씨와 구 모씨는 암 발병으로 수술을 받은 바 있다고 한다. 또 박 모씨는 외병변 3급, 송 모씨는 버거스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며 "추가로 드러난 사망자와 발병자 모두가 가류과 몰드공정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에 대해 유기용제 중독이 인정돼 산재처리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련과에서 근무했던 이 모씨의 경우 수 년 전 행정소송을 통해 유기용제 중독에 의한 산재가 인정된 바 있고, 정 모씨도 퇴직 3년 만에 백혈병이 발생해 산재 판결을 받은 바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산업안전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 중간발표에서 “유기용제인 솔벤트(HV-250)는 위험요인 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벤젠·톨루엔·크실렌 등 방향족 탄화수소와 발암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해고자 및 피해자 대책위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추가 사망자와 발병자 자체 조사를 벌여 진위여부를 확인했는데, 유기용제를 주로 다루는 같은 공정(가류과 몰드공정) 근무자들이 무더기로 발병한 데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은 죽었는데 원인은 없다?
해마다 사람들이 줄초상으로 죽어나가는데, 게다가 특정 부서에서 무더기로 발병하고 떼죽음을 당하는데, 어떻게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가? 행위는 있으되 책임이 없는 사회,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는 증거다.
한국타이어는 과연 어떤 회사인가? 현재 국내 타이어 시장의 점유율은 45%대에 이르고 있어 매우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2007년엔 급성장(무려 20% 이상 성장)을 해 매출 35억 달러(3.2조 원), 영업이익 2636억 원 수준으로 세계7위를 차지했다. 올해 목표도 전년 대비 19% 이상 상향 조정했다. 해외 기업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한국타이어는 2001년에 세계 타이어 업계 순위에서 11위로 진입한 후, 2005년에는 8위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2007년에는 6위와 불과 1억 달러 차이인 세계 단독 7위로 올라선 것이다. 2005년 하반기에도 매출액 9,997억원(전년비 9.5% 증가), 영업이익 1,396억원(전년비 5.5% 증가), 경상이익 1,481억원(전년비 4.9% 증가), 반기순이익 1,144억원(전년비 13.1% 증가)으로 2004년에 이어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이루었다.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 증가했으며, 판매단가 인상, 고부가가치타이어(UHPT) 판매증대 등의 긍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9.5% 증가했다. 차량의 고급화로 인해 수익성이 큰 고부가가치타이어의 매출비중이 점차 늘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해외 경쟁력 또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최근 원화절상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유가인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또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전 역량을 극대화하여 UHPT 판매확대, 해외OE 사업확대, 핵심시장 공략, 경영혁신활동 강화를 통해 ‘세계 초일류 기업’을 향해 전진하려 하고 있다. 이제 한국타이어는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고, 동종업계 최고의 높은 이익률(8.4%) 및 인당 매출액(35만 달러, 25만 유로), 뛰어난 현금유동성 및 낮은 부채비율 등으로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한국타이어 서승화 대표이사는 “수익성과 더불어 매출향상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적인 프리미엄 제품 출시 확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통한 브랜드 가치 향상, 최고의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품질경영에 따른 결과로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며 “한국타이어는 이 같은 성공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핵심 성장 요소들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2.11) 투자설명회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경영 시스템 구축, 생산 및 물류 능력 확충, 지속적 R&D 투자를 통한 기술혁신, 등으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발언에서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동’이 그러한 급성장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수백 명 노동자의 노동이 없다면 그런 놀라운 경영 성과가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오마이뉴스>가 2007년에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근로자 434명 중 생산직 139명)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성화학물질 사용내역과 제조회사, 유해물질 항목, 취급대상자 등이 담긴 자료를 입수한 바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내에 있는 성형, 가류, 설비보전 등 5개 공정에서 45가지의 유해, 자극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을 매년 1416Kg(10개 제품) 사용하고 있다. 이 중 성형공정에서 고무 세척 등에 쓰이는 솔벤트(일명 ‘한솔’)는 매년 100kg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바로 이 제품은 한국타이어 일부 노동자들과 사망유가족들로부터 돌연사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이다. 이와 관련 이 문건에는 제품 속에 메틸 시클로헥산을 비롯 톨루엔, 크실렌,옥탄 등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중 톨루엔, 크실렌 등은 방향족 탄화수소로 독성이 강해 환경과 보건분야에서 발암성 자극성 유해물질로 분류돼 있다.
그런데도 한국산업안전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1월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 중간발표에서, “유기용제인 솔벤트(HV-250)에는 벤젠·톨루엔·크실렌 등 방향족 탄화수소와 발암물질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0.1% 기준)”고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역학조사단도 중간발표를 통해 “솔벤트 등 유기용제에 의한 (사망)영향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한국타이어 측이 스스로 포함돼 있다고 밝힌 톨루엔 등이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에서는 0.1% 미만으로 사실상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측은 지난 해 11월 정부의 역학조사에 대비해 대전공장 등 작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솔벤트 통을 모두 교체하도록 지시해 조작 의혹을 산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 MBC <시사매거진 2580>이 한국타이어 현장에서 당시 사용되는 솔벤트를 확보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서도, 뇌와 심장근육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높아진다는 CPK지수가 흡입하지 않은 쥐들(32 IU/L)보다 최대 7배(229/IU/L) 가까이 높게 나타난 바 있다.
그렇다면, ‘세계 초일류 기업’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라도 한국 타이어는 유기용제가 가진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또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발병 및 사망에 대해서도 책임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밤낮으로 노동을 하는 것이라면, 사람이 죽어가는 작업장을 아무런 반성 없이 존속, 유지하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무책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노동의 인간화, 자기조직화와 생동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있고 산재보상보험법이 있어봤자 노동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별 실효성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 노동자의 죽음 앞에 겸허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마땅할 진대, 오히려 그러한 법들은 노동자 목숨을 파리 목숨 취급하는 기업들에게 일종의 ‘알리바이’ 역할을 하기가 쉽다. 이번 사태에서도 이런 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노동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시민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노동자가 일하는 작업장과 일터 전반을 인간화하기 위해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갈수록 물, 공기, 먼지, 온도 등 다양한 유해 환경이 노동자의 목숨을 집어삼키려 한다. 단순한 작업 환경뿐만 아니라 일중독적인 조직문화와 풍토까지 쇄신해야 한다. 동료와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는커녕 화장실 갈 시간마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정도면 충분’이라는 선이 없이 무한정 허리띠를 졸라매고 무한히 노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면, 그 결론은 좀 더 많은 돈과 더불어 ‘죽음’일 뿐이다. 따라서 고부가가치와 수출 증대라는 이름 아래 사람과 자연의 생명력을 밑바닥까지 빨아들이고자 하는 온갖 시도에 철저히 맞서야 한다. 해당 일터의 노동자들이 먼저 각성하고 자기조직화를 하면서 동시에 광범위한 풀뿌리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고급 호텔에서의 워크샵 같은 데서나 ‘인간 경영’을 이야기하고 곧장 잊기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 ‘인간 경영’을 실제로 실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장 노동자 자신들 외에 믿을 놈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자 자신의 가치 기준을 돈벌이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으로 새로 정립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현실은 작업과 성과를 위해 삶을 철저히 희생하고 있다. 주객전도된 것이다. 돈이란 것도 인간다운 삶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거나 인간적 삶을 파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가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은 결코 혼자 가만히 앉아서 되는 일은 아니다. 마음속으로는 제 아무리 그렇게 각오한다 하더라도 작업 현장만 들어가면 곧 잊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감독자나 경영자의 눈에 그런 식의 의식과 태도가 노출되면 ‘해고 대상’에 오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 혼자만이 아니라 생각이 비슷한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해야 한다. 차를 한잔 마시며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나눌 수 있다. 글을 쓰거나 인터넷에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이렇게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집단으로 건의, 항의, 협상, 교섭, 투쟁이 가능하다. 집단으로 하는 만큼 두려움은 줄어든다. 두려움을 줄이는 유일한 현실적 방법은 소통과 연대뿐이다.
셋째, 자신이 일하는 일터의 이슈를 슬기롭게 전국화, 사회화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에서 올바른 법의 제정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대다수 시민들이 공감하는 여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하여 하나의 작업장 문제가 고립되지 않도록, 또 모든 작업장에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몸부림이 솟구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경영자들이 단순히 골치 아픈 몇몇 노동자만 잘라 내거나 새로운 곳으로 공장을 지어 도망가는 일이 없어진다. 부분적으로 저항하고 고립적으로 저항하면 백전백패다. 이슈의 전국화, 사회화를 위해서는 평소에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자본가의 축적이 무한정 돈벌이의 축적이라면 노동자의 축적은 인간적인 유대감의 축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미 그 자체가 인간다운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강수돌 님은 고려대 교수이며, 조치원 신안리에서 이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