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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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하며 살아가는 겨우살이

산야초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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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1 09시02분 정상철

겨울에 볼 수 있는 산야초는 그리 많지를 않는데 지난 번 지치에 이어 겨울철에 볼 수 있는 겨우살이 얘기를 하고자 한다. 글쓰기는 늘 게으른데 혹 읽어주는 분들께는 감사드린다. 그냥 편하게 읽으시길...

야초 얘기하면서 생뚱맞지만 최근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관련하여 언론에서 자주파, 평등파 등의 식물(?)종류가 자주 언급될 때, 나는 겨우살이 생각을 한두 번 했었다. 기생하는 쪽과 숙주가 되는 쪽이 어디였든가? 아니면 둘 다 기생하는 쪽이었든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 겨우살이
겨울에 더욱 더 푸른빛을 띠고 살아 있어 겨우살이 인지, 나무(숙주나무)에 기생하면서 겨우 겨우 살아가는 기생식물이라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한자로 겨우살이를 동청(冬靑)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전자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인이면서도 기생하는 자본으로부터 주인대접을 못 받고 사는 노동자의 ‘겨우살이’ 때문에 겨우살이는 내게 더욱 더 매력적인 산야초처럼 보이는지도 모른다.

흔히 얘기하는 겨우살이는 겨우살이과의 겨우살이(Viscum album var. coloratum(Kom.) Ohwi)를 칭한다. 전세계적으로 겨우살이는 30속 1,580종이 보고되어 있으며, 학명의 비스컴(Viscum)은 라틴어로 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히 많다. 흔히 말하는 이 겨우살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이고 중국, 일본, 유럽, 소련, 아프리카등지에도 분포해 있다.

겨울산에 오르면 능선의 비탈에 있는 참나무 꼭대기에 시퍼렇게, 마치 파마(파마도 듬성듬성으로 한 모양)를 한 머리모양으로 달려 있는 야초가 겨우살이다. 기생하는 나무의 잎과 가지가 무성한 여름에는 쉬고 있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겨울에 겨우살이는 햇빛을 받으며 자라면서 자태를 뽐낸다. 늦가을 무렵에 노란 열매를 달기 시작해서 겨울을 버텨낸다. 이 열매가 먹이가 귀한 겨울철에 새들의 유용한 먹이가 된다고 한다. 이 열매에는 끈적 끈적한 점액이 있는데 새들이 먹다 부리에 붙은 씨앗을 다른 나무로 퍼뜨리거나 열매를 먹은 새들의 배설물을 통해서 겨우살이는 자손을 퍼뜨린다.

겨우살이는 기생하면서도 숙주나무에는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는데, 주로 물만을 숙주나무에서 뽑아내고 자체적으로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을 한다. 그래서 겨우살이가 많이 있는 참나무도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3∼5년 뒤에 동백나무를 죽인다고 한다.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귀하고 약성이 더 좋다고 하는데 결국 숙주나무에 공생하지 못하고 공멸하는 모양이다.

겨우살이가 항암의 효과가 있다고 하여 언론에 보도된 이후 겨우살이 채취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져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산행을 하면서 겨우살이 채취를 위해 잘려나간 참나무를 드물지 않게 본다. 이런 몰지각한 행위를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죄받을 짓이다. 겨우살이는 잘라 채취하고 나면 다시 그 자리에서 자라난다.

겨우살이로 담근 술을 기동주(奇童酒)라 한다. 겨우살이를 빠짝 말린 후 35도 정도 되는 소주를 부어 1년쯤 두면 기동주가 완성된다. 빠짝 마른 겨우살이로 술을 담가야 색깔이 맑고 좋다. 그렇지 않으면 색이 탁하고 맛이 떨어진다. 겨우살이주를 마시면 신기하게 아이처럼 젊어진다고 과장하여 기동주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유래는 없는 것 같다. 이 기동주가 생리가 일정하지 않을 때, 월경과다, 자궁출혈, 대하 등에 천하의 명약이라고 한다. 특히 산후에 이 술을 조금씩 마시면 몸 안에 있는 어혈이 깨끗하게 풀려 나온다고 한다. 또 기동주를 끓여서 뜨거울 때 마시면 고혈압, 신경통, 관절염, 근육통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겨우살이의 약성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탁월하게 언급되고 있다. 항암작용이 있고, 고혈압에 좋으며 당뇨도 낫게 한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에게도 좋다고 하니 가히 만병통치약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겨우살이(참나무 기생)는 무독하여 오래 먹어도 별 탈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것이 만병통치의 신약일 수는 없다. 사람에 따라 약효가 다를 수 있고 그 효과도 복용기간과 양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참나무에서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많이 사용하고 동백나무 겨우살이는 희귀하여 귀하게 여겨지며, 기타 밤나무, 벚나무, 사스레피나무 등에서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사용하지 않는다. 금산약초시장에 가면 마른 겨우살이나 생으로 된 것을 싼 값에 살 수 있지만 구분을 하기가 쉽지 않다. 믿고 사는 수밖에...

겨우살이 채취는 장비와 사람의 노동이 필요하고 힘들다. 게다가 요즘 산림청에서 불법채취를 엄하게 단속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통해서 사서 쓰는 것이 편하고 좋다.

입동도 지나고 겨우(ㄹ)살이가 끝나간다. 이 겨울 겨우(ㄹ)살이가 끝나고 봄이 오면 겨우살이처럼 시퍼렇게 푸르른 희망의 한쪽이 보일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는 봄에 진보의 푸르름이 보일까? 노동운동 상층과 진보를 칭하는 정치운동 상층의 빛바랜 누리끼리한 색만 보일까? 오래되어 정확한 년도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미 6,7년 전에 그 당을 탈당한 나로서는 신당이든 그 당이든 아무런 감흥이 없다. 현장과 계급과 분리된 운동의 상층, 심화된 자본주의와 다양하고 교묘해진 권력, 거짓과 묵인의 과잉... 그리고 삶이 겨우살이 열매 점액처럼 댕기는 개별화된 존재의 끈점함과 나약함... 맨 마지막 것이 내가 피부로 느끼는 개인적 이유지만 상층의 운동이 괴멸하는 이유야 참 많다. 노동에 기생하는 자본은 동백나무 겨우살이처럼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 숭악한 놈들...

나는 덜 기생하면서... 그리고 자본 겨우살이는 더 떼내면서 나의 겨우살이를 하고 싶다. 겨우살이 하는 우리네 노동자들께 기동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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