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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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되고 산이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하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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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7 04시02분 권수정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이유는 사람대접 받으며 한번 잘 살아보자는 거다.

잘 살아보는 것은 뭘까? ‘잘’ 사는 것에 대한 노동자들의 희망사항은 참 소박하다. 따박따박 월급 받아서 아이들 교육시키고 노후를 위한 적금이나 보험 두어 개 들어놓을 수 있으면 뭘 더 바라지 않을 노동자들이 많다. 실제로 그보다 못한 상황이라도 노동조합 만들 생각을 못하다가, 회사가 잘 운영되야 나도 잘 산다고 열심히 회사에 충성하다가, 멀쩡한 회사가 매각되거나 임금이 밀리거나 등등의 심각한 문제가 생겨야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느라 어려운 사업장을 많이 봤다.

최근에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한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의 경우는 업체 노동자가 월차 쓰려다 관리자에게 식칼테러 당한 후 그 분노가 그대로 조직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식칼테러가 발생하기 이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가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차별에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규직보다 임금 적게 받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관리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무시당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너무 많아서, 그저 그렇게 체념하는 것이 내면화 된 상태였다. 그러한 체념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만든 사건이 식칼테러였고, 서로서로 얼굴도 모르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합 가입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래 우리도 사람대접 받고 한번 살아봐야겠다”는 심정이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당하는 부당한 전환배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같은 공장에서 마주보고 일하는 사람끼리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렇게도 이상한 요구인가?

유인물을 돌려도 징계되고 단지 걸어가는 사진만으로 고소당했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부가 조사하고 판정을 내리는 사이 회사는 또 다른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도저히 어쩌지 못해 투쟁을 하면 보란 듯이 해고했다. 경찰과 법원은 노골적으로 회사편이고 지노위, 중노위에서 복직판결을 받은 경우조차 사측이 불복하고 행정소송으로 걸면 우리가 졌다. 법원에서 해고가 당연하다고 판결이 나오면 중노위는 지네가 한 판단도 뒤집는다.

그사이 세월은 5년이 흘렀다. 최초 해고자가 생긴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말이다. 금속노조의 신분보장기금은 6개월간 두 번 받을 수 있다. 1년 동안 신분보장기금 받은 이후 뭐먹고 사냐고 동지들이 물어보면 대답한다.
“삥 뜯어 먹고살아요.”
그나마 나는 먹여살려야할 처자식 없으니 웃는다.

2003년 해고된 26명 중에 당장 생계가 급한 동지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사람대접 받고 잘 살아보자고 노동조합 가입하고 투쟁하던 동지들이 해고되어 당장의 먹고살 문제를 어쩌지 못해 떠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가슴 속에 돌덩이가 얹혔다.

해고된 후 남아 투쟁하는 동지들은 의장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날마다 출근을 했다. 나와 몇몇 간부는 수배되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천막에서 살았다.
가장 나이어린 동지가 아직 20대였는데 돌 지난 딸아이가 있었다. 날마다 천막으로 출근하던 녀석이 일주일이 넘게 전화도 안 받고 출근하지 않던 어느 날 연락이 되었다면서 남자들끼리 찐하게 술 한잔 해야 한다고 수배된 우리만 남기고 우르르 동지들이 천막을 나섰다. 연락이 안 되다 되었으면 무슨 일인지 물어보면 되지...... 남자들끼리 찐한 술? 의아했지만 이유가 있으려니 했다.

다음날 들으니 아이 우유값이 없는데, 노가다 며칠 했다고, 그런데 다른 사업장에 일자리를 찾아가려니 천막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 마음에 걸려 못 가겠고, 천막으로 출근을 하려니 아이가 눈에 밟혀 출근도 못 했다고 하더란다.

아니, 이런 바보같은 녀석이. 그러면 말을 해야지. 투쟁하다 해고된 동지의 생계는 조직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왜 혼자 속앓이를 하냐고 화를 냈지만 공허했다. 동지들이 마음에 걸린다고 돈 벌러 가지도 못하고 아이 우유값을 걱정하면서 1년을 더 버티다 끝내 떠났다.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그동안 받아왔던 설움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비겁하지 않겠다고 노동조합 가입하고 투쟁하던 동지가 고통받으며 투쟁의 전선을 지키다 떠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생계의 문제이다.

원문숙 동지 어머님이 병으로 수술하셔야 한다고 입원해 계신다. 어머님 간병을 하며 뭐나 제대로 먹고 있을까 싶어 김밥을 싸서 병문안을 다녀 왔다. 당장 입원비며 수술비가 걱정일 것이 뻔 한데, 얼마인지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보지도 못하다가
“보험 들어 놓으신 거는 있니?”
애둘러 물었다. 이러저리 말은 하는데, 대답이 시원치 않다.

사람답게 좀 살아보자고 노동조합 활동한 것밖에 없는데, 내 차라리 세상을 다 뒤엎자고, 우리의 요구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가능하지 않을 일이라면 모르겠다.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라는 것이, 똑같은 공장에서 똑같이 일하면서 동일한 임금을 받자는 것이 뭐 그리 무리한 요구라고, 해고하고 고소하는 뻔뻔한 회사편 날렵하게 들며 공정한 척 하는 경찰, 판사들. 다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한통속이 되어 거대한 현실의 벽으로 막고서 우리의 생존권을 틀어쥐어 흔들 때마다 부글부글 냄비처럼 화가 끓어올라 두고보자 한다.

내 가슴에 얹힌 최초의 돌덩이가 아직 가슴속에 얹혀있다. 바위가 되고 산이 된다.

덧붙임

권수정 님은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 조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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