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안 문제,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들에 정부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는 상황으로 노정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거듭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관철되지 않으면 총파업과 함께 각종 위원회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김대환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총파업, 민주노총이 관계한 각종 위원회 탈퇴를 검토하고 있어 노정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하루 파업에 돌입하면서 광화문에서 96년 이후 노총 최대 인원인 조합원 4만 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열사정신 계승 7·7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 김대환 장관의 퇴진을 거듭 요구하면서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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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일 총파업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모습> |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3권 보장하고 노사정 대화를 파탄내고 친 재벌 정책으로 일관하는 노동부 장관의 퇴진 요구를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장관은 법과 원칙도 없이 자기 감정대로 정책을 펴왔다. 계속되는 독설로서 노동자에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대화할 때 마다 냉소한 곳이 노동부였다”며 김대환 장관의 자세를 집중 비난했다.
계속해서 이위원장은 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해 대화와 사회적 교섭 등 합리적 정책으로 열심히 참여해 왔으나 “‘(김장관은)노총이 한게 무어냐’며 노총을 냉소”했다고 김장관을 맹렬히 성토했다.
이위원장은 이어 노동부 장관 퇴진, 청와대 노동팀 전면 개편, 특수고용직노동자 노동 3권 보장, 비정규직 보호입법, 김태환 열사 사건 진상규명과 적극 해결을 요구했다. 이위원장은 “관철되지 않으면 더 이상 노사정 대화는 없다”며 노사정위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20일 이후 민주노총과 연대해 총파업 투쟁, 각종 위원회 탈퇴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 관계자는 “김대환 장관이 퇴진하면 언제든 파업 철회나 복귀를 할 수 있다”며 김장관 퇴진이 관건임을 밝혔다.
민주노총도 ‘장관 퇴진’
민주노총도 한국노총과 더불어 노동부 장관 퇴진이라는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7월 20일 양대노총 총파업을 예고하고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노사정위원회, 민주노총이 참여한 위원회를 탈퇴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8일 3시 30분 경 광화문 열린 시민공원에서 이수호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덤프연대, 전국공무원노조, 보건의료 노조원 등 3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노동부 장관 퇴진, 특수고용노동자 노동 3권 쟁취, 비정규직 권리 보장법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갖고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 특수고용노동자 노동 3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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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8일 광화문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는 이수호 위원장, 이용득 위원장,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
이수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것이고 사측이 착취하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묻는다. 그러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 노동부 장관이 현실을 모르고 있으며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노동계를 무시하는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연대사를 한 이용득 위원장도 특수고용직노동자 노동 3권 보장, 비정규직 보호 법안 마련을 촉구하면서 “노동자 권리를 최대한 줄이고 사업주를 위해서 법률, 노동정책을 가져가려 한다. 비정규직 법안과 벌써 8개월 간 투쟁해 왔다. 국제단체도 비정규직보호 법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장관은 끝까지 비정규직보호 법안이라고 말한다. 노조가 변하지 않고 반개혁적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없다”며 노동부 장관에 대한 비난을 계속 이어갔다.
한편 이날 집회는 참여가 예정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새벽에 내려진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 중재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해 많은 이들이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장관의 ‘독선’과 불신이 문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연대 총파업을 예고하고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는 강수를 둔 것은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한 노동부와 정권의 친 재벌 정책과 노동부 장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아주 높아진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근래 노동계의 최대 쟁점 사항인 비정규직 법안, 특수고용직노동자 노동 3권 보장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 여당은 물론이고 노동부는 노동계의 요구보다 사측, 재계의 입장을 고려한 정책과 태도를 취해왔다.
비정규직 법안은 노동계가 노사정위에서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요구했지만 노사정위 회담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부, 사측이 무성의로 일관했다고 노동계는 바라보고 있다.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문제도 매우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인데 정부가 일방적인 사측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최저임금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충돌하고 있다.
정부, 여당의 이런 정책은 부의 사회적 양극화 현상, 비정규직 확산, 그에 따른 차별 등으로 노동환경의 열악한 변화를 불러왔다. 이런 상황에서 친 노동계로 알려진 김대환 장관이 취임 후 기대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나아가 노동운동의 성과와 노동계 인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노동계는 노동부 장관에 대한 기대를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노동계의 주장에 따르면 김대환 장관은 노사정위원회에 노동계의 참여와 대화를 유도하기 보단 비난과 냉소를 보여왔다. 최근에 노사정위원회 회담 복귀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조건을 달고 들어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나 노총 이용득 위원장의 “(김장관이)대화할 때 마다 냉소한 곳이 노동부였다. 노총과 노동부가 거꾸로 되었다”는 발언은 노동계와 김장관이 갖는 불안한 관계를 잘 나타내 준다. 또 정규직 법안과 관련한 인권위 권고가 있을 때에도 김장관은 ‘무식하면 용감하다’, ‘길가의 돌은 뽑아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노동계 안팎에서 노동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었다.
노동계와 김장관의 불신, 불편한 관계는 한국노총 충주지역본부장 고 김태환 지부장 사망 사건을 계기로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노총과 노동계는 김장관의 성의 있는 조치를 희망했으나 김장관은 ‘나와 무관한 일’, ‘현장에 가지 않는 원칙’ 등의 독설적 발언으로 노동계의 분노를 샀다. 더구나 노동부가 애도와 성의 있는 조치 대신, 은폐와 축소,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시선은 김장관과의 관계를 대화 가능한 파트너십에서 대화 불가능한, 퇴진을 요구하는 갈등과 반목의 관계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도 한국노총과 연대해 현안 쟁점 사항에 대해 파업 등 연대투쟁 하기로 해 대립 전선을 형성하게 됐다. 이용득 위원장의 “대화할 곳이 없다”라는 말은 노동계의 인식을 나타내 준다.
정부가 대화 자세 가져야
당분간 노·정 갈등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노동계는 김장관 퇴진 시까지 총파업과 노사정위원회 등 각종위원회 탈퇴 등을 강행할 방침이다. 또 김장관도 지금까지 행보에서 보이듯 노동계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 경향이 쉽게 수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김장관 역시 최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퇴진 요구에 대해 노동부 장관은 "‘노조의 장관’이 아닌 국민의 장관으로 노조가 퇴진하라 마라 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노동계의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