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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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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투쟁은 실패도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파업투쟁은 실패가 아닌 진행형..KTX승무원 투쟁, 현장투쟁으로 조직 강화
이원배
정부의 직권중재 회부 속에 지난 3월 1일 시작된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이 익숙한 정권의 탄압과 보수 언론의 ‘시민 볼모론’이라는 포화를 맞고 나흘 만인 4일 위원장의 ‘현장 복귀 명령’에 따라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사실상 철회되었다.

업무 복귀를 두고 정권과 보수 언론은 ‘백기투항’이나 ‘실패한 귀족 노동자의 파업’쯤으로 호도하거나 매도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요구사항을 거의 관철시키지 못하고 대량의 직위해제 등 징계를 받은 현상만 놓고 볼 때는 그렇다.
그러면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정말 정부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백기투항’ 수준의 ‘실패한 파업’인가?

철도노조 관계자들은 단호히 때론 신중하게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표면적으론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나 아직 투쟁이 끝난 것도 실패한 파업도 아니라고 말한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용산역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이날 위원장의 지침에 따라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출처=민중언론 참세상>

‘정당한 요구에 정당한 파업’

파업 돌입도 전에 직권중재에 회부되어 파업 자체가 ‘불법’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교섭은 이루어질 수 없으며 한 조합 간부의 말 대로 “치밀하게 치고 들어온 부분이 옛날 군사정권을 방불케 할 정도”의 공권력의 탄압이 가해지고 대량의 직위해제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파업투쟁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의 파업 현장에는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참가해 열의 높게 파업투쟁에 참가했다. 그 만큼 이번 파업의 의미와 정당성에 대해 공감했고, 내부적으로 조직은 탄탄하고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본부 박성수 조직국장의 말처럼 “이번 요구사항이 임금인상이 아니라 철도 공공성이나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요구”였기에 조합원들도 정당한 파업투쟁을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정당한 요구에 정당한 파업을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런 인식이 있었기에 ‘과거 군사정권을 방불케 할' 정도의 탄압에 업무복귀를 하면서도 이번 파업에 대한 정당성을 조합원들이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성수 조직국장은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더 분개를 느끼는 것이다. 무엇이 공권력을 투입해 이런 식으로 깰 만한 사항이냐에 대해 분개를 느낀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 우리가 절대 진 게 아니다라는 걸 알고 있다. 가슴에 안고 현장으로 복귀했다”며 이번 파업투쟁에 임한 조합원들의 정서를 설명했다.

이를 두고 현장 조합원 내부 조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철도노조는 업무 복귀 이후 파업투쟁을 ‘현장투쟁’으로 전환시켜 투쟁해 가고 있는데, 현장 투쟁에 임하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한다.

박성수 조직국장의 말을 인용하면 “이번처럼 현장투쟁이 힘차게 진행된 적이 없다. 대체로 지도부를 많이 비방하고 했는데 이번에는 지도부를 비난하지 않는다. 단지 공권력 등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조합원이 무너졌지 지도부는 잘 싸웠다는 식이다. 지도부에 대한 믿음이 더 확실해졌고 그에 따라 현장투쟁이 더 힘차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예전의 파업 이후의 상황과 비교할 때 매우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아직 진행 중인, KTX승무원 투쟁

철도노조가 파업투쟁을 철회하고 대부분의 조합원이 업무에 복귀해 공사 측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저항하며 ‘현장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남아 ‘파업투쟁’을 완강히 전개하는 철도노동자들이 있다. KTX승무 노동자들이다. KTX승무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철도노동자의 파업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KTX 승무 조합원들이 서울본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한 조합원이 투쟁 머리띠를 묶고 있다.

KTX승무 노동자들은 철도공사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싸우고 있다. 철도공사는 KTX승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에는 아랑곳 하지 않으며 오히려 ‘KTX관광레저’라는 자회사에 위탁관리하려 하고 있다.

이는 KTX승무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상품 판매까지 떠 맡기는 부당한 조처라고 주장한다. 이런 조처들은 승객이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승무 운영에 어떤 경험도 없는 말 그대로 ‘관광’과 ‘레저’ 업체에 승무 업무를 위탁한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 될 것이다.

KTX승무 노동자들은 이런 공사의 부당한 조처에 맞서 380명 전 조합원이 단호히 공사 측의 조처에 반발하며 파업 투쟁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아직 KTX승무 노동자들을 기만하며 정규직화를 약속하지 않고 있다.

민세원 KTX서울승무지부장은 “파업을 접은 게 아니다. 계속 파업 투쟁하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상태이다. 투쟁하는 길밖에 없어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로서 (한국에) 산다는 것이 수치스럽다. 400여 명 여승무원은 배신감에 치를 떨 뿐이다”며 정부와 공사의 태도에 강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민세원 지부장은 “아직 춥고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어렵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싸우지 않으면 노예 같은 삶을 살 것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지금 참고 싸워야 한다. 정부와 이철 사장이 양심이 조금이라도 돌아올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조합원들은 (우리가) 왜 싸우는지 이유와 목표를 알고 있으며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9일 6시경 KTX승부지부 380명 노동자들은 이탈자 없이 서울지역본부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투쟁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

철도노조 이철의 비정규특위장은 “복귀하더라도 계속 싸울 수 있는 투쟁의지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권력이 전체가 동원돼 때리면 지기가 더 쉽다. ‘다시 일어나서 싸우겠다’ 그러면 그 노조는 실패한 게 아니다. 그런 어려움을 거쳐서 더 강한 노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번 파업에 대해 표면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본조가 파업을 접고 업무 복귀했고 대량 직위해제자 발생했지만 이를 파업의 종결로 보거나 실패로 보는 건 일면적이고 표면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철의 비정규특위장은 이어 “조합원들이 분하고 원통한 게 있지만 우리가 옳다고 확실하게 생각하고 있다. 복귀 뒤에도 농성, 작업거부 등의 투쟁을 하고 있다. KTX승무노동자는 더구나 이탈자 없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진행되는 싸움이지 실패한 게 아니다”라며 현재 진행중인 투쟁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철의 비정규특위장도 현장 조합원의 분위기에 대해 “홈페이지에도 집행부 비난 글은 거의 올라오지 않고 있고 ‘수고했다’, ‘다시 힘을 모아 싸우자’란 글들이 올라온다. 역대 파업을 한 뒤에 (비춰)보면 파업 뒤에 굉장히 희망적이다”라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요구가 정당했다. 구조조정,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차별 철폐, 상시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화 등 중요한 요구가 있었다. 이 요구가 구체적인 노력과 실천이 있었다. 시혜적 차원에서 요구한 게 아니고 정규직과 차별을 일소하라는 요구와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이런 점을 조합원들이 인정해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철도의 공공성 강화라는 의제 설정과 그 주체의 확대'

이번 철도노조의 주된 요구안 가운데 하나가 KTX승무원의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 해소 문제, 장애인, 노약자 등의 혜택 축소 반대였다. 이는 박성수 조직국장의 말을 빌리면 “조중동 보수언론도 일편 인정하는 부분”으로 철도노조가 상업화에 반대하며 철도의 공공성 강화를 주된 의제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밥그릇’싸움이 아니며 대사회 서비스가 상업 논리에 따라 축소되는 것에 대해 반대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철도노조가 이번 파업에서 공공부문의 서비스 축소에 반대하며 공공성 강화를 주된 요구로 설정한 것에 대해 철도정책연구센터 오건호 연구원은 “공론화에 대해 아쉽고 미흡했지만 전혀 없거나 실패는 아닌 것 같다. 충분하지 않지만 이번에 ‘좀 다르네’하는 건 준 것 같다. 사회공공적 의제와 비정규직 의제를 사회적으로 파업형태로 공론화하겠다는 데에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5년 동안의 철도노조가 지향해왔던 사회공공적 노동운동이라는 취지에서 보면 그런 의제를 부분적으로 공론화 시키고 그 주체들을 계속 확대 성장해 가는 그런 자리매김한 파업이었다. 그렇게 보면 긍정성을 많이 가진 파업이었다”며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을 평가했다.

9일 저녁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

철도노조 일부에서는 재파업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정당한 요구이니 만큼 부당한 정부와 공사 측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본부 송호준 조합원은 “재파업의 동력은 충분하지 않지만 자신감만 가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공공부문에서 철도노조의 투쟁이 반드시 승리할 거라 믿고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철도노조만이 아니라 전체 공공부문이 정권과 자본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대해서 그것보다 더 큰 힘으로 저항하고 싸울 수 있는 시간이 머지않아 올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희망적이고 호의적인 평가에도 지금 현실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당장 직위해제되어 해고의 위험에 놓인 조합원들의 징계를 최소화해야 하는 당면한 과제와 KTX승무원, 가려져 있던 새마을호 승무원, 정비창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철폐 문제, 해고자 복직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철도노조는 안고 있다.

그래서 파업 이후에 현장 노동자들의 재조직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철도노조는 충분한 동력을 재충전하여 ‘재파업’도 가능하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철도의 사회공공성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2006년03월10일 18: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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