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내의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고 차별이 심한 것으로 조사돼 정부 부처가 비정규직 확산과 남용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이런 조사 결과에 의해 정부의 비정규직 해결 의지에 대해 노동계로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장 주대환, 이하 정책위)는 최근 각 중앙행정기관, 공기업 및 산하기관, 교육기관 등 공공기관에 대한 비정규직 실태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차별 또한 심한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부 46.9%, 건교부 23.7%로 ‘상위 랭크’
발표된 보고서의 기관별 비정규직 현황을 보면 농촌진흥청(58%), 질병관리본부(64%), 문예진흥원(56.5%)이 비정규직 비율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자리 창출 등 고용안정, 노동시장의 안정 등을 꾀하여 할 노동부 조차 비정규직 비율이 46.9%(직원상담원 비정규직에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행정 부처를 보면 건설교통부 23.7%, 외교통상부 24%, 행정자치부 20.3%, 국방부 20% 등으로 비교적 높은 비정규직 고용 현황을 나타냈다.
비정규직으로 3년 이상 장기 근속한 경우도 37%로 나타났고 특히 건설교통부의 경우 장기근속자 비율이 70.3%까지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정책위 관계자는 “결국 기간제에 대해서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상시적 업무에 계속적으로 비정규직이 남용될 것이 드러난 셈”이라며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주장했다.
비정규직 임금, 휴가 등에서 차별
비정규직 전체의 월 평균임금은 123만 9천 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법무부 90만 1천 원, 통일부 93만 2천 원, 해양수산부 86만 5천 원, 농촌진흥청 83만 4천 원, 특허청 85만 7천원으로 100만 원이 되지 못했다. 이 결과는 2004년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 110만 원에 이르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비정규직은 임금에서 정규직과 차이를 갖는다. 동종·유사업무 수행 정규직과의 임금을 비교해 보면 더욱 확연해 진다.
정규직 월 평균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기획예산처는 52.7%, 법무부는 46.5%, 행정자치부 50%, 해양수산부 40%, 국정홍보처 46.7%, 건설교통부 55.8%, 외교통상부 63.3% 수준으로 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비교적 많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허청 31.9%환경부는 39.6%, 한국광기술원 38.8% 로 조사 기관 중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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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여성은 더 열악한 위치에 있는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약자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비정규직 100%가 여성이었으며, 국세청은 98%, 기획예산처 89.1%, 국가청렴위원회 86%, 외교통상부 86%, 산업자원부 81.7%로 아주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임금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종·유사업무에 근무하는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4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공공기관 내의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이라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직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3.7%인데 비해 비정규직의 여성 비율은 52.8%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정책위 관계자는 “비정규직 업무가 대부분 사무보조, 조리원, 청소원 등 저임금 직종에 몰려 있고 결과적으로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정부에서조아 남녀 차별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 결과에서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여성가족부, 양성평등 교육 진흥원 등 여성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야 할 기관에서 조차 지난 7개월 동안 생리휴가 사용비율이 0%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국립의료원, 질별관리본부, 국림암센터 등도 생리휴가 비율이 0%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혁신인사기획실 담당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6명 있는데 계약 당시 생리휴가가 가능함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사용하는 근로자가 없었다. 아마 무급이라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각종 위·탈법 사례도 빈번
또 이번 조사과정에서 최저임금 미달, 퇴직금 미지급, 년월차, 생리휴가 미지급 등 공공기관의 각종 위·탈법 사례 등이 광범위하게 이루어 진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혔다.
ㄴ 경찰청에서 일용노동자로 근무하는 송아무개씨(28)는 2005년 8월 한달 동안 24일 근무했다. 보통의 여성 노동자의 경우 2005년 8월 한달 동안 월차, 생리휴가 각 하루, 주휴 4일, 공휴일 하루를 빼면 24일 근무를 한 셈인데 송아무개씨는 635,160원을 8월 임금으로 받아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주휴, 연월차, 생리휴가 미지급, 4대보험 미적용 등의 사례는 전 기관을 통해 너무 광범위하게 나타나서 일일이 언급하기 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부터 비정규직 해결의지 보여야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이 상대적이지만 높은 것에 대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남우근 정책부장은 IMF이후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에서 정부 구조조정(down sizing)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 부분의 구조조정에 따라 주로 하위직들에 대한 아웃소싱 등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비정규직이 확산되었다. 예산통제권, 인원통제권을 정부가 이용해 지자체 등에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확산으로 공공기관의 ”공공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문제를 해결을 위해 정부가 “양질의 (고용)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상시업무자의 정규직화, 사유제한 제도화, 지침·훈령 등을 통한 규제 장치가 필요, 무분별한 민간위탁 지양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민간선도 기관으로 정규직화에 앞장서는 모습이 필요하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정책위는 이번 조사에 이어 기관의 확대 추가 조사와 여성 비정규직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으며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보호 법안 입법에 적극 반영시킬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