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와 언론사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연이어 폭로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보험사, 인터넷 업체 등의 내부자가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이 적발되는가 하면, 이동통신사나 유선전화 업체에서 해지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 신상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될 수 있음도 보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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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본권 홈페이지(http://rights.jinbo.net)에서 가져왔습니다. |
최근 언론을 통해 밝혀진 일련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들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보화가 본격화된 지난 몇 년동안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더 큰 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기술이 아무런 안전 장치도 없이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에서 먼저 도입한 CCTV는 다른 22개 구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하며, 삼성 SDI 소속 노동자들이 핸드폰 위치추적을 통해 지난 몇 개월 동안 감시받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지문이나 유전자와 같은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도 법제도적 보호장치 없이 구축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할 법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고유 식별자로서 매우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수집 자체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에서조차 관행적으로 수집하고 있어 위험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기업과 정책 결정자들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발전과 효율성이라는 명분 하에 감시 기술의 도입은 촉진된 반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마련은 한참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이상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현재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는 정보화는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은 사상 누각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몇 년동안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이하 기본법) 제정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설립을 주장해왔다. 기본법은 현행 체제에서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영역을 없애고 국제적인 수준에 맞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준비한 기본법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을 통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기본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독립적인 개인정보 보호기구(가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이미 개개인들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개인정보 침해의 구제, 분쟁의 해결,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령의 입안, 개인정보보호 교육 및 홍보,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사전영향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민간과 공공영역 모두를 포괄해야하며,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 역시 감독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로부터의 일정한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부차적인 문제나 단지 비용이 드는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신뢰성있는 정보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마련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과 민간·공공 영역을 포괄하는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립이 반드시 통과되기를 촉구한다!
2004년 10월 20일
프라이버시법제정을위한연석회의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