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촉발된 현 지도부 사퇴 요구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역, 현장 활동가 등이 중심이 된 노동자들은 현 집행부가 강 전 수석의 비리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이미 지도부는 도덕성 등에 타격을 입고 투쟁 동력을 상실한 만큼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18일 열린 23차 중앙집행위회의에서 사퇴 요구와 관련해 20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 ‘참관투쟁’ “지도부 사퇴”, 잇따라 퇴장
18일 오후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 회의는 지도부 사퇴 문제로 회의 시작부터 공방을 벌였다. 현장 노조원들은 회의 장 뒤쪽에 자리 잡고 회의를 참관했고 건물 밖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이들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회의장 밖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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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역활동가들이 중앙집행위 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현 집행부가 도덕성 등에서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민주노조 운동의 대의를 위해 사퇴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이수호 위원장은 회의 시작 전 인사말을 통해 이번 일에 대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자기 결단에 의해서 책임 있는 방안을 내놓고 협조 구했는데도 상당수 간부들이 반대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문제에 대한 언급을 했다. 이어 “새롭게 조성된 상황에선 새로운 판단이 필요하기도 하다. 새로 조성된 상황과 사태에 대해 기탄없는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조합원들의 토론을 유도했다.
그러나 회의는 위원장이 ‘기탄없는 토론’을 기대한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한 집행위원은 회의 시작 후 바로 발언을 통해 “집행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토론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현 사태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고 바로 퇴장했다. 이에 이위원장은 “새로운 판단을 내릴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곧 이어 다른 집행위원도 현 사태의 책임이 지도부에 있음을 강조하고 이위원장의 결단을 요구하며 퇴장했다. 다수의 참관인들도 함께 퇴장했고 이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예상했던 데로 순탄치 않은 회의였다.
로비에서 약식 집회, “현장의 목소리를 모른다”
정회가 되자 다수의 참관인들과 현장 활동가들 30여명은 1층 로비에 모여 약식 집회를 갖고 지도부를 성토하며 즉각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 활동가는 “민주노조운동의 대의를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 비본질적 안건들을 늘어놓고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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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회가 되자 지역, 현장활동가들이 로비에 모여 약식 집회를 갖고 현 집행부의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
이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의 한 조합원은 발언을 통해 현 지도부가 총 파업 투쟁을 계획만하고 전혀 조직하지 못하고 있어 현장 조합원들은 힘 빠져하고 있다. 현 지도부는 현장 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도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현장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이)한국노총과 뭐가 다르냐고 말한다. 정말 쪽 팔린다”며 지도부를 비판하고 “조합원들에게 사과하고 물러나길 촉구한다”며 지도부의 사퇴를 다시 촉구했다.
계속된 설전, 이위원장 거취 20일쯤 결정
이어 속개된 회의에서도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는 조합원들과 간부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노동자가 회의실에 들어오자 이위원장은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퇴장을 요구했고 이 노동자는 퇴장을 거부하다 앞문 개방을 요구했으나 이위원장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하자 이 노동자는 계속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이때 고성이 오가는 등 실랑이가 잠시 벌어졌다.
이런 설전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지도부의 사퇴 요구가 있는 한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관료화 됐다고 믿는 지도부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불신은 지도부의 생각보다 심각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 본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비리다. 한 사람만 처벌해서는 안된다. 러닝메이트로 나온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 핵심 간부가 비리를 저지른 것은 조합원 전체에 비수를 꽂는 행위다”라고 전체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의 투쟁에 대해서도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 현장 조합원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냈으면 한다. 하반기 투쟁이 무장해제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현장 조합원들은 지도부에 대해 냉소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사퇴 요구가 지배적인 가운데 이위원장은 19일 상임집행위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 뒤 20일 쯤 사퇴 요구에 관련한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혀 이위원장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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