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전사회적인 공감대 속에 추진되어오던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연내 제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 언론보도(아이뉴스24 2004년 2월 2일자,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사실상 내년으로 연기...올 마지막 국회 상정조차 안돼")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입법안이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부처간 이견 조정이 잘 되지 않고 있어, 정부가 정기국회 폐회 전에 법안을 제출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한다.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은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근간이 되는 법이다. 이 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른 개인정보 관련 법률들도 제대로 논의하기가 어렵다. 현재도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개정안이나 위치정보의이용및보호등에관한법률안 등이 제출된 상태이며, 이 외에도 여러 기관들과 의원들이 개인정보와 관련된 여러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법안들의 바탕이 되는 기본법이 제정되지 않음으로써 다른 법안들의 처리가 계속 지연되게 되었으며, 설령 통과된다 하더라도 법적 위상이 매우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특별법이 먼저 제정된 후 기본법이 제정되면, 법안 간에 중복이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안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작정 법안 상정을 미루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시민사회단체들이 몇 년간에 걸쳐 준비해온 법안이 지난 달에 발의된 상태이다. 정부 안이든 시민사회단체들의 안이든 근본 방향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별도의 안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현재 제출된 안을 첨삭하거나 수정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그 과정에서 각 부처의 관계자들을 출석하게 하여 의견을 들으면 될 것이다.
정부의 법안 제출이 늦어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안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 이미 1년이 지났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시안이 마련된지도 반년이 다 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처간 이해 관계를 조정하지 못해서 법안을 제출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울러 법안의 상임위 배정 역시 재고해야 한다. 현재 시민사회단체가 발의한 기본법안이 행정자치위원회에 배정된 상태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은 특정 영역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다루는 법률이 아니라 기본권의 내용을 확정하는 법으로 공공과 민간 영역을 모두 포괄하는 법이다. 이 법에 따라 제정될 개인정보보호기구 역시 특정 부처 산하가 아닌 독립기구여야 한다는 점에는 정부나 의원입법안 제출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법안 발의자들의 의견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 각 기관에 접수되는 개인정보 침해 관련 민원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새로운 개인정보 침해 유형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은 시급히 확립해야 할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사안이며, 중요한 민생 사안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모두 제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
2004년 12월 3일
프라이버시법제정을위한연석회의
(문화연대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 지문날인반대연대 / 진보네트워크센터 / 참여연대 /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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