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한미FTA 협상을 추진하면서 꾸준히 내세우고 있는 주장은 ‘개방과 경쟁을 통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한미FTA라는 수단을 통해 ‘선진형 통상국가 구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세계일류 시장과 경쟁을 통해 우리 경제시스템 전반을 업그레이드 시켜 경제사회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한미FTA 협상을 한국의 ‘국익’에 맞게 진행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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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 공대위 활동가들이 여의도 문화방송 앞에서 FTA 관련 공정 보도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는 문화산업 분야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
정부는 또 한미FTA가 ‘한국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며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는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필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세계화 시대 개방 불가피론 △관세철폐로 인한 대미 수출 증대 △수출 증대에 따른 GNP 및 GDP증가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시장 점유율 우위 확보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고용 증대 및 양극화 해소 △투자 및 서비스 산업 개방으로 서비스 산업 경쟁력 확보 △교육, 의료, 법률 등에서 양질의 서비스 제공 △‘어쩔 수 없이’ 피해 보는 산업 최소화 및 대책 마련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서비스 산업 개방을 통해 국내의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해 한국 경제의 구조를 ‘선진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데 있고 그 목표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물론 ‘선진 시스템’은 정부 논자들도 얘기하듯이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며 한미FTA 추진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 미국식 모델이 한국에 도입되어야 한국 경제가 ‘업그레이드’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할 필요가 생긴다. 이렇게 해서 앞에서 제시한 한미FTA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그러나 많은 부분 한미FTA를 관철시키기 위해 반대론자와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부풀려지거나 근거가 모호한 예상치라고 많은 이들이 지적한다.
한국은 이미 충분히 개방된 시장
정부 관계자들은 구한말의 ‘쇄국정책’을 언급하며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고 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 개방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진다”고 선전하고 있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개방의 불가피함을 강조하며 “구한말 우리는 변화를 거부하가다 을사조약으로 변화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며 지금의 상황을 구한말의 상황에 비유했다. 정말 그런가?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도 충분히 개방된 국가에 속하며 한국 사회가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개방만이 변화이고 나아갈 길이란 것은 억지 논리라는 지적이다.
이미 한국은 1997년 IMF 이후 충분히 개방되었다. 한 연구결과는 한국의 서비스 산업 개방도를 95%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외자 유치를 위해 투자 장벽을 제거하기 시작하면서 투기자본은 한국을 맘대로 드나들고 있다.
KT, 포스코 등 한국의 많은 기업들의 주식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소유이며 국제 투기자본 ‘소버린’은 SK주식을 사들이고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겨 빠져나갔고 제일은행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에 외환은행의 사태에서 보듯이 외국의 투기자본은 개방의 열매를 톡톡히 가져가고 있다. 투기자본 론스타는 4조 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한국에서 철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뭘 더 개방해야 하는 건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대미 수출 증가 효과 미미
정부는 한미FTA 체결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여 중국보다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예로 제조업 분야에서 정부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제시하는 섬유, 자동차, 전자 산업 분야를 들고 있다. 그러면서 NAFTA 이후 멕시코의 대미 수출이 증가한 경우를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서준섭 정책연구원은 한 마디로 “별 효과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한국은 멕시코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물류비용이 적게 들지만 한국은 매우 멀리 있기 때문에 시간과 물류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섬유나 자동차에 있어 미국의 현행 관세율은 대략 9% 정도인데 한미FTA로 9% 관세율이 철폐된다고 해서 미국 시장에서 경쟁 제품인 중국 저가 제품 등과 가격 경쟁이 되지 않으며, 다른 제약들이 없어진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증가할 지는 회의적이라고 설명한다.
또 원자재의 원산지를 따지는 ‘얀 포워드’ 규정에 의해 중국 섬유를 원자재로 하는 한국의 대부분 섬유제품은 정부가 말하는 한미FTA의 관세 철폐와 별 영향이 없다. 한 마디로 섬유 산업은 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 자동차 소나타의 관세가 2.5% 정도인데 이 관세가 철폐된다고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섬유산업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이 관세율 25%인 SUV차량과 픽업트럭 부분이다. 이 차종의 관세가 철폐되면 특히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한국의 자동차 업체는 SUV차량과 픽업트럭을 생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주장하는 자동차의 대미 수출 증가는 근거가 희박하다. 정태인 전 경제수석은 “현대차 입장은 중립적이다. 한미FTA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손해도 크게 이익 볼 것도 없다”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정태인 전 경제수석은 “이렇게 준비가 안 돼 있다. 업계에 물어만 봐도 될 일”이라며 정부의 졸속 추진을 꼬집었다.
관세 철폐돼도 중국과 경쟁 안돼
비교우위를 점하며 한미FTA로 관세철폐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자산업 역시 정부의 기대대로 확연한 수출 증가 효과가 없다. 이미 많은 전자산업, 특히 반도체 분야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많이 하고 있고, 미국의 관세율(수입액 고려 평균실행관세율)이 1.5% 정도인데 이 관세율 철폐로 전자제품을 비롯한 공산품의 수출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장하는 한미FTA로 인한 관세 철폐 혜택은 아주 미미하다고 정태인 전 비서관은 지적한다.
역시 정부가 주장했던,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인다는 이른바 미국 시상 선점론도 근거가 희박하다. 2004년 미국 시장 점유율은 3.14%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등의 진출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 점유 순위는 1995년 8위에서 2005년 7위로 상승했다(서준섭, ‘한미FTA의 의미와 배경’,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또 위에서 지적했듯이 그리 높지 않은 관세율이 철폐된다고 해서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의 제1교역 상대국이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날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성장하면 한국의 수출량도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에 중국 위협론은 설득력이 없다. 한마디로 정부가 한미FTA를 체결하려고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는 양극화 심화시킬 뿐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국정브리핑 기고문에서 “교역을 활성화하여 성장을 촉진하고 미국은 물론 제3국으로부터의 외국인 투자를 유입시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미FTA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되고 사회안전망 확보 여력이 생겨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주장은 아주 현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현실을 호도하려는 거짓 전망에 불과하다.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이 제조업 분야에 직접 투자하는 일은 매우 드물며 외국인 투자라는 것은 익히 봐왔듯 M&A를 통한 기업 인수 합병이다.
M&A가 되면 구조조정으로 노동자 정리해고가 시작되며 노동자들은 대량해고, 감원,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게 된다. 한국에서 그런 과정을 너무 많이 봐 왔고 기업들은 이 전략을 숨기지 않는다. 대량 해고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되거나 실업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나프타를 체결한 멕시코의 대다수 노동자들이 나프타 이후 비정규직으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FTA가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혹 외국인 투자로 고용 창출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주장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될지는 너무나 불확실하다. 이윤의 무한 창출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들어오는 외국 자본이 정규직으로 안정된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근거는 어디에서 오는가? 정부는 희망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협상 체결되면 2~3년 내 50만 명의 실업자 발생
우선 농업 분야만 해도 한미FTA가 발효되어 미국의 농산물이 들어오면 그 피해는 자명한 일이다. 농촌은 황폐해질 것이며 농업을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이들은 실업자 또는 산업예비군으로 전락할 것이다.
협정 체결 후 2~3년 내에 1차적으로 4~50만 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 예상되며, 2차적으로 연관산업이 붕괴되면서 더 많은 실업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임금 감소, 노동환경 악화,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야기한다.
서준섭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미FTA가 발효되면 약 53만 명의 실업자가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해고, 실업, 비정규직,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한국사회는 이미 IMF를 겪으면서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다. IMF도 외자유치란 명분으로 시행된 구조조정이었으나, 외자를 유치해서 노동자, 민중의 삶이 나아졌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 그런데 전면적 투자 개방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정부만 이 사실을 모르거나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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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moon, 출처=민중언론 참세상> |
서비스 산업 개방은 미국 자본에 통째로 넘기는 일
정부가 한미FTA가 추진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서비스 산업을 개방해 국내의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경제의 시스템을 미국식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이다. 또 외국의 서비스 산업이 들어오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서비스 산업 개방은 실상 미국 자본이 강하게 요구하는 부분이다. 잘 알려졌듯이 미국의 서비스 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런 막강한 자본을 소유한 미국의 서비스 산업 자본이 들어오면 한국의 서비스 산업은 대부분 몰락하거나 미국 자본에 인수합병(M&A)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물과 전기 등의 에너지 분야와 교육, 의료, 금융, 법률 분야로서, 이 분야는 미국의 자본이 집중 겨냥하고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IMF때에도 그랬지만 꾸준히 한국의 국영, 공기업을 사기업화 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자본이 서비스 산업 분야를 목표로 M&A를 시도하면 한국의 서비스 산업은 상당수 미국 자본에 넘어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자본에 넘어간 서비스 산업은 공공성이 포기된 채 자본의 이윤 창출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은 자명하고, 미국 자본으로 넘어가지 않은 부분 역시 그 길을 따를 것이다.
법률과 법률 서비스가 발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 독일은 법률 시장 개방 이후 영미권의 법률회사가 시장을 거의 다 점유해 잠식당했다.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영미권의 법률회사 잠식으로 법률 서비스의 공공성은 현격히 약화되었다.
교육, 의료 분야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교육, 의료 산업은 현재 영리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 미국은 이 부분의 영리법인화를 꾸준히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FTA가 체결되면 비관세무역 장벽 해소라는 명분 아래 이 분야도 영리화되어 투자 대상이 될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교육, 의료 산업 분야가 영리법인화로 투자 대상이 되어 막강한 미국 자본의 영향 아래 놓일 때 교육, 의료는 공공성을 상실한 채 이윤 추구의 대상이 될 것도 확실하다. 가까운 한 예로 한국 정부는 4대 선결 요건 가운데 하나인 의약가 선정에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양극화 구조 고착, 불평등 심화
정부는 이런 개방과 경쟁을 통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식 모델, 서비스 산업 위주로 한국 경제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미국의 대자본과 마찬 가지로 한국의 대기업, 대자본 중 일부는 경쟁력이 있어 어느 정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형병원이 영리법인화를 요구하면 한국의 대형병원도 영리법인화를 요구해서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 할 것이다. 건강보험에 사보험을 도입해 보험료 인상, 공적인 건강보험의 붕괴, 의약가 상승 등이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인상되는 요금은 고스란히 민중에게로 전가된다. 즉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더 나은 조건의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한국의 대형 자본과 대기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해 더 거대해지며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상시적인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을 확대할 것이다. 또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꾀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국 대기업의 경쟁력은 확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철저히 대기업, 대자본 위주로 진행된 경제질서 재편에서 대기업과 대자본의 경쟁력이 확보되는 경제체제가 안정적이고 건강한지는 의문이다.
소수 대기업 위주로 재편된 경제질서에서 중소기업, 하청 회사,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대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권리를 침해당하고 생존을 위협받는다. 대기업의 경쟁력은 수 많은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경쟁과 수탈 위에서 확보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거의 전 분야에서 진행될 것이다.
한 예로 유통 시장에서 외국의 ‘월마트’나 ‘까르푸’와 경쟁해 이겼다고 정부가 내세우는 한국 ‘이마트’의 경쟁력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살펴보면 쉽다. ‘이마트’의 성공을 위해 문을 닫은 수천 개의 영세상인들이 ‘이마트’ 성공의 수혜자인가? ‘이마트’에 고용되어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혜자인가? 결국 한국의 ‘이마트’나 미국의 ‘월마트’나 한국의 영세상인들이 문을 닫는 건 똑 같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에 내몰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마트’이던지 ‘월마트’이던지 대자본일 뿐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는 별 관계가 없다. 경쟁력 확보라는 것은 대자본의 이해일 뿐이다.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자본 경쟁력=국가 경쟁력이라는 주장은 자본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오래된 습성이다.
미국식 경제 모델 이식은 실패가 뻔한 일
한국 정부와 경제 관료들은 한국의 경제체제를 미국식으로 재편하고 싶어 한다. 한국의 정체된 경제성장과 경제문제들을 ‘외부 쇼크’에 의해 개혁, 해결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러고 싶어 한다. 이번 FTA를 통해서 외국 자본, 특히 미국의 자본과 기업이 한국 경제에 들어오면 개방과 경쟁을 통한 한국 경제와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체질 개선,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무역수지 증가, 세계화 시대 개방 불가피, 양극화 해소 기여, 경제 체질 개선이란 선전을 하고 있다.
이태식 주미대사가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한미FTA 협상 출범은 비록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이제 과감히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이나 한덕수 부총리의 “FTA는 금융, 의료, 교육, 법률, 회계 등 고부가가치형 서비스 산업 발전의 촉매제가 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것”이란 말은 이번 FTA를 추진하는 정부 관료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그러나 외국 자본의 진출에 따라 한국 자본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체질을 개선해 ‘외부 쇼크’로 정체된 한국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일부 한국의 대자본이 미국식 경제 모델을 선택하고 모방해 체질 개선을 한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선진 경제’가 된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미국은 철저히 공적 영역을 사유화하고 사적 기업화하여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는 미국 자국 내에서도 철저히 관철되고 있다. 미국은 만성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엄청난 부채의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건 달러와 군대라고 정태인 전 비서관은 지적한다. 또 미국의 경제 시스템은 미국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미국식 경제체제를 한국에 이식시키려는 노력은 올바르지도 않을 뿐더러 실패하고 만다고 덧붙인다. 결국 한미FTA는 한국 경제체제를 미국식의 신자유주의 체제로 급속히 변화시키며, 양극화를 고착하고 생산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다.
자본의 경쟁은 자본가의 경쟁일 뿐이며 이 경쟁은 노동자, 민중을 길고 깊은 경쟁체제 속에 속박시키며 삶을 파탄낼 뿐이다. 민주노동당 서준섭 정책연구원은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한다고 하지만 누구를 위한 효율성인가”라고 주체의 문제를 물으며 결국 소수 자본만을 위한 효율성이라고 강조한다.
FTA, 한미FTA는 일부 자본의 이윤만을 위한 체질 개선이며 효율성 제고를 통해 공공 영역을 사적 이익의 수단으로 최적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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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무역수지 증가 ‘글쎄’ ... 미국식 체제 이식은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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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 통해 정부 한미FTA 추진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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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4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한 [한미FTA 강연회] 중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미FTA의 진실"이란 주제로 한 강연의 요지를 정리한 것이다. 정태인 전 경제수석은 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의 정치적 배경과 FTA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발표가 많은 허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서는 앞 부분을 생략하고 한미FTA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분을 정리해서 싣는다. 많은 분량의 강연을 대폭 줄여 요지로 정리하다보니 전체적인 배경과 세세한 맥락이 생략됐음을 밝힌다. 하지만 강연의 전체적인 주제와 맥락을 훼손하거나 왜곡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 편집자 주
얼마나 준비가 안 돼 있느냐, 하나도 준비 안 돼 있다. 한일 FTA는 5년을 준비했다. 산관학 세미나 자료만도 100권이 넘는다. 한미FTA에 대해서는 2월 협상 개시 발표까지 정부 발주 건이 3건에 불과했다. 정부 경제정책 연구들도 2004년 말까지 한미FTA 할 거란 걸 아무도 생각 못했다. 2009년이나 2010년에 한미FTA를 시작할 거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정부가 한미FTA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미국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제조업까지 경쟁력을 높여서 중국에 앞서 간다는 것, 이런 중국위협론이 갑자기 대두됐는데 미국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한미FTA 하면 미국 시장을 늘릴 수 있는가? 정부가 주장하는 분야가 섬유, 자동차, 전자분야이다. 섬유는 '얀포워드'라는 원산지 규정이 있다. 개성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거냐 말거냐는 문제이다. 싱가포르에서 소니가 생산을 하면 이게 일제냐 싱가포르제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섬유는 옷의 실의 원산지를 판단하는 것인데, 대부분이 중국산이기에 얀포워드에 따르면 이건 중국산으로 취급된다. 수출이 늘지 않는다. 싸게 팔 수가 없다. 미국에서 중저가 분야에서 중국하고 경쟁이 되지 않는다. 얀포워드와 중국산 때문에 한미FTA를 하더라도 경쟁력이 없다고 업체는 설명한다.
자동차는 더 희극적이며 비극적이다. 외교부 문서와 KIEP가 자동차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놓는 근거가 SUV와 픽업트럭이다. SUV와 픽업트럽을 한국은 생산하지 않는다. SUV와 픽업트럭이 관세가 25%이고 이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하는데, 한국은 이 두 차종을 생산하지 않는다. 한미FTA 하려고 하는 데 국내 산업의 의견도 안들어 보고 취합도 안한 것이다. 현대의 입장은 한미FTA에 중립적이다. 손해도 이익볼 것도 없다는 것이다.
전자분야의 경우 가장 큰 반도체를 이미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관세와 관계가 없다. 만약 관세가 높다면 고급 백색가전은 조금 더 팔릴 수 있으나 전자제품도 큰 의미는 없다. 미국시장에서 전자제품 수출이 늘어날 것이다? 근거가 없다.
다음으로 생존의 필수라고 얘기하는 게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80%라고 하는데 사실은 70%이다. 내수가 너무 나빴다. 정상적인 경제 정책가라면 높다면 낮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한미FTA를 하자는 것은 대외의존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내수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된다. 내수는 기본적으로 임금이다. 내수 필요없고 계속 임금 낮춰서 대외의존도를 120%로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정책이다.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특히 미국에 의존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미국은 쌍둥이 적자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이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미국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미국은 특권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달러와 군사강국으로의 안정성이 있다. 세계 경제가 위기가 오면 미국의 국채를 더 산다.
내수를 높여 대외와 국내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수출 위주로 가고 국내의 노동, 임금은 논외로 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반동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으로 유지될 체계가 아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달러와 군사적 최강국이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절대로 유지될 수 없는 시스템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또 펴는 논리가 전 세계 FTA가 129개나 되는데 우리만 소외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WTO의 인정을 받는 높은 수준의 FTA는 18개 밖에 안 된다. NAFTA도 높은 수준의 FTA는 아니다. 미국이 하려고 하는 FTA는 뭐냐면 WTO의 인정을 받는 높은 수준의 FTA를 만들어서 이후에 다른 나라에게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FTA는 맺을 수도 없고 맺어서도 안된다.
실제 협정을 맺어서 효과를 본 경우는 답이 없다. 강대국과 하면 더욱 힘들다. 강대국이 유리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전체 이익 중에 미국이 더 가져간다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은 슈퍼 301조, 보복관세, 한계관세 등을 수시로 하는 나라다. 깡패하고 협약 맺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제조업은 모르겠으나 화학, 의약은 미국에서 제조업 쪽에서 가장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그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통계분석을 해보면 민감도가 매우 높게 나올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화학, 의약쪽은 어떻게 할 것이냐 대책이 있어야 하는 데 대책이 없다.
대외의존도도 높은 데 계속하는 이유가 서비스업이다. 특히 사업서비스 분야는 한국이 굉장히 약하다. 컨설팅, 금융쪽, 법률 쪽, 회계는 약하기 때문에 개방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개방해 통째로 미국 기업에 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경험했다. 금융 개방하니 미국이 다 먹었다. 독일이 법률이 강한데 개방하자 마자 영미계 법률회사들이 거의 다 장악했다. 서비스업을 통째로 넘겨주겠다는 것, 금융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을 했지만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구조조정은 아니다
교육, 의료는 아직 관심을 크게 갖지 않고 있다. 방송도 미국 자본의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양허 안, 미국의 요구 안에 없다. 노동자에 대한 영향은 대폭적인 해고다.
'BIT2004'는 돈 되는 건 다 대상이다. 돈 된다고 들어왔는데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제소할 수 있다. 환경하고 노동이 주 대상이고 제소할 수 있다. 미국이 진 경우가 거의 없다. 결국 서비스업은 통째로 미국에게 넘어 갈 것이다. 대기업은 서비스 혜택을 받을 것이나 중소기업은 혜택 못 받는다.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모든 대형은 한미FTA에 반대 안한다. 미국에게 규제를 풀어주는 것만큼 한국의 대형 기업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다.
한국은 두 개로 쪼개질 것이다. 의료산업이 영리법인화되면 부자들은 건강보험에서 빠져 사보험으로 옮겨 가고 다음 계층에서도 그런 상황이 나타난다. 결국 건강보험이 붕괴할 것이다. 이건 미국의 현실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성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다. 한전, 수자원공사, 상하수도 등 다 민영화 될 것이다.
내셔날 챔피언을 키워야 한다고 하지만 미국 자본이나 국내자본이나 똑 같은 것이다. 이마트나 월마트나 구멍가게 망하는 건 똑 같다. 국민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식 개방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일 것이며 심각하게 양극화될 것이다. 미국과 FTA를 맺는다는 것은 미국 시스템을 그대로 복사해서 넣는 것이다. 결국 양극화 심해지고 증세에 의해 해결한다는 것은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중산층의 하향평준화가 될 것이며 두개의 한국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의해 '투 내이션'(two nation, 두 개의 국가)이 될 것이다.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고 합의되지 않은 것은 미국과 합의하면 안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미 협정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 마련하는 것은 쉬운데 미국 것 베끼면 된다. 상황도 잘 모르면서 진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미국은 칠레나 일본이 아니다. 대단히 위험하다. 계속 지적해서 말을 하게 해야 하고 국민들의 요구를 전달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아직 잘 모르고 있다.
한국 제조업엔 별 도움 안되고 서비스업은 미국에 다 넘겨주게 된다. 그나마 있는 공공성은 붕괴될 것이다. 무조건 막아야 되거나 오래 준비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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