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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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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의결단위 할당, 사업 대표성이 중요하다
민주노총 혁신과제 연속기획 2
기획취재단
지난 2월 21일 제37차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조직혁신안이 4호 의안으로 상정되었다. 민주노총 조직혁신위원회에서 만든 조직혁신안 10가지 가운데 대의원대회에 본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세 가지다. 그 가운데 노동넷방송국이 연속기획으로 다루고 있는 비정규직 의결단위 할당과 관련된 안건은 ‘대의원 선거제도 개선과 소수할당제 실시’다. 그러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이 안건을 다루지 못했다. 임원 선거가 끝나고 바로 유회되었기 때문이다.

전비연 추천으로 민주노총 부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이남신 후보의 낙선으로 비정규 할당제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회된 제37차 대의원대회에서 다루지 못한 중요 안건을 다루기 위해서 열리는 제38차 대의원대회에 다시 상정하게 될 규약 개정안은 ‘비정규 할당은 관련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한다’는 신설 조항이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3개월 이내에 관련 규정을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하게 된다.

비정규직 할당제도는 민주노총 의결단위에 소수할당제를 처음 도입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1월 11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부위원장을 두자는 안건이 부결되고, 37차 대의원대회에서 전국비정규노동조합연대회의(아래 전비연)가 추천한 부위원장 후보가 떨어지는 상황과 겹치면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비정규직 할당제도, 관심 높아져

비정규직 노동자 할당제도에 찬성하는 조합원(71.5%)이 반대하는 조합원(6.7%)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상급단체 간부들로 갈수록 찬성하는 입장은 더욱 높아서 80.3%에 이른다(민주노총 조직혁신을 위한 의식조사 결과보고서 2005. 6). 이 결과로만 보자면 다음에 열리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규약을 신설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비정규직 할당제도 관련 규정은 복잡한 사정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서비스연맹 김형근 위원장도 같은 의견이다. "지난 1월 11일 중앙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부위원장을 두자는 안건이 부결된 것은 원칙까지 반대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제도가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은 점을 생각해서 포괄적으로 다루자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직혁신안에 들어가 있는 내용인데 쟁점을 선점하듯이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앞 이야기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도 있다. "비정규직 할당제도를 섣불리 내걸고 찬반을 물어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과정에 충실함을 둬야 한다. 왜 비정규직 할당제도를 제기하고 있는지, 민주노총 구조가 어디부터 잘못되어 있는지 넓게 논의를 모아야 한다". 전비연 구권서 의장의 말이다.

둘 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야기가 할당 방식까지 들어가면 사뭇 다른 이야기로 흐른다. 김형근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방식까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의무금을 내는 만큼만 할당을 줘야지 그 이상 할당을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조직 형식에만 치우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조직 골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전비연 구권서 의장의 생각은 아주 다르다. "조직된 비정규직만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규모의 10% 정도 수준이다. 그 정도도 반영을 안한다면,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계급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받을 때, 과연 자신 있게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에 2% 할당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슨 음료수 광고 이야기도 아니고 정말...모멸감을 느낄 정도다".

이 두 사람이 특정 의견집단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 두 사람 이야기를 듣다보면 비정규직 할당제도를 둘러싸고 의견이 왜 충돌하고 있는지, 아직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디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지 말뜸(화두)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바로 과잉대표성과 과소대표성이다.

한 조직에 속한 특정 집단이 그 조직에서 차지하는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표성을 차지하고 있다면 과잉대표 하는 것이다. 반대로 특정 집단이 그 조직에서 차지하는 규모에 비해 대표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과소대표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할당 제도는 과소대표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하는 방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민주노총에 속한 비정규직이 6만 5천명인데 지나치게 높은 비율로 할당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과잉대표성 불가론’이다. 이에 따르면 민주노총에 속한 비정규직에게, 민주노총 규약에 정한 대로 대의원 130명(조합원 500명 당 대의원 1명)만 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조직 내 과잉대표성 불가론’이다.

이와는 반대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반영하자면서, 턱없이 부족한 비율로 할당을 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과소대표성’이다. 이에 따르면 민주노총에 속한 비정규직 조합원 규모만 따질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이해를 대변해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가 1,000만 명을 넘나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대의원을 많이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계급 내 과소대표성 해소론’이다.

‘과잉대표성 불가론’과 ‘과소대표성 해소론’

민주노총 비정규직 할당제도는,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조합원이 많지는 않더라도 전체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이들을 조직하는 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하여 보다 많은 대표성을 주자는 뜻에서 만드는 제도다.

민주노총 규약대로 한다면 조합비를 납부한 조합원만 조합원 자격을 갖는다. 이미 제도로 시행하고 있는 여성 부위원장 할당제도는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여성 부위원장 할당제도를 도입한 때 민주노총 여성조합원은 전체 조합원 가운데 약 23%를 차지하고 있었다(‘노동조합 내 여성 참여 증진을 위한 방안 고찰’이라는 논문에 의하면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여성 비율은 6.97%, 대의원은 6.24%라고 보고하고 있다). 민주노총 여성 부위원장 할당제도는, 중요 의사결정 기구가 이들 여성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위원장에 여성 30%를 할당한 것이다.

‘과잉대표성 불가론’에 따르면 구태여 규약을 손 봐가면서까지 비정규직 할당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공공연맹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은 의무금을 내는 조합원이 500명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배정 기준에 의해 대의원 1명을 배정 받고 있다.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은 의무금을 내는 조합원 600명이 민주노총 대의원 배정 기준에 맞게 대의원 1명을 배정 받는다. 특수고용조직인 화물연대는 의무금을 내는 만큼 대의원 배정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에 제대로 배정을 받고 있고, 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는 지난 11월부터 조합원 8,000명이 의무금을 내면서 다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부터는 대의원을 배정 받을 수 있다.

일부 대의원을 제대로 배정하지 않은 산업연맹이 있다면 규약을 제대로 지키도록 권하거나 감시를 하면 될 일이다. 굳이 조직혁신위원회에서 계급적 단결 따져가며 대의원대회에 규약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민주노총 조직혁신위원회는 소수할당제를 제안하는 취지를 ‘노동계급 내(‘조직 내’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수자의 처지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와 계급적 단결 원칙을 대중적으로 천명’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제36차 대의원대회 회의자료 65쪽, 제37차 대의원대회 회의자료 66쪽).

민주노총 조직 구성 원리만을 고집한다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와 계급적으로 단결하고, 의견을 반영하고, 참여를 보장하려는 취지는 살릴 길이 없다. (지나쳐서 좋을 게 없으니) 비정규직 할당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안 되겠지만, 민주노총에 속한 비정규직 규모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할당이 갖는 의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할당비율을 꾸준히 올리는 것도 방안

민주노총이 앞서서 도입한 여성할당제에 대해서, 형식만 있고 내용은 없다는 비판이 여성잡지에 실렸다. 여성주의 잡지 ‘일다’ 윤정은 기자는 민주노총 여성할당제도에 대해서 "성별 비율에 맞춰서 여성 대표를 끼워 넣기 쯤으로 생각하는 남성 위주의 노동조합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공연맹 권수정 부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고, 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내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할당제를 한 것인데, 워낙 사람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사람들을 끌어 앉혀서 정한 비율을 채우는 것도 힘들다"고 말한다. 비정규직 할당제도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비정규직 할당 선출 방식으로 ‘일정한 비율을 산업연맹에 배정하고 연맹이 민주노총 파견 대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꼽을 수 있다. 몇 %로 비율을 정할지 모르겠지만 정한 비율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한 조직의 특정한 집단이 자기 의견을 반영하고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30% 이상 할당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비정규직 할당을 30% 이상 채우자는 것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민주노총에 속한 비정규직 조합원 규모를 감안해서 2006년에는 15% 할당을 정하고, 매년 10%씩 비율을 올려서 3년 안에 35% 비율을 채우도록 할 수도 있다. 이런 방안은 민주노총과 산업연맹이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 확대에 보다 많은 비중을 싣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하는 뜻도 담고 있다.

사업 대표성과 책임성도 다해야

비정규직 할당제도의 틀이 정해지면 사업 대표성과 책임성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성과 책임성은 규정이나 규약으로 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할당제도가 여전히 안고 있는 과제가 바로 사업 대표성과 책임성이다.

공공연맹 권수정 부위원장은 ‘노동조합 운동을 하다보면 남성화된 여성이 간부가 되는 경우가 있다. 교육 등을 통해서 극복하려 하지만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여성들이 하나로 못 올라가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비정규직 할당제도 도입 안건이 대의원대회에 올라가 있고, 앞으로 중앙위원회가 규정을 만드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사업 기구를 두는 문제까지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여성위원회처럼 회의체계만으로 비정규직 사업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일상적인 사업 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이 전략부문별 전략조직사업단을 구성(비정규조직센터 2006 사업계획)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은 사업의 핵심을 짚은 것이다. 그동안 비정규직 사업에서 사업 대표성과 책임성을 가진 기구가 필요했는데, 이제 전략조직사업단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 것은 전략조직사업단에 전비연을 결합시켜 폭 넓게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전비연 앞 조직인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는 지난 2004년 8월, 연대회의를 민주노총 공식 기구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 뒤 여러 차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답을 듣지는 못했나 보다. 비정규직 할당제도 등에 대해서 깊은 의견을 모으지 못했던 때라서 선뜻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략조직사업단에 전비연을 결합시키는 것은, 전략조직사업단의 사업 대표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전략조직사업단과 전비연이 따로 움직이면서 생기는 불필요한 중복이나 갈등을 조절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전략조직사업단은 일상적인 조직 확대 사업도 해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의견을 모으고 반영하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보다 많은 역량이 필요한 영역이다. 민주노총이 전략조직사업단을 만들면서 전비연이 형성해 온 연대투쟁의 흐름과 한계를 담아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사업의 대표성과 책임성을 가지는 든든한 사업 기구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 양산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몇 년 동안 많은 노동자들이 몸을 던져 막았던 둑이 무너진 셈이다. 중요한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민주노총 중앙위원회가 ‘과잉대표성 불가론’을 선택할지, 계급적 단결 원칙을 대중적으로 천명하는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 공동취재(조대희, 한수정, 김수목, 이원배, 신현훈)
2006년02월28일 14: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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