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권은 일관성이라도 있었다. 방법론은 차치하고 IT산업의 중요성만큼은 제대로 인식했다. 그리고 박정희식 방법을 빌려 양적성장을 노렸다. IT산업에 정부돈을 퍼넣었고, 대기업 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www 글자만 붙었으면 장난삼아 만든 사이트에도 투자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 냈다. 결과적으로 수 많은 국민들이 쌈짓돈마저 털어넣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졌지만 DJ는 그 분위기를 몰아 한국이 IT산업에서만큼은 그나마 세계 선진대열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었다. 물론 핵심 기술은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종속되어 있어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다음 단계를 꿈꿀 수 있는 분위기만큼은 만들었다.
정책은 캐치플레이즈다. 박정희는 '새마을운동', '수출입국', '중공업우선'으로 성공했다. 등소평은 '흑묘백묘론'으로 노선을 정리했다. 강택민은 3개 대표론을 내걸었다. 노정권에는 경제를 타켓으로 하는 캐치플레이즈가 없다. 목표가 없다.
목표가 없는 정권은 실패한다. 노정권에는 철학이 없다. 철학이 없으니 캐치플레이즈가 없다. 굳이 말한다면 노정권의 경제정책은 그 유명한 '방임주의'이다. 노정권의 IT산업 정책 역시 방임이다. 경제에서 방임은 결국 힘있는 자가 정글을 지배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는 암묵적 '독점자본 중심 정책'이다.
IT산업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 재재재하청식으로 4차 5차 하도급 구조에 편성되어, 원가 이하로 기술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 중소기업의 책임인가?
DJ정권의 양적 성장론에 휩싸여 기술기반없이 IT산업에 편성당한 노동자들이 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실업신세로 전락하고,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이 전부 노동자의 책임인가?
대기업과 그에 연결된 기업 관련자는 그래도 배부르다. 그 대기업은 서슴없이 관련 산업을 해외로 이전한다. 이전해서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 대중에게 분배가 된다면, 지금처럼 내수부진으로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사태가 계속될 것인가?
경제나 정치나 모두 한 가지다. 기반이 튼튼하지 않고는 오래 가지 못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경제는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하며, 중소기업이 튼튼하려면 대기업 편향 정책으로는 안 된다.
중소기업 IT 기업 노동자들이 발표한 'IT산업 노동자의 현실' 보고자료서는 노무현 정권의 대기업 편향 IT 정책에 항의하는 노동자의 소중한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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