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산재불승인 철회를 요구하며 70여일 째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농성을 해오던 하이텍알씨디 (지회장 김혜진) 조합원들이 집회 도중 난입한 경찰들에 의해 강제 해산 당하고 고공 농성에 들어갔던 4명의 조합원들이 SWAT(경찰특공대)에 의해 전원 연행되었다. 집회 강제 해산과 연행 과정에서 하이텍알씨디 지회장의 팔이 부상당하는 등 부상자가 발생했다.

17일 2시 10분경부터 영등포 근로복지공단(이사장 방용석, 이하 공단) 앞에서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산재승인 쟁취를 위한 집중 집회가 진행 중이었고 공단 앞에 10여m 높이의 철재 구조물을 세우고 고공 농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시간 근로복지공단 안에서는 공대위 위원들과 공단 관계자 간의 2차 면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전 행사가 끝나고 본 행사가 시작된 3시경 경찰 병력들이 집회 대오로 난입하고 시위대를 마주하고 대치했다. 경찰 병력은 집회 대오들을 맞은 편 벽 쪽으로 밀어붙이며 고립시키며 집회 대오들을 물리적으로 진압했다. 여기저기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충돌이 일어났다. 경찰은 플래카드 등 선전물들을 철거했다. 합법 집회의 진압에 대해 지휘관은 “지시가 있었다. 영등포서에 물어봐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또 한 지휘관은 “작전 지역에 있으면 위험하다. 나가라”는 말을 했는데 ‘작전’이란 말까지 사용한 것을 보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진압으로 보여 공단 앞에 세워진 철재 구조물이 불법이라 진압했다는 것은 단순한 명분으로 보인다.
또 근로복지공단의 면담 직후에 이루어줘 공단 측이 면담에 처음부터 면담에 아무런 성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경찰 병력을 사이에 두고 집회 대오가 대치하면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던 4시 20분경 경찰특공대(SWAT)가 투입돼 철재 구조물 농성장에 올라갔던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금속연맹 관계자가 경찰 병력이 정리되면 내려오게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바로 경찰 특공대가 투입됐다. 투입된 경찰 특공대에 농성자들은 저항했지만 힘없이 팔이 꺾이며 8분여 만에 제압당했고 준비된 사다리차로 내려져 영등포 경찰서로 연행됐다. 진압 과정에서 하이텍알씨디 김혜진 지회장이 팔에 부상을 입고 잠시 실신했다 깨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특공대의 투입에 분노한 시위대가 항의하며 돌파를 시도하자 경찰은 소화기를 뿌리며 대응했다. 경찰과 시위대는 대치하며 간헐적으로 충돌이 계속 이어지면서 항의 집회로 전환해 산재승인 쟁취를 위한 7명의 단식단 출범식을 갖으며 집회를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저녁 7시 40분경 경찰 병력이 남은 시위대를 진압, 해산시키고 농성장을 철거했으며 노숙 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전원 연행해 갔다. 이로써 하이텍알씨디 투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편 면담에 참가했던 하이텍알씨디 측 관계자는 면담의 성과에 대해 기존의 입장인 ‘재심사 불가’, ‘재심의 청구’ 등의 말만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 수준에서 머물렀다고 전했다. 또 공단 측은 “똑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공단 측에서 진압 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례적 경찰 특공대 투입 과잉 진압 논란

연행 과정의 경찰 특공대 투입에 대해 과잉 진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아무리 고공 농성이라지만 경찰 특공대가 투입될 만한 상황이었냐는 것이다. 그리고 노조 관계자들이 내려갈 의향이 있음을 전달한 상황에서 더구나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사람에게 대테러 진압을 주 임무로 하는 경찰특공대의 투입에 의한 진압과 연행은 과잉 진압이 아니냐는 목소리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가는 경찰특공대의 주 임무를 고려할 때 “과잉 진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공단의 시설관리팀은 병력 요청에 대해 ‘잘 모르겠다’, ‘아는 바 없다’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병력 요청이 공단 측의 승인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고 병력 요청이나 승인은 어디서 하느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경찰특공대(SWAT)는 1983년 창설된 경찰청 소속의 특수부대로 대 테러진압, 인질 사건시 진압 및 구출, 총기·폭발물 사건 처리 등 특수한 임무들을 주 역할로 하고 있다. 이번 진압에 참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