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확산 추세에 있는 비정규,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과 인권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9, 10일 이틀 동안 아시아 태평양 등 각국의 노동운동가들이 모여 고려대학교 4·18기념관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세계적으로 비정규직이 놀라울 정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유 및 기간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별 금지, 사용자의 불법행위 책임 철저 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 고려대학교 ‘4·18기념관’엔 인도네시아, 네팔,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노동운동가들과 브라질, 이탈리아, ILO아·태사무소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특수·간접 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논의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국제적 연대는 최상의 방법”
9일 진행된 ‘전제회의 1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이란 심포지엄에서 팀 드 메이어 ILO아·태사무소 관계자는 비준된 ILO의 규약 등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나 규약들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국가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비준율도 떨어지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정부들이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한국의)민주노총의 역량으로 봤을 때 노조 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른 나라에 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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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노동운동가들이 모여 비정규직, 이주노동,특수, 간접고용 노동 문제에 대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확보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이어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포괄적인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올바른 법제화 방향에 대해 발제를 했다. 조교수는 한국의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를 지적하며 “버젓이 출근하는 노동자를 사업자로 만들어 버리는 사례가 있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노동법상의 권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류코쿠대 와키다 시게루 교수는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한국의 노동 상황에 대해 우려하면서 “한국의 일본의 ‘파견법’ 전철을 밟지 마라‘고 당부했다. 시게루 교수는 1985년 일본에서 ’노동자 파견법‘이 제정된 후로 노조의 영향력이 현격히 줄어들었으며 노동자파견법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프리터‘, 파트타임 등의 비정규 노동에 종사해 차별적 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고용 불안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게루 교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빈약한 파견법이 일본의 파견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의 아시아노동정보센터의 아포 렁이 ‘아시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과거와 미래’란 발표를 통해 비정규직 보호 운동이 주목해야 할 몇 가지를 제시했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고용·용역계약, 사회보장, 차별, 조직할 수 있는 권리, 노동안전 및 건강, 직업훈련과 승진 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포 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국제 협약들이 발효되고 비준되어야 한다. 국제적 연대는 이러한 부당한 시스템과 맞서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다”라며 국제적 연대와 네트워크의 필요를 강조했다.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 노동비자 허가해야
다음 세션인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에서는 세계,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이주·미등록 노동자들의 상황과 노동기본권 확보방안이 논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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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확보 토론에서 참석자가 설명하고 있다. |
팀 드 메이어는 “ILO협약 111호(한국도 비준)을 이주노동자에게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에 관한 이슈가 법제화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이주노동자들은 ILO협약에 의해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주·미등록 노동자들은 노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노조의 도움을 통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유지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황필규 변화사는 한국의 헌법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선언적 의미이며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며 헌법과 국제조약이 법에 반영되어아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연수생’ 제도에 대해서는 “연수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실질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네팔노동조합총연명(GEFONT)의 만도즈 라마가 네팔의 이주노동자 상황에 대해 주로 3D업종에 종사하며 저임금, 브로커 중개비 등으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이주 노동자들에게 ‘노동허가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노총 인도네시아이주지부의 릭 카즈마와티는 홍콩에서 주로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복지혜택, 임금상황 등의 차별을 설명하고 이들의 노동권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카즈마와티는 “우리는 노동을 파는 것이지 우리의 존엄성을 파는 것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일본젠토이스노동조합의 토리이 이페이는 일본 내에 약190만 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이주노동자 권리의 날’등 다양한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 운동을 소개하고 일본 내에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있다는 것을 비판했다.
서울경인이주노동조합의 까지만 까풍은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자 보장방안에 대해 발표를 했다. 까지만 까풍은 한국의 이주노동 역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고 고용허가제 이후 ‘야만적 인간사냥’, 임금체불, 고용불안, 인권침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이주·미등록 노동자의 노조 설립 등 조직화 방안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이주노동자들의 조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노동자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수·간접고용노동자 노조설립에도 탄압받아, 사용자 책임 인정해야
10일엔 주로 특수·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 방안이 논의 되었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는 특수·간접 고용 노동자들은 주로 ‘위장된’ 개인 사업주나 불법·편법 하청, 도급의 구조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됐다. 이들은 주로 화물운송과 건설,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비정규직으로 원청과 사용자가 모호해 노조설립에 해고 등의 탄압을 받고 단체교섭에 매우 불리한 상황에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이들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위장된’ 사업주가 아닌 실질적인 노동을 하고 있으므로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접고용에 있어서도 불법이 난무하는 복잡한 하청, 도급구조를 개선하고 불법도급일 때 처벌 강화 등 사용자 책임인정, 원청이 실질적으로 고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되었다.
제도 강화와 국제적 연대 네트워크 강화돼야
전체회의2에서는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공동대응 과제’로 토론이 이어져 국가간 상이한 상황에서 공동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민주노동당 비정규본부의 이해삼은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까지만 까풍은 “ILO도 인정하듯이 고용허가제 법안은 불법체류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주노조운동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금속노조의 마리오 바르보사도 “국가적, 사회적 노동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연대를 강조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연대가 있어야 한다”며 역시 연대와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아포 렁은 “비정규직 전쟁에서 우리는 패하지 않아야 한다. ILO에서도 이런 논의들을 가지고 가야한다. 국제적인 논의 장으로 끌고 가야한다”고 말하며 국제적인 논의와 대응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국제 심포지엄 결론문 도출
심포지엄을 끝낸 참가자들은 그 간의 토론과 논의들을 바탕으로 결론문을 도출했다. 참가자들은 결론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정규 노동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불평등한 상황에 있으며 노동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들은 간접고용 관계의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업체에 의한 직접고용화 △사용업체의 책임 인정해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사용자의 부당한 노동3권 침해 행위 처벌 강화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을 해야 한다고 결론을 모았다.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논의는 △포괄적 의미에서 사용 기업에의 종속성이 인정되면 노동자 인정 노동3권 보장 △조직화화 투쟁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르렀다.
이주노동자는 “이주노동자를 사회의 동일한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이주노동자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과 내국노동자에 준하는 노동권과 사회보장권, 시민권의 보장 방향에서 관련 법률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첨예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사용사유 및 사용기간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시△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사용자의 범위 확대 단기근로계약의 일방적 해지, 용역·도급계약 해지 등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 금지 △사용자의 비정규직 사용 규제, 관리감독 강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 이주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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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심포지엄이 끝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각 국의 연대,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
이어 참가자들은 앞으로 초국적 자본에 맞선 투쟁 강화를 위해 “투쟁의 성과와 관련된 정보의 지속적인 교환을 포함하여, 호혜와 평등의 세상으로 가기 위한 폭넓은 연대를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