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늘고, 그 처지도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소장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4년 8월)를 분석한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지난 1년 비정규직 증가 .. 공공부문이 주도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2003년 8월 784만명(임금노동자의 55.4%)에서 2004년 8월 816만명(임금노동자의 55.9%)으로 31만명(0.5%) 증가했다. 그러나 노동부 집계 방식에 따르면 465만명(32.8%)에서 519만명(35.6%)으로 54만명(2.8%) 증가했다.
이를 산업별로 분석해 보면, 공공서비스업(40.0%)이 2.4%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정부 부문인 공공행정 및 사회보장행정(23.1%)은 2.7%, 교육서비스업(50.1%)은 2.2%, 보건사회복지사업(39.6%)은 2.2% 증가했다.
지난 1년 동안 비정규직 증가는 공공부문이 주도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14만명을 상용직화하는 등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며 비정규직 남용을 제어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간 노동조건 격차 축소 .. 정규직 노동조건 악화가 원인
한편, 이 기간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노동조건 격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 월임금총액은 51.0%에서 51.9%, 시간당 임금은 48.6%에서 53.0%로 증가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소폭 상승했음에도, 시간당 임금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정규직 노동시간의 상승으로 정규직 시간당 임금이 7.4%나 하락한데 기인한다. 정규직의 노동조건 악화가 노동조건 격차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악화된 노동조건이 노조조직률 15년만에 증가세로
노조 조합원수(조직률)는 162만명(11.4%)에서 182만명(12.4%)으로 20만명(1.0%) 증가했다. 비정규직은 7만명 증가했고, 그러나 비정규직 신규조합원은 풀타임 상용직이 대부분으로, 종사상 지위가 임시일용직이거나 시간제근로자인 사람은 매우 미미해 임시일용직이나 시간제근로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조 가입이 힘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열명 중 여섯명은 비정규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3년 784만명에서 2004년의 816만명으로 31만 명 증가해, 전체 임금노동자의 5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노동자 열명 중 여섯명은 비정규직인 것이다.
노동부의 집계방식으로는 2003년 465만명에서 2004년 519만명으로 54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1년간 2.8%나 늘어난 셈이 된다. 노동계의 자료보다 비정규직 비율이나 증가세가 대체로 적게 나타나왔던 것에 비하면 이채로운 일이다.
이에 대해 김소장은 “노동부가 기존 통계방식에서, 장기임시직 종사자(자유노동자, 명시적 계약서가 없는 노동자 포함) 2백97만 명을 제외했는데, 이들이 기간제근로로 전환·대체되면서 비로소 통계에 잡히게 되었기 때문” 이라 말한다.
이렇게 정부측 통계가 왜곡된 이유로는 “미국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국내의 다양하고 복잡한 노동현실에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라 지적하며, “ILO도 각국의 노동시장이 다양한 조건에 있는 만큼, 각국의 현실적 조건에 맞춰 비정규직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 규모를 파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의 통계방식이 재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