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6일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하며 종묘공원에서 분신한 노동자가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전 위원장이었던 이용석 열사.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부르짖으며 산화해갔던 그의 정신을 기리고,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실천주간 선포식이 지난 26일 오후 1시 종묘공원에서 있었다.
정부의 노동정책 강하게 비판
이날 선포식에는 100여 명의 정규, 비정규 노동자들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과 민주노동당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용석 열사 정신계승사업회 김태진 집행위원장(공공연맹 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비정규직 천지를 만들려고 한다. 처음부터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결국 이용석 열사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열사가 말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하반기 총파업을 강력하게 조직하자"고 호소했다.
열사의 분신 이후 비정규직 노동현실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부는 몇 가지 대책을 내놓으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생색내기에 그친 미진한 대책이었을 뿐 아니라, 이후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양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절박한 상황, 총파업으로 맞설 것'
집회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현정희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현재 60%가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파견법이 개악되면 정규직도 순식간에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도 악화될 것이다"며, "비정규직 확대를 꾀하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강력한 투쟁의지를 내비쳤다.
172일째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정오교통 방남철 위원장은 "지금 노동자는 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도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일치된 투쟁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00여명의 많지 않은 인원이 참석했으나, 이날 선포식은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에 분노하며 강력한 투쟁결의로 가득차 있었다.
열사를 모신 길 따라 자전거 행진
선포식을 마친 후 종묘공원에서 근로복지공단까지 예정된 자전거 행진은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염원을 담은 풍선날리기로 평화롭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경찰이 자전거의 도로 진입을 무단으로 막고 행진예정자들을 전경들이 빈틈없이 둥그렇게 에워싸면서, 한 때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급박한 분위기로 치달을 때도 있었다. 주변 시민들도 "자전거 타는 것도 저렇게 심하게 막냐"며 고압적인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난했다.
결국 40여분을 지체하면서 따로 따로 출발하여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다시 집결해 대오를 정비하고 함께 행진에 들어갔다. 행진단은 국회 앞을 지나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까지 1년전 열사를 모신 그 길을 '노동자는 하나, 비정규직 철폐'의 메시지를 전하며 힘차게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