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적 합의론’이 노동자/민중에게 의미하는 것
지배자는 일반적으로 노골적 억압과 외연적 지배에만 기초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지배를 때로는 은폐하기 위해, 때로는 강화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지배나 도덕적 합리화의 수단을 취하기도 한다. 이럴 때 지배관계는 은폐되고 자본의 착취질서가 교묘히 기만된다.
의회민주주의의 정치적 지배 질서를 위해 지배자는 피억압자계급의 정치적 일부를 자신의 의회주의 질서내로 끌어들이거나, 계급화해 장치를 적극 구성하는 등의 지배 전략을 구체화한다. 계급 지배질서는 이제 ‘합의된 합법성’으로 탈바꿈한다. 이로써 통치가 강화되고 억압적 통제가 기만적 형태로 실현된다. 계급투쟁의 주체는 결국은 효과적으로 ‘관리된 주체’로 전락되고 만다.
2. 지배계급은 왜 노사정위를 필요로 하는가
지배자는 노사정위를 적극적으로 필요로 한다. 왜 그런가. 사와 정은, 즉 자본과 국가는 피억압자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반란을 개량화시켜 그것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이전의 지배방식과 다른, 즉 동의와 협력의 구조를 통해 피지배자의 저항을 무마하고 영구적인 지배/통제방식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계급전쟁 대신에 소위 ‘계급평화’가 주창되고, 투쟁적 계급주체가 ‘사회적 안전장치’를 통해 길들여지도록 만드는 것이 자본가와 그 국가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진영 내부에서 일정 부분의 개량화와 개량주의적 관료의 형성이 거기에 부합하여 체제 유지의 한 축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가뜩이나 체제내적 투쟁에 안주하기 쉬운 노조운동 내에서 타협주의적이고 개량주의적인 지도 분파가 자리 잡게 되자 운동은 체제변혁적인 차원으로 상승/발전하기 보다는 현실 안주와 지배자와의 협상/거래의 수단으로 노조투쟁을 형해화시키고자 하는 몰계급적, 따라서 부르주아적 노동운동의 경향을 빚어내기에 이른다.
모든 운동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노동운동이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위기를 느끼는 세력은 비단 사회의 자본주의적 지배자와 그 정치적 통치자들만은 아니다.
노동조합 내에서 일부 관료는 이제 투쟁과 저항보다는 투쟁을 무마하고 저항을 봉쇄하는 데에서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정치적 위치를 발견하는 데에로 나아가고 있다.
노동조합 관료주의는, 그리고 그 개량주의적 운동노선은 자본주의적 지배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노사정위라는 정치적 절충 테이블로 노동운동의 일부 지도층을 끌어들임으로써 전체 대중적 투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지배자의 속셈은 개량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일부 노동관료들의 ‘현상유지’ 지향성과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자유주의 지배질서는 이렇게 하여 자본과 노동간의 사회적 화해와 상생정치의 이념을 통해 노동계급의 체제내화, 그리고 투쟁의 개량화와 흡수의 전략으로 완결짓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3. 노동계급 내부투쟁--협상주의분파와 비타협적/변혁적 분파간의 대립과 투쟁
노동계급 내부에서의 이러한 양자간의 투쟁은 단순히 분파적 투쟁이나 우연적인 반목이 아니다. 그것은 계급투쟁 발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필연적 현상이다. 따라서 이 투쟁, 즉 협상주의적이고 개량주의적인 분파에 대한 전투적인 비판/투쟁은 계급투쟁의 주요한 발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것이다.
노조관료주의뿐 아니라 조합주의 그 자체도 발전적으로 지양하고자 하는 노동운동내의 전투적 흐름, 맑스주의적 분파, 변혁적 부분들은 대중의 잠재적 열망과 지향을 올바로 반영해내고 투쟁을 정당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타협주의적 세력과 지도부의 배신적 성격을 폭로하고 그들의 지배자들과의 야합 및 기만에 맞서 더욱 능동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광범위하게 선전하여야 한다.
노동계급 내부투쟁은 이처럼 노동자 계급투쟁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된다. 자본주의 국가는 노동대중의 혁명적이고도 체제변혁적인 투쟁으로의 고양과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 투쟁의 비약적인 탈주에 대한 위기의식에 있어서는 자본/국가만이 아니라 기회주의적인 노조관료층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양자는 동일한 위기의식과 동일한 체제유지지향성과 안정지향성을 갖고 있다.
4. 투쟁파의 정치적 투쟁, 정치적 강화
투쟁에 나선 노동대중은 본능적으로 이와 같은 기만성을 느끼고 있다.
투쟁을 협상과 타협으로 종결짓는 데 급급해하는 타협주의적-절충주의적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식은 단사와 산별을 넘어 전체 관리 시스템, 즉 노사정위의 거래주의 정책에 대한 근본적 의문으로써 재생산되고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 내 전투적 좌파와 선진적 의식으로 무장한 세력은 지금 계급지배의 내부적 장치로써 노동자 계급투쟁을 희석화하려는 자본과 국가에 맞설 뿐 아니라, 민주노총의 기회주의적인 지도부 그 일부 세력에 대한 가차 없는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의 노동운동이 대중을 기만하지 않고 그 근본적 지향점을 향해 올바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자본과 국가와의 야합으로 투쟁이 속물적인 협상과 거래로 대체되어 계급지배의 항구화에 하나의 들러리가 되느냐 하는 문제의 해결은 전적으로 이 투쟁파, 노동해방주의파, 전투적 좌파가 얼마나 자신의 실천투쟁을 관철시켜 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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