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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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운동 - 최첨단 계급투쟁
문국진
1. 비정규직 운동이 강력한 이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강력히 전개되고 있다. 그 강력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체로 젊다는 데에 있다. 젊은이다운 패기와 활동성, 비타협성, 그리고 불의에의 저항심이 강력한 투쟁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비정규직의 다수를 이루기가 십상인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강도의 강화와 성적 차별, 낮은 지위와 저임금이 또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성 해방과 사회적-인간적 해방의 기틀이 되는 여성노동해방운동의 정당성이 바로 비정규직 투쟁과 맞물림으로써 새로운 차원에서 모색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계급적 연대가 바로 성 해방과 착취의 근절을 위한 대안이라는 인식이 지금 비정규직 투쟁 속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비정규직이 강력한 이유의 또 다른 하나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열악한 노동 환경, 특히 저임금구조에 있다. 젊고, 열악한 환경, 차별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야말로 투쟁에 나서는 데 보다 수월하며, 상호 연대에 대한 추구가 강하며, 남한 노동투쟁에서 가장 선도적인 투쟁을 만들어갈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 만들어낸 질서, 자본이 창출한 현실, 바로 그 지점에 비정규직 투쟁의 강화가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2. 자본주의 모순의 집약점, 신자유주의 모순의 도달점

남한 자본주의 경제는 체제적인, 근본적인 한계 모순에 도달한 지 오래다.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과잉생산(즉 무정부적 생산)과 과소소비(즉 빈곤의 악화로 인한 소비의 한계), 그리하여 투자와 자본 재생산의 위축, 따라서 전체 경제의 동맥 경화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총자본은 이 체제적 위기를 이미 수 년 전부터 구조조정, 정리해고,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그럴 듯한 표현으로 바로 노동자에의 공격으로써 위기 모면을 시도해 온 것이다. 이 자본주의 전체의 위기관리 한 복판에 ‘비정규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으로 인하여, 그리고 실업자/노숙자라는 산업예비군의 압력으로 인하여 수많은 노동자들이 극도의 저임금과 차별을 감수하고서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게 된다. 이제 전체 노동자의 60% 이상이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은 온갖 자본주의 모순들을 한 몸에 짊어지고 있다. 국가 정책, 자본의 지배 및 체제유지전략의 생성물이 곧 비정규직이다.

따라서 투쟁으로 일어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은 자본의 저임금 강요, 비합리적 차별에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고, 부르주아 국가 차원의 노동정책에도 직접 대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비정규 법안 관련투쟁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사회 전체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수호 집행부는 이 문제를 노사정위에의 참여로서, 정치적 절충으로써 지배자들과 거래하려 하고 있지만, 비정규 문제의 법적 해결은―다른 모든 제도적/법적 문제들이 그러하듯이―계급투쟁의 강화와 그 압력으로써만 진정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정치적 절충이냐, 투쟁노선의 강화냐 라는 노선 대립이 지금 민노총의 향배와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개별 현장들과 연대활동 강화를 넘어, 비정규직 운동이 바야흐로 사회 전체적 차원의 대중적 운동으로 도약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서 주어진다. 무한 축적을 향한, 그리고 이윤 극대화를 위한 자본의 지배전략 한 복판에 비정규직 노동착취의 근본 지점이 자리 잡고 있고, 국가의 신자유주의 지배전략이 전체 국가의 노동통제와 착취질서 강화를 빚어내고 있다는 바로 그 현실 때문에, 비정규직 운동은 향후 개별 자본가에 대한 투쟁을 넘어, 그리고 법적 제도화의 협소한 투쟁 영역을 넘어, 전체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총노동의 투쟁으로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비정규직 연대투쟁의 ‘계급적 단결’로서의 의의에 대하여

남한 노동운동은 이제 과거 대기업/정규직 노동조합운동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운동과 여성노동운동, 그리고 비정규직 운동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거 ‘반독점’ 운동전략은 이제 전체로서의 ‘반자본’ 운동전략으로 대체되는 것이 현실에 맞다.
열악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계급은 그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주체로서 일어서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가장 비참한 노동 현실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이 궐기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전에는 침묵과 굴종으로 일관해오던 조용했던 현장들(87년 노동자대투쟁 때도 투쟁의 바람이 불지 못했었던 현장들),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자들도 일어서고 있다.
이 투쟁들로 인하여 기존의 노조 관료와 그 지배/통제는 심각한 위기에 부딪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한 복판에, 그 중심에 비정규직 투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 현장은 어쩌면 업종별/산별 단결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투쟁의 원동력은 바로 자신의 개별 사업장에서 나오며, 연대활동이 활성화하더라도 투쟁력의 중심은 여전히 자신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대중적 투쟁의지를 강화하고, 조합 간부의 관료주의화를 막아내고, 조합 전체를 투쟁의 기풍으로 발전시켜가는 사업은 노동투쟁의 차후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1차적인 과제가 된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조합 사업이 곧 연대활동, 즉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의 강화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흩어져 있는 것이 보통인 비정규직/계약직 노동자들에게 단결/연대는 극히 사활적인 의미를 갖는다. 필자가 보기에 비정규직 노동운동은 정규직과 연대를 추구하기 앞서 그보다는 같은 상황, 같은 조건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수평적 연대 강화가 더 우선적이라고 보여진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과의 연대는 정규직 노동자들 자신의 결단과 의지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비정규직 전체의 연대의 확산과 그 정규직과의 연대로의 전진이 성취된다면 물론 총노동전선의 강화, 전체 사회 차원에서의 계급적 단결의 성취로 나아가는 것이 될 것이나, 그를 성취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노동이 스스로 주체로서 자기 정립하는 것이 절대적 요건이 된다고 보겠다. 동질적 부분들의 상호결합, 그 결합 영역의 확장―이것이 계급적 단결의 구체적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급적 단결에는 그에 조응하는 정치적 활동노선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향후 비정규직 노동운동에는 이러한 정치적 운동노선이 문제로 떠오를 것이나, 현재로 보아서는 투쟁의 기풍이 강하고 비정규직 대중의 투쟁의지가 강하므로 현 시점의 과제는 단일한 연대전선으로의 결집과 전투적 투쟁성의 유지/확보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전체 남한사회에서 계급투쟁의 중심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바로 그 시점에서 옳은 정치적 노선의 정립이 문제가 될 것이다.

4. 맺음말: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운동으로 나아가자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계급 전체가 처해 있는 노동조건은 극도로 취약하다. 자본과 국가가 자신의 착취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지배구조는 바로 이러한 현실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지배자로서는 이 신자유주의적 지배구조, 극도의 저임금구조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신자유주의와 본질적으로 얽혀져 있는, 최첨단의 계급투쟁을 필연으로 하는 이 시대 노동 현실의 중심 사안인 것이다. 이 객관 현실에서 대중적인 주체적 투쟁들이 필연적으로 촉발되고 있다.

그런데 이 투쟁은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의 열악한 환경 개선이라는 협소한 목표에 자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자본과 국가는(그리고 그 부르주아 정치인들은) 최대한 신자유주의적 현상유지를 꾀할 것이고,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비정규적 질서 전체를 무효화하기 위해 투쟁한다. 자본/국가와 비정규 노동투쟁은 현재 서로를 바라보며 달리는 열차와도 같이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이 계급간의 투쟁은 전국적 계급투쟁이며, 자본주의 전체의 운영을 놓고 벌이는 체제 전체에 있어서의 계급간의 대립과 갈등이다. 이 비정규직 투쟁을 중심으로 한 남한 전체의 노동자들의 투쟁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비약하고 있음으로 해서 낡은 사회의 모순은 이제 심각한 체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노동투쟁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다. 새로운 투쟁전선에 새로운 대중들이 투쟁전사로서 속속 결집하고 있다. 자본과의 화해할 수 없는 대립전선에서 노동계급들은 계급의식화되며, 자본/국가와의 적대적 관계를 체험하고 있다.

비정규직 운동이라는 투쟁의 개별적 특징은 계급해방의식의 획득과 새로운 질서의 사회를 향한 보편적 의식화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해방투쟁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노동계급투쟁의 일반성에 도달할 때에 비정규직 운동 자체도 역시 그만큼 심화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비정규직 투쟁은 낡은 사회에 대한 혁명적 비판이자 새로운 사회를 향한 가장 주체적인 대중적 투쟁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체제유지와 화해할 수 없이 대립하는 운동이며, 자본가계급이 양보할 수 없는 가장 약한 고리에 대한 선제공격이기 때문이다.

자본가적 질서를 아래로부터 허물어뜨리는 투쟁, 다른 모든 노동자투쟁들과 함께 연대하여 ‘노동자 세상’을 건설하는 운동, 즉 그것은 새로운 사회를 향해 치닫는 이 시대 가장 진보적인 운동인 노동계급운동의 선봉이 되어야 한다.

-- 그 변혁주체화와 계급의식화는 이 운동의 가장 중요한 결실이며, 그 조직적 표현이 곧 새로운 변혁적 계급정당이 될 것이다.// 050326
* [필자 소개 : 문국진]
민주노조운동연구소와 노동자의 힘 교육활동가로 있으며, 저서로 <반제반파쇼운동론> <혁명이론의 빈곤> <헤겔과 맑스의 변증법 연구> <노동해방의 논리를 찾아서>가 있다. 현재 철학과 사회이론을 연구중이다.
2005년03월26일 17: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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