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에서 지난 22일 새벽, 마스크를 쓴 한 무리의 괴청년들이 학교 정문을 지킨(?)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한국경비청소용역협동조합’이 2005년부터 부산대 시설관리를 위해 고용하기로 한 (주)HID 소속 용역노동자들이었다.
"고용보장" 외침속에 새해를 맞은 시설관리 비정규 노동자들
부산대는 매년 용역업체와 경비, 미화업무에 대해 1년 계약을 맺는다. 노동자들도 1년 단위로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는다. 부산대는 작년에 5개 용역업체에 경비, 미화업무를 맡겼다. 그동안 157명의 노동자가 5개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일을 해왔고, 이들은 2년에서 10년 가량 상시적으로 일을 해왔다.
부산대는 2005년 ‘한국경비청소용역협동조합’을 용역업체로 선정했다. 조합은 지난달 31일 92명의 노동자를 계약해지하고, 북파공작원 출신들이 운영하는 (주)HID 유공자산업개발에 재용역을 주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해고 통지를 받지도 못한 채 뒤늦게 해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약해지에 항의하기 위해 총장실을 찾은 시설관리노조 조합원을 HID 소속 북파공작원들이 힘으로 저지하면서 지난 12월 31일부터 노동자들은 부산대 본관 내 총장실에서 ‘고용보장’을 외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해고된 92명의 노동자 중에는 시설관리노조 부산대지부 조합원 61명 중 60명이 포함되어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학교측의 ‘표적 계약해지’라는 주장도 있다. 학교측은 2005년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려했으나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2006년으로 미루어졌다. 이번 노동자들의 해고가 학교의 뜻대로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한 방패막이로 학교와 용역업체간의 긴밀한 협조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새벽에는 HID 소속 용역노동자들이 본관에 침입하여 폭력을 휘두르며 농성 23일째를 맞고 있던 노동자들을 ‘모셔라’를 외치며 정문 밖으로 끌어내고 정문을 막은 사건이 일어났다. 현재 부산대학교 자유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밑의 글은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부산대 졸업생 양성민씨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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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 부산대 폭력 침탈 현장 스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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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 폭력침탈이 대학의 답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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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째 농성중인 부산대 비정규 경비,미화직 노동자들이 22일 토요일 새벽 3시 혹한의 추위 속에 100여명의 괴청년들에 의해 정문 밖으로 끌려났다. 어떤 이는 신발도 없이 맨발로 이 얼음바닥에 끌려나오는가 하면, 안경, 지갑, 휴대폰, 가방 등을 아무것도 챙겨 나오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새벽 3시 취침중인 조합원들을 깨워 끌고 나간 것은 다름 아닌 부산대와 최근 계약을 맺은 경비청소업체 용역사 직원들이었다. HID용역사 대표인 김석종 회장의 현장 감독하에 20여명의 용역사 직원과 70여명의 괴청년들은 잠자는 조합원들을 깨우고 위협과 욕설,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며 정문 밖까지 몰아내었던 것이다.
폭력현장에서 끌려나온 것은 대부분 50대 60대로 구성된 비정규 경비, 미화직 노동자들이다. 별다른 저항의 몸짓도 해보지 못한 채 정문 밖까지 내쳐졌고, 정문 앞에서는 경찰차 3대가 기다리며 조합원들을 연행하려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체포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조합원들을 연행하려 했고, 조합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슬그머니 줄행랑을 쳤다.
본관 현장에서의 폭력적인 사태에 대해 학교 본관 당직 근무자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더욱 심한 것은 본관 현관에서 HID와 조합원의 몸싸움이 벌어지려하자 화급히 본관 현관의 조명을 소등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본관 현관의 무인카메라에 사태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HID는 정문 밖까지 조합원들을 몰아내고, 약 30명의 괴청년으로 구성된 사수대를 꾸려 정문을 새벽 5시 30분까지 가로막고 출입을 통제했다. 도저히 대학의 묵인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풍경이 대학에서 벌어진 것이다. 소식을 듣고 정문을 찾아온 부산대학교 박영민 총학생회장이 정문을 가로막은 괴청년들에게 정문을 통제하고 있는 이유와 소속을 물었으나, 괴청년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학측과 노동조합은 이미 지난 20일부터 총장에게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이황규 교수(도서관장, 윤리교육학과)의 중재에 의해 대화중이었다. 노동조합측은 대화의 물꼬를 트기위해 9층 총무과의 점거를 해소해 달라는 이황규 교수의 요청에 따라 9층 총무과에서는 이미 물러나 본관 5층 총장실 앞 복도와 6층 복도를 점거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1월 21일 이황규 교수가 중재안으로 제시한 내용은 조합원들의 최소 요구사항에도 턱없이 모자르는 내용이었으며, 이에 이수철 부산대 지회장은 강하게 반발하였고, 이황규 교수를 통한 중재는 사실상 결렬된 상황이었다.
1월 24일 민주노동당 단병호의원이 총장과 면담을 할 계획에 있다. 또 오는 26일 즈음에는 공공연맹의 대규모 집회가 부산대학에서 예정되어 있고, 2월 초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의 대규모 집회도 예정되어 있다. 대학측은 부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비난의 여론이 자신에게 쏟아지자, 결국 이러한 폭력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한 것이다.
멀쩡한 국립대학 교정 내에서 100여명의 괴청년들이 정문을 가로막고 난동을 부렸다. 누가 생각해보아도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우리는 대학의 묵인 혹은 사주 없이 절대 이 사태가 벌어질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HID용역사는 조합원들이 학내 곳곳에 게시해둔 “완전고용승계, 비정규직철폐”등
의 현수막을 모두 찢어버리고 자신들이 준비해 온 현수막을 그 자리에 게시했다. 현수막은 부산대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떼어 내어 총학생회실에 보관중이며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지식의 상아탑에 편가리기식 노동운동이 웬말이냐
- 민노총은 불법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지식의 상차탑에 불법감금 웬말이냐 민노총만 노동자냐
- 민주노총은 집단 이기주의를 즉각 중단하라
- 민노총만 노동자냐 우리도 노동자다
- 불법을 자행하는 시설노조 물러가라
- 전국민을 기만하는 민노총은 해산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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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설관리노조는 지난 1월 19일 부산지방노동청에 부산대와 관련한 ‘불법파견’ 진정서를 제출했다. 시설관리노조는 부산대와 한국경비청소용역업협동조합이 맺은 계약서에 ♢용역업체는 건물관리 기관장이나 대학 총무과에서 용역업체에 경비, 청소근무자 교체를 요구하면 이에 따라 조치할 것 ♢경비, 미화 관리책임자는 매일 업무수행에 대해 총무과에 보고할 것 ♢경비업무의 경우 학교는 계약상대자 및 현장관리책임자를 지도감독 및 지시를 할 수 있으며 용역업체는 지시에 따라야 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비청소용역협동조합은 업무지시와 노무관리의 독립성이 없고 단순히 중간노무관리와 임금전달 역할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도급계약을 가장한 위장 불법파견으로 시정조치를 노동청에 요구했다. 부산지방노동청은 진정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한 달 내에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1월 24일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부산대 학생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에서는 부산대 본관앞에서 항의시위를 진행하였다. 부산대 총학생회의 차광준 부학생회장은 교섭은 현재 총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황규 도서관장과 진행하고 있다며 ‘법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졌을 때 실질적으로 계약해지가 될 수 있을것인가?’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또한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과 대중적인 활동도 계속해 나갈 것이며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차별철폐투쟁까지 이어질 경우 함께할 것임을 알렸다. 이날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도 학교를 방문, 학교측과의 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직접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부산대 본관앞에서는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집회가 매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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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2일 새벽 부산대학교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밖으로 끌어낸 후 정문을 막고 있는 HID소속 괴청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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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본관 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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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5일 부산대학교 본관 안에서 집회를 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사진 협조: 부산대학교 재학생 송교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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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총장실 앞 복도가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농성장이다.(사진 협조: 부산대학교 재학생 송교성) |
* 위 영상은 22일 새벽 현장의 모습을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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