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를 저지시키기 위한 집회가 개최된다. 민주노총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15일 집회를 갖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내는 ‘FTA’ 저지를 위한 결의를 다진다.
민주노총은 오는 15일 낮 2시, 서울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앞에서 ‘비정규 개악안 강행처리ㆍ한미FTA 저지! 전국노동자대회’를 갖고 여당의 비정규 관련법 강행처리 의도를 막아내고 아울러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결의를 다질 예정이다.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는 영화배우가 참여하여 연대사를 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집회를 마무리 한 뒤 이어 열리는 범국본의 집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범국본은 15일 낮 3시 30분 서울 대학로에서 본집회를 개최하여 ‘한미 FTA'의 반노동자, 반민중성을 알려내고 ’한미FTA' 저지를 위한 투쟁 결의를 다진다.
범국본은 이날 집회가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한미FTA 협상과정과 내용을 전면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시킬 한미FTA를 저지”시키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범국본은 집회를 마친 뒤 종각까지 거리행진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미FTA’ 본협상이 시작되는 5월을 앞두고 '한미FTA'가 한국 사회 진보운동의 최대 투쟁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FTA는 자본 간 국제 연대체로, 노동자ㆍ민중의 삶을 파탄 내는 협정’
FTA는 국가 간 체결되는 무역협정으로,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의 영문 약자이다. 즉 협정체결 당사자인 양국 간에 상품, 지적재산권 등의 무역에 있어 관세 등 어떤 장벽이나 제재도 없는 ‘완전한’ 무역의 자유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양국 간에 FTA를 체결하고 나면 체결 당사자 양국 간에는 상품이나 서비스 등의 무역에 있어서 자국 내에서 투자하거나 이윤추구하는 것과 동등한 조건을 보장받는다. 이는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어, 만약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거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제소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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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산하 '시청각미디어공대위' 활동가들이 13일 문화방송을 비롯한 공중파 방송 3사 앞에서 "FTA의 영향에 대하여 정확히 알리는 방송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1994년 발효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통해 드러났듯이, WTO(세계무역기구)와 함께 FTA는 2차대전 이후 선진제국 중심의 세계체제를 공고히 해주던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를 대신하여 자본의 이윤 추구에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가장 확실히 관철하는 도구로 기능해 왔다. 기존의 GATT가 상품 등의 관세와 관련한 장벽의 철폐를 주요 목표로 삼았다면, FTA는 상품을 포함한 교육, 방송,언론, 출판, 의료서비스, 에너지, 농업, 지적재산권 등 매우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다시 말해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다’ 광범위하게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FTA를 체결하면 양국 간의 거의 모든 분야는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본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다는 점에서 결국 FTA는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를 ‘이윤추구’에 적합하도록 개조하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정부나 자본,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무역의 자유화를 통한 경제성장’이란 바로 자본가들의 ‘투자의 확대’, 그리고 자본가의 ‘이윤의 극대화’를 포장하는 수사라는 것은 자명하다.
약소 민족의 피해라는 시각은 협소
FTA는 양국 간에 체결이 이루어지는 협정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자본은 한 나라(一國)의 범위를 뛰어 넘는 초국적 자본의 시대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되었다. 자본은 한계에 다다른 일국 내 이윤확대에서 국경을 넘어 ‘투자’를 확대해 왔으며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이윤을 추구하기를 희망해 왔다. 그러한 의지로 WTO와 FTA를 강요,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소희 전 ‘자유무역협정ㆍWTO 반대 국민행동’ 국제연대팀장은 FTA를 양국 간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전소희 전 팀장은 「자유무역협정(FTA): 자본 간 국제연대이자 계급적 공세」(『현장에서 미래를』4월호)란 글에서 “FTA(특히 한미FTA)를 ‘강대국 대 약소국’의 문제로 바라보거나, 계급간 힘관계를 보지 못하고 협소한 민족 간의 문제로 환원시키거나 내지는 ‘미국’으로 인한 ‘피해’만을 강조하는 나머지 남한 자본에게 면죄부를 줘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며 강대국에 의한 약소국의 수탈이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했다.
전소희 전 팀장은 이어 FTA는 자본가들의 최대의 이윤확대를 위한 ‘신자유주의 첨병’으로 “자본 간 국제연대이다. 노동자ㆍ민중에 대한 삶을 파탄 내는 협정이다”라며 FTA를 계급적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비관세 무역장벽’, 철저히 자본가의 이윤추구를 위해 복무하는 기능
FTA는 기존의 상품 등에 대한 무역장벽 철폐 이외에도 ‘비관세 무역장벽’의 철폐를 요구한다. ‘비관세 무역장벽’이란 상품에 부과되는 관세 외에 농산물 보조금제도, 환경오염부담금 등 각종 제도나 장치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이 장벽은 투자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법과 제도 등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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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 미디어 활동가들이 FTA 관련 미디어 진영의 대응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이 토론회에서 참석자들는 "기존 주류 언론들이 한미 FTA에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환경, 인권, 노동, 복지 등 최소한 공적 영역에서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할 제도 등을 단지 ‘투자자’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이윤추구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일국 내의 사회 안전망,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들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공산이 크다고 지적된다.
일례로 한일FTA협상이 진행될 즈음 일본은 “한국이 철폐해야 할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할 것, 휴가수당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를 철폐할 것, 퇴직금 산출을 유연화할 것, 그리고 노조의 불법 행위에 엄격하고 신속히 대응할 것 등을 요구”(전소희, 앞의 글)하기도 했다.
한일FTA가 체결되어 이와 같은 요구가 관철되면 지금까지 숱한 투쟁을 통해 이룩해 놓은 노동운동의 성과들은 거의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FTA 협정은 권고 사항이 아닌 국제법상의 사법적 효력을 발휘하며 국내법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멕시코 정부, 환경오염 기업에 제소 당해 배상금 지급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멕시코 정부가 환경오염을 유발한 미국 기업 메탈클라드에 영업정치 처분을 내린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기업이 멕시코 정부를 기소해 1,670만 달러의 배상금을 얻어낸 사례는 FTA의 ‘비관세 무역장벽’ 철폐가 어떻게 자본가들을 위해 복무하는지 드러내주는 한 단면이다.
한미FTA를 앞두고 한국 정부는 한미FTA에 대한 신화 만들기, 피해 산업에 대한 구제 방안, 보상금 지원 등 본질을 흐리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여기엔 물론 이미 초국적 자본으로 성장한 한국 내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도 분명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자본의 이해도 걸려 있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미국 자본에 끌려가 손해만 보진 않을 것이라는 정부 주장도 거짓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자본의 성장이 한국 민중 혹은 미국 민중, 나아가 세계 노동자, 민중들의 인권과 노동의 권리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그 자본이 한국 자본이든 미국 자본이든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박탈해 그 위에서 초과이윤을 내고, 물과 에너지, 토지, 교육 등 공공재를 사유화하여 사적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와 정부 관료들에게 이는 관심의 영역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사회의제로 만들어내야 할 진보진영의 대응은 아직 충분하지 못하고 대다수 미디어는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다.
“IMF 열 개 정도의 위력”
자본의 공세는 대대적으로 시작되었고 자본가들에게 국경과 장벽 허물어주기 작업이 이미 광범위하게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 내의 FTA에 대한 대응은 충분하지 못하며 민족이라는 울타리에, 애국주의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논자의 주장대로 ‘일류기업이 많은 나라가 일류국가’라는 허구 이데올로기가 광범위하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한미FTA에 대해 전 청와대 관계자는 “IMF 열 개 정도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IMF를 거치면서 그 혹독함을 경험했다. 그 가운데 미국 자본이, 그리고 한국의 자본가가, 신자유주의 정권이 있었음을 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피해는 노동자, 민중에게로 전가됐다. 비정규직의 확산, 실업률 증가,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이런 말들은 IMF 이후 한국 사회에서 익숙해진 말들이다. FTA는 이런 현상들을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만연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정부의 허구 신화보다 훨씬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