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조원들이 근로복지공단의 ‘기각’ 결정에 반발해 산재 승인 및 노동 건강권 쟁취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벌여 나가기로 하는 등 총력 투쟁할 뜻임을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이사장 방용석, 이하 공단)은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 감시와 차별로 인한 집단정신질환 해결을 위한 공대위(이하 공대위)가 지난달 25일 산업재해 재심사 청구한 건에 대해 추적 연휴 전인 16일 오후 6시경 ‘기각’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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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대위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노동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공단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최선두의 노동자탄압기관이 되어 이성을 잃고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공단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규탄했다.
공단은 ‘기각’ 결정의 이유로 공단 자문의사의 소견을 들어 “직장 내 차별과 감시와 관련해서는 ‘업무상 스트레스임’은 분명하지만 적응장애를 유발할 정도로 극심한 자극요인은 아니었으며, 또한 대부분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야기된 요인이 아니라 사업주와의 갈등 및 대립에서 초래된 요인들로서, ‘업무’적인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단 측은 CCTV를 통한 노동자 감시, 차별, 부당해고 등은 인정하지만 ‘업무상’ ‘상관관계’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대위는 공단의 결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대위는 우선 CCTV 등을 이용한 노동자 감시 사실을 노동부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언론 등이 인정, 조합원들로만 구성된 이른바 ‘왕따라인’ 인정, 부당해고에 대해서도 지방, 중앙노동위원회가 인정, 조합원 차별 인정, 조합원 폭행 사실 등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공단의 결정은 정치적 판단”, 총력 투쟁 계획
공대위는 공단과 자문의사들도 감시와 차별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이루어진 감시와 차별, 부당해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대위는 “자문의들은 일관되게 하이텍 조합원 13인의 발병 원인이 업무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는 각 개인의 개인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논리”라며 13명이 같은 시기에 발병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공대위는 ‘상관관계’에 대한 ‘객관적’ 요건을 강조하는 공단의 입장에 대해 “의학적으로 모든 질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을 100% 규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특히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그 원인은 질환자를 둘러싼 제반 정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유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공단의 기계적 ‘객관성’을 비판했다.
이어 공대위는 산재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공단 측의 의견을 반박했다. 1998. 12월의 대법원 판결을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쟁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으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대법원은 기계적 ‘객관성’ 보다 맥락을 중요시한 것이다.
공대위는 판례를 들어 공단의 결정은 “기존 대법원 판례 및 업무 관행을 벗어난 것으로, 본건에 대해 ‘정확한 원인’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사실상 절대 승인할 수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공단을 비난했다. 공대위 법률팀의 권태용 노무사는 이번 결정이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서 나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공단의 결정에 반발해 방용석 이사장 퇴진, 공단 폭력행정 분쇄, 감시 차별로 인한 정신질환 작업병 인정 등을 위해 총력 투쟁할 것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500인 동조단식, 매일 집중 집회, 매주 문화제, 광화문 1인 시위, 촛불 시위 등 가능한 투쟁을 모두 벌여 나간다는 계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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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텍알씨디코리아 김혜진 지회장은 “공단이 노동자에게 취하는 태도는 노무현 정권이 탄압으로 일관하듯이 공단이 그 축소판을 보여주고 있다. 산재승인을 목표로 하지 않고 노동건강권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공대위 관계자는 공단의 ‘기각’ 결정에 대해 감시와 차별 등 늘어나고 있는 산재 신청 상황에서 “공단이 산재 승인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민주노총, 불법도청 혐의로 근로복지공단 검찰에 고소
한편 민주노총과 공공연맹, 서울대병원지부노조는 9월 21일 근로복지공단을 불법도청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공단이 면담 중에 CCTV 등을 이용 대화를 녹취하고 화면을 녹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9월 7일 서울대병원 간호사 황아무개씨가 수술업무로 인한 퇴행성 척추증 및 요주부염좌, 추간판탈충 등으로 신청한 산재 승인 신청이 지연된 데에 항의해 공단을 찾아 요양부장, 차장, 대리 등들과 면담을 하고 있었다.
면담 중에 한 명이 잠깐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사람들 말소리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니 거기서 공단 직원으로 보이는 한 명이 CCTV 등을 이용해 녹취 및 화면 녹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항의를 하자 공단 직원은 “촬영을 늘 해오던 일이라서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고 이들은 밝혔다. 또 이들은 공단이 “녹화 및 녹음 사실을 시인하고 면담자들에게 미리 녹음 사실을 알리거나 동의를 구한 적이 없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1항은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와 관련 이사장 퇴진, 과격 집단민원 대응 지침 폐기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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