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식 4대 개혁법안은 순서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뀌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못 보고, 먼 산 구경하는 꼴이다. 방법 면에서도 꼬리를 붙잡고 씨름하는 꼴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뒷전이고, 명분만 붙잡고 앉아 있다.
국가보안법 개정,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관련법 개정, 과거사 진상규명법 입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4대 개혁법안은 현행법 테두리에서 집행만 엄격하게 해도 많은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것들이고, 정부 여당이 핵심 정책으로 내세울 정도로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다.
4대 개혁법안에 걸맞는 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4대 개혁법안’에 걸맞는 노무현 정권의 핵심 경제 테제는 무엇인가? 없다. 전혀 없다. 푯대가 없는 것이다.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판국에 노정권이 내놓은 핵심 과제가 고작 ‘4대 개혁법안’이다.
노정권은 ‘정치는 곧 경제’라는 가장 기본 테제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이 문제를 내놓으니, 야당이야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발목잡혀 찬성이든 반대든 할 수밖에 없고, 경제문제와 아울러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꼬리 잡기 놀음에 묻혀 버릴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더군다나 재벌언론의 폐해를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나, 사립학교 문제를 민선 이사를 집어넣어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나, 국가보안법 문제를 형법으로 대체해서 풀겠다는 발상이나, 법이란 제도를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가장 기본 상식조차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일 뿐이다. 한 때, 패러디 뉴스 프로그램이 웃음거리로 삼았던, 여당 고위 당국자의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서 테러를 막자는, 지나가던 소도 웃을 제안의 연장일 뿐이다.
순서만 잘못된 게 아니다. 내용도 황당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형법으로 대체한다는 것에 대해, 민변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국가보안법의 악법요소를 형법개정안에 고스란히 넣어둔 것을 보면 도대체 이게 뭘 하자는 짓인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짓이다. 언론관련법 역시 기가막히게 오히려 재벌언론의 비판이 더 정당하게 여겨지니, 이 또한 도대체 뭣 때문에 제기하는 법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많고 많은 교육 현안 가운데, 왜 사립학교법 개정이 4대 개혁법안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노무현 정권과 그 핵심 브레인은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본인들이야 정권에 붙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으니 관계없지만, 그 때문에 당하는 측은 근로대중들이니 문제다. 내 배 부르니, 남의 배 고픈지 모르는 전형적인 비인간적인 관료집단이 노무현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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