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간 인터넷 실명제 강제 실시에 반대해 우리 노동넷은 다시 한번 ‘사이트 파업’을 시작합니다. 따라서 내일부터 4월 8일까지 일시적으로 홈페이지를 닫게 됩니다. 대선 기간에 이어 또다시 ‘사이트 파업’이라는 강수를 둬서 우리 사이트를 방문해 주시는 누리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먼저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익히 알려졌듯이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의 조항을 들어 대선과 총선 등 선거기간에 인터넷언론사로 하여금 ‘실명확인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 기간에도 어김없이 3월 27일부터 4월 8일까지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토록 강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넷 부설 언론기관인 노동넷방송국은 독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사 덧글쓰기를 폐쇄하는 대신 다른 진보 언론사들과 함께 진보넷이 운영하는 페이지로 임시 망명하여 덧글쓰기가 가능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사이트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선관위는 인터넷언론사인 〈노동넷방송국〉의 기사들 뿐만 아니라 비영리민간단체인 〈노동넷〉(정식 이름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임)의 사이트 전체를 대상으로 해 ‘속보게시판’, ‘자유게시판’에도 실명 인증을 거치도록 하라고 이행명령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듯이,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는 ‘노동운동 내부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연대를 위한 민주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설립된 진보적인 정보통신운동 단체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소통과 공유·연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 내 표현의 자유’가 아주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지키고 확장하는 일을 우리 단체의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온라인(인터넷) 내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실명제’를 국가가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수없이 경고해 왔습니다.
따라서 진보적인 정보통신운동의 가치를 존립근거로 삼고 있는 비정부·비영리 민간단체인 우리 노동넷으로서는 정부가 법률로 강제하는 선거실명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지난 1998년 11월 창립한 이래 10년간 단 한번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 적이 없는 ‘자유게시판’은 온라인 상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우리 노동넷의 의지의 ‘상징’과도 같은 것입니다. 온라인 중심의 활동단체가 중요한 소통 수단인 사이트 폐쇄를 선택할 정도로 우리에게 ‘온라인 상의 표현의 자유’는 소중한 가치이기에, 수많은 고민과 내부 토론 끝에 결국 또다시 ‘사이트 파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는 인터넷 실명제를 처음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노동넷방송국을 비롯한 일부 인터넷 언론사에겐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대선 기간에 〈노동넷방송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인터넷언론사를 실명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 2008년 총선 기간에는 인터넷언론사도 아닌 〈노동넷〉에까지 실명제 적용대상을 확대하였습니다.
비록 〈노동넷방송국〉이 〈노동넷〉의 부설 기관이기는 하나, 법률상 엄연히 별도의 독립된 행위주체임에도 비영리민간단체인 〈노동넷〉 전체를 실명제 적용 대상으로 삼은 점을 우리는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선관위의 이런 인식이라면 앞으로 시민단체의 웹진 등 뉴스 사이트는 물론 개인 블로그에도 실명제가 확대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어느 날 개인 블로그에도 “실명 인증 시스템을 설치하시오. 미 설치 시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됩니다”란 통지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어느 누구나 뉴스의 소비자이면서 또한 뉴스의 생산자이기도 한 인터넷에서, 1인 미디어가 주요한 사회적인 소통수단이 되고 있는 인터넷 문화에서 ‘인터넷언론’의 범위가 이처럼 자의적으로 해석된다면, 결국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특정한 인터넷신문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인 발언을 감시하고 기록하고 통제하는 ‘빅브라더’에 다름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국가에 의해 강제되는 인터넷 실명제의 즉각 폐지를 요구하며, 앞으로도 ‘사이트 파업’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인터넷신문사의 ‘등록증 반납’까지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온라인 상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나가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을 것임을 밝힙니다.
이번 사이트 파업으로 인해 누리꾼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올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2008년 3월 31일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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