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노조의 투쟁이 2008년 5월 20일에 1001일 째가 되었고 이에 사회 각계 3821명이 서명한 기륭 투쟁을 지지와 여성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선언이 발표 됐다.
5월 20일 오후 1시 이소선님, 박정기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정대 목사님, 실천불교 승가회 효진스님,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재영 본부장, 기륭전자 조합원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기륭전자 공장 앞에서 열린 ‘기륭여성노동자 투쟁 1000일 맞이 사회각계 1,000인 선언자(하루 조합원)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기륭 투쟁과 여성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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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노동계, 학계, 사회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이 기륭투쟁 1000일을 맞아 구로 기륭전자 공장 앞에서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
‘하나의 빛이 되고자 한다’
김소연 분회장은 경과 보고와 결의 발언 을 통해 투쟁 1000일을 맞는 소감을 밝혔다.
김소연 분회장은 “투쟁에 연대해 주신 동지들의 힘으로 1000일 넘게 싸울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문자해고, 잡담해고, 상급자에게 건의했다고 해고 당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노조 만들고 가입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따로 없었다. 눈물로 가입하는 분들고 있었다”며 당시 배경을 언급했다. 이어서 “(점거 농성할 당시) 3일 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1000일이 넘었다. (기륭투쟁을 보고)구로공단은 이제 파견 아니면 취업이 안된다. 억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 바뀐 대표이사 ‘실익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돈이면 다 되는 게 아니다”며 사측을 규탄하고 “(우리의 싸움이)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하나의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장으로 돌아갈 때 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하며 투쟁 결의를 밝혔다.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하나가 되자’
이어서 연대발언을 한 이소선님은 지금 상황이 박정희 정권시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답답한 현실에 대한 언급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노동자의 단결을 거듭 강조하면서 “같이 하나 되서 3일만 (집에서)안 나오면 전부 스톱되고 방법이 나온다. 우리가 하나 되서 같이 안하면 안 된다. 몸도 마음도 하나가 돼서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제발 하나가 되자.”라고 말하며 노동자의 단결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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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투쟁 승리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연대 노동자들과 기륭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동당 18대 국회의원 이정희 당선자는 “정부는 사측을 이 자리로 데리고 나와라. 이 분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성 비정규직은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만다”고 말하며 기륭투쟁의 승리를 강조했다.
박경선 금속노조 남부지회장, 정지영 사회진보연대여성위원장, 김정대 신부, 최현미 기륭전자조합원 등이 읽은 공동결의선언문에서 기륭 투쟁을 지지하고 승리 기원의 뜻을 밝혔다. “이 사회의 가장 가난하고 춥고 외로운 노동현장에 온 광우병은 비정규직 차별이며, 그 고통을 미래가 아니라 현실에서 당하고 있는 이들이 비정규직 투쟁 노동자들”이라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비유했다.
이어 기륭투쟁 1000일에 대해 “그들이 걸어 온 1000일은 점거와 천막 농성, 노숙노성의 날들이었다. 구속을 감수했고 가정생계의 파탄을 감수했다. 30일 단식을 했고, 3보일배를 했으며, 철조망을 넘었고, 강철 대문을 뚫었다”라고 말하며 “기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몸으로 피땀으로 만든 1,000일은 희망의 숫자이기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의를 밝히며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이 버틴 이 작고 여린 희망에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비정규직 법안을 바로 잡는 일에 나서지 못한다면 우리도 시대의 죄인임을 면치 못 할 것”이라며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
이어 경영진에도 노조 탄압 방침이 부당했다고 지적하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여성, 문화계 등 각 계 선언문 이어져
이어서 여성 분야, 종교 분야, 문예 분야에서 기륭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결의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여성 분야 선언에선 “시대의 거짓을 드러내고 진실을 대변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위해 연대할 것을! 여성이 자유롭게 노동할 권리, 온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 끝까지 저항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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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현장으로 돌아 가겠다\"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작업을 다시 꺼내 입고 승리해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한 조합원은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금속노조 결의 대회 이어져
작업복 다시 꺼내 입고 투쟁 결의
한편 선언문 발표 뒤 ‘기륭전자여성비정규노동자 1000일 투쟁 승리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500여 명의 연대 대오가 모인 가운데 기륭 공장 앞에서 이어져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와 승리를 기원했다.
이날 집회 말미에선 기륭 전자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입던 쑥색 작업복을 다시 입고 나와 결의문을 읽는 자리를 마련해 집회장을 잠시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육중한 철문을 나무로 두드리며 사측에 대한 경고와 성실할 교섭을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이날 집회는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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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 사측 나와라'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회사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며 '경고'의 의미로 철문을 두드리는 상징 의식을 하고 있다. |
기륭전자 노조는 지난 2005년 7월 5일 결성되어 그 동안 회사의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화, 외주 중단, 노조 인정 등을 주요 요구로 투쟁해 왔다. 그 동안 두 차례의 삭발, 단식, 매일 아침 출근 선전전, 고공 농성 등 정말 김 분회장의 말대로 죽는 것만 빼 놓고 다 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현재 몇 차례의 형식적인 교섭만 하고 용역 경비를 동원한 직간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당시 200억 흑자 회사는 4차례 걸쳐 대표가 바뀌는 사이 500억 적자 회사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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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千日(천일) 거인에게 禮(예)를 갖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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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시인이 기륭 투쟁 1000일을 맞아 헌시를 썻다. 이 시는 5월 20일 '1000인 선언' 대회 때 송경동 시인이 낭송했다. 이 시의 전문을 다시 싣는다. <편집자 주>
기륭 千日 거인에게 禮를 갖춘다
-기륭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투쟁 1000일에 부쳐
오철수
속삭여 보라
우리는 거인이다
우리는 거인이다
하지만 천일 전에 우리는 64만원 받고 일했다
하지만 천일 전엔 노조를 만들자마자
휴대폰문자로 해고통지를 받았던
우리는 버려진 기계였다
다시 속삭여 보라
우리는 거인인 줄 몰랐다
우리는 거인인 줄 몰랐다
거리로 내몰려 억울했다
부당하다고 여기저기 몰려다녔다
몰려나니며 우리는 느꼈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시선을
보았다 자기만으로 닫힌 물질의 세상을
알게 되었다 여기는 통째로
오호 통째로 자본의 기계라는 것을
우리는 기계 속에 갇힌 거인이라는 것을
하여 속삭여 보아라
우리는 갇힌 거인이었다
우리는 갇힌 거인이었다
우리는 노동해방을 외우며 굳어가고 있던
자본의 기계였다 오호
천일 전 우리는 기계였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지혜서를 쓰기 시작했다
봐, 싸움만이 거인을 만든다
속삭이자
우리는 거인이다
너는 거인이다
자본 기계의 문을 열고 벽을 허무는
세상을 쩌-억- 가르며 인간을
숨쉬게 하는, 꿈틀거리게 하는, 걷게 하는, 뛰게 하는, 외치게 하는, 거머쥐게 하는
천일 기륭 거인이 살아났다
이제 거인이 말한다 외치자
자본 아닌 인간이다
자본의 가치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다
자본의 기계이길 멈추는 순간
우리는 거인이다
너는 거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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