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전쟁의 세계화를 확대하려는 아펙 정상회의에 맞서 평등과 평화를 향한 아름다운 저항을 펼칠 것을 결의한다.”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첨병인 아펙을 반대하고 전쟁과 빈곤의 확대를 반대하는 한국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노동사회운동가들이 지난 17일 부산에서 ‘부산민중선언문’을 채택하고 저항하고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부산시민행동’, ‘국제 민중포럼 참가자’들은 아펙 회의가 열리는 동안 이에 맞서 반세계화와 대안 운동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에서 참가자들은 “부산 아펙 정상회의가 우리가 우려한 대로 강자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더욱 확대하는 결론으로 가고 있다”고 심각하게 비판했다.
비판은 이어졌다. 공동선언은 “아펙은 그 동안 전 세계에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역할에 앞장서 왔”으며 “부산 아펙 정상회의 의제들이 전 지구적 재앙을 불러 올 것”이라며 심각히 경고했다.
특히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의 타결은 농산물을 포함한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강요함으로써 식량 주권을 위협하고, 교육·의료·공공 서비스 분야도 초국적 자본에게 넘겨주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아펙의 신자유적 의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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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중포럼에 참석한 세계의 노동사회운동가들이 '부산민중선언문'을 채택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공동선언문은 이에 맞서 WTO홍콩 6차 각료회의, DDA협상 등을 무산시키기 위해 투쟁할 것을 밝히며 “아펙 정상회의는 꺼져가는 DDA 불씨를 살리려고 발버둥치지만, 전쟁도 없고 빈곤과 차별도 없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의 나아가는 힘찬 발걸음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민중들의 연대를 강화하여 이윤이 아닌 민중들의 권리가 존중되는 새 세상을 향해 전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광훈 대표는 폐회사에서 “우리의 반세계화 투쟁이 전 세계 민중의 희망이 될 것이다”라며 반세계화 투쟁의 소감을 피력했다.
이번 부산국제민중포럼에는 국내의 노동사회단체를 비롯해 일본의 사회운동 단체 ‘아탁 재팬’, 국제농민운동 조직인 ‘비아 캄페시나’, 홍콩의 ‘홍콩민중동맹’, 미국의 반전단체 'ANSWER', 반전반세계화 운동을 하는 ‘남반구 포커스’, ‘국제공공노련’, 일본의 탈세계화 무역기구 ‘풀뿌리 캠페인’, 일본·독일·뉴질랜드의 교원노조 등이 참가해 반전, 반세계화, 노동운동, 여성, 환경, 공공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럼이 이루어졌다.
이 포럼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문제 의식은 아펙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이라는 것이며 아펙의 의제는 전쟁과 빈곤의 확대, 불평 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었다.
18일 경찰의 탄압 속에 반아펙, 반부시 투쟁 집회
경찰의 ‘치졸한’ 과잉진압, 수십 명 부상
18일 오후 1시에 예정된 노동자, 여성, 빈민, 농민 등의 부문별 대회는 집회지 변경, 경찰의 검문 등으로 예정보다 늦게 시작되었다.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에서 여성, 빈민대회가 망미사거리에서 노동자 대회가 광안리 삼거리역에서 농민대회가 열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쌀개방 저지!아펙 반대! 부시방한 반대 전국 농민대회”에는 쌀개방 국회 비준을 앞둔 상황, 11월 15일 투쟁, 아펙 회의가 맞물려 초국적 식량 자본과 현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오종렬 의장은 “1만년 동안 우리 민족을 먹여 살려온 농업이 무너지고 있다. 농민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 식량회사가 우리 농민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쌀개방은 꼭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은 투쟁 결의문을 통해 “이번 부산 아펙회담은 미국의 침략전쟁에 면죄부를 안겨줌과 동시에, 12월 홍콩WTO각료회담의 전초전 성격을 갖는 부자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이에 맞서 “자유무역을 앞세워 민족농업을 짓밟는 아펙회담을 단호히 반대하며, 이런 회담이 우리땅에서 개최되는 것 또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단호히 반대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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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신반대! 대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본대회에 앞서서는 정부의 쌀개방 움직임에 비판하며 지난 11월 13일 음독자살한 고 오추옥씨에 대한 추모식이 열려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쌀개방 비준 저지를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농민대회에 참가한 전북 정읍의 김제동(47)씨는 “APEC이 미국의 의익을 대변하고 있다. 정부는 의지없이 따르기만 하니까 우리가 나서는 것이다”라며 미국의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는 지금의 농민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편만 드는 정책을 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컨테이너로 봉쇄, 호전적 과잉진압
부문별 대회를 마친 3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수영로터리를 지나 수영강의 수영1, 3교로 나눠 행진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가능했고 더 이상 행진을 계속하지 못했다. 경찰은 140개 중대 1만 6천여 명의 경찰병력을 수영교 부근에 배치하고 ‘현대’마크가 선명한 대형 컨테이너 박스 수십 개를 이용해 2단으로 쌓아놓고 벡스코 방향으로의 진입을 완전 차단했다.
행진이 막힌 집회 참가자들은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과 대치 중 참가자들은 컨테이너 박스에 밧줄을 묶어 끌어 내렸고 경찰들을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도했다. 컨테이너 박스가 바닥으로 끌어내려지자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경찰이 얘기한 ‘질서유지선’을 흐뜨려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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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컨테이너 박스 위에서 물대포를 쏘고 있다. 경찰은 컨테이너 박스와 전경 버스로 수영1교를 봉쇄했다. |
경찰은 계속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고 참가자들은 산발적 시위를 계속 이어나갔다. 계속해서 컨테이너들이 끌어내려졌고 물대포의 양도 많아졌다. 하늘에선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며 바람을 일으키는 ‘입체작전’을 펼쳤다.
4시 20분경부터 대치하던 수영1교의 투쟁은 6시경 정리되고 수영 3교 부근에서 재집결해 정리집회를 이어갔다. 정리집회 결의문 낭독 중 수영 3교에 배치됐던 경찰들이 집회장소로 밀고 들어왔다. 사회자는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겠다. 평화 집회 보장하라”고 말했지만 경찰들은 방패와 쇠파이프 등을 들고 집회 장소로 계속 밀고 들어왔다. 참가자들은 경찰과 잠시 대치를 했다.
경찰병력은 매우 흥분된 상태를 보였다. 정리집회 도중 집회장소로 밀고 들어오면서 많은 전경들이 집회 참가자들과 시민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사진 촬영하는 기자에겐 “찍지마, ×××들아” 라며 심한 욕설을 퍼부었고 이들을 제지하는 모습은 별로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일부 전경들은 방패와 쇠파이프를 높이 치켜 들으며 호전적으로 소리를 높여 흡사 전쟁을 앞둔 병사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이번 집회 진압 도중에 많은 집회 참가들이 다치고 전경들도 일부 다쳤다. 특히 집회 참가자 중엔 잠시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사람이 있었고 심한 부상으로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후송된 사람이 8명 정도로 확인됐고 그 외 경상 등의 부상자는 약 70~8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진료단의 한 관계자는 “대체로 머리 쪽에 열상(방패나 쇠파이프 등으로 인해 찢어진 상처)과 타박상, 골절, 코가 깨진 경우”라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과 잠시 대치를 했지만 이내 집회를 정리하고 6시 40분경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