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지금 미디어는 이상하게 조용하다. 후보 간의 공방만 있고 ‘담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담론’ 생산의 장이었던 인터넷 공간은 더욱더 ‘차분한’ 대선 기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선 재미없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특히 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했던 2002년의 대선에 비하면 차이는 현격하게 드러난다.
왜 그럴까? 네티즌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확 떨어졌나? 더 재미있는 게 있나? 그 문제에 하나의 답을 내기 위해 토론회가 마련돼 인터넷에서 왜 이렇게 ‘심심’하고 ‘담론’이 사라졌는지 모색했다.
대선미디어연대가 주최한 ‘대선보도 연속토론회’ 네번째인 “인터넷 실명제와 선거 담론 실종의 관계” 토론회가 12월 11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려 인터넷 실명제와 ‘조용한 인터넷 공간’의 관계에 대해 토론했다.
“이명박이 당선된다면 공신은 ‘미디어’, ‘진보운동’, ‘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
주제 발제자로 나선 민중언론 참세상 유영주 편집국장은 이명박 후보가 반여성, 반장애인 발언, 갖가지 의혹에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당선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이는 ‘미디어의 공적’이라고 주장했다. 주류 미디어가 사회적 빈곤, 교육, 의료 개방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심층 보도를 시도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신 신뢰성이 의문시 되는 여론조사와 경마식 보도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영주 국장은 다음 공신이 ‘진보운동’이라며 진보운동이 노무현 정권 기간 동안 제 운동을 다하지 못하고 “실종된 개혁 정치,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고 질척거리는 진보운동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진보운동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보자는 ‘투기성 지지 열풍’이라고 말했다.
다음 공신으로는 역시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이라고 말했다. 유영주 국장은 1천 개가 넘는 인터넷 언론이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개혁, 진보 언론이 사회적 의제나 대선 이슈도 못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이것은 개혁, 진보 언론이 의제와 비전을 제시 못한 문제도 있지만 ‘대중의 정치참여를 배제한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발제자는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에 포함된 인터넷 실명제에 논의를 집중하며 인터넷 실명제가 담론 실종에 끼친 영향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2002년 그 위력을 발휘한 인터넷과 인터넷 언론은 특히 개혁 진보적인 여론과 매체를 활성화시키고 확장되어 2004년 정점에 올랐고 보수 수구 언론은 상대적은 고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4년을 정점으로 개혁 진보 매체가 정체되고 또 보수 수구 매체가 공략 계획을 세워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통제를 위한 공직선거법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006년에는 보수 수구 매체가 강세를 띄고 있고 이명박 후보 사이트 방문자가 정동영, 문국현 후보보다 앞서며 정당 사이트 방문도 민주노동당보다 한나라당 방문이 많다는 조사를 예로 들며 인터넷 환경이 보수 수구 매체의 강세를 띄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보수 정치권의 움직임도 한몫 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인터넷 실명제가 포함된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어 인터넷 공간에서 실명제가 본격 시행됐다. 이어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의 행정부에 의한 게시물 삭제 명령 같은 위헌적인 요소와 법위반 여부를 행정부가 판단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발제자는 이 법안들의 입법 시기가 2004년 이후 3~4년으로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의 국가 전략과 시장주의와 맞물려 있다며 “인터넷은 새로운 공공의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동시에 자본의 확대재생산 과정에 효과적인 도구로 각광받고, 결국에는 다시 국가시스템으로 구조화되면서 국가의 영향력 안에 포섭되는 운명”이라고 국가 통제하에 들었다고 진단했다.
포털의 독점화와 ‘개인정보’
종이 신문에서 조중동이 독과점을 형성한다면 인터넷 포털에서 네이버, 다음 등 거대 포털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고 이 포털이 인터넷 실명제에 명시적 혹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개인정보의 가치를 고려할 때 포털과 기업형 인터넷언론사로서는 실명제가 가져다주는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의 유혹을 뿌리칠 이유가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또 근래에 다음 까페의 이랜드노조 카페와 삼성하청노조 코레노민주노조추진위원회 카페 폐쇄 논란은 법을 이용한 포털 사업자의 자발적인 감시와 검열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감시 통제 기구 하에서 표현 자유는 위축 돼
주민증 내 놓고 글 쓰고 싶은가?
유영주 편집국장은 2007년 대선 기간의 인터넷 언론을 포함한 인터넷 공간을 우울하게 진단하고 있다. 유영주 편집국장은 편방향적인 정치지형과 담론 지형이 형성되고 있다며 “노사모도 창사랑도 없어졌고, 논객도 패러디도 없어졌다. 거리 연설도 일방향이고 TV에서의 정견 발표도 일방향이다. 거리에서도 TV에서도 특이할만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중의 정치참여는 실종됐고, 네티즌의 인터넷을 통한 정치활동도 씨가 말랐다. 국가의 감시와 자본의 자율적 통제의 위력이 실감나는 국면이다”라고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이어 인터넷 실명제가 선거 담론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수치로 개량화하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주민번호 내놓고 정치활동 하라는 실명제는 네티즌의 정치활동의 진입 장벽으로 규정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며 결국 개인 신상 정보를 등록하고 의견을 말하라하고 하는 인테넷 실명제 정치 참여 장벽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영주 국장은 대표적 인터넷 언론사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이 실명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순응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을 비롯한 인터넷 언론사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담론 실종은 ‘인터넷 환경이 변한 것’, ‘범위 줄이고 선택 사항’으로
이어 토론자로 나선 임종일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은 개인적으로는 실명제에 반대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인터넷 실명제 때문에 ‘담론’이 실종됐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터넷 환경이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담론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인터넷 언론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차별성이 떨어지고 대안성이 줄어든 점, 네티즌이 포털에서 주로 뉴스를 읽는 점,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 등을 들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은 진보매체가 실명제 대응에 소극적이었다고 역시 지적하고 인터넷 기자협회, 언론노조도 실명제 인식이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명제 적용 대상이 너무 넓어 축소할 필요가 있고 시행도 강제 조항이 아닌 선택 사항으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해식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는 독립신문도 실명제 반대하는 견해라고 밝히고, 실명제를 완화 시킬 필요가 있으며 학교에서 프라이버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명제 배경에는 개인 정보의 상업적 이용, 한미FTA 저작권 문제 포함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인터넷 실명제가 국가의 감시 통제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의 상업적 이용과 한미FTA의 저작권 문제에 따른 이용자의 신원 파악을 위해 실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실명제 실시 이유 가운데 하나였던 악플 예방 효과에 대해 가수 유니 자살 사건, 아프간 인질사태에 대해서 계속 악플이 달렸다고 지적하며 실명제가 악플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회의를 표했다.
또 상담 사례를 인용하면서,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선거운동이 금지된 청소년이 교육제도 등에 대해 발언할 기회조차 박탈되는가 하면 신원 노출이 꺼려져 동성애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 표명을 못하고 있다면서 소수자의 의견 표명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순기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선거 담론 실종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실명제 때문인가에는 의문이라고 말하고,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조건으로 매우 중요한데 실명제는 이걸 침해하므로 폐지나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