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지난 대선은 2002년과 달랐다. 인터넷이 조용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국민의 입을 묶고 있다.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여론은 총선을 앞둔 지금까지도 위축되어 있다. 정치토론은 예전만 못하다. 치열하고 다양했던 정치 토론의 빈자리를 연예정보가 휩쓸고 있다.
현재 선거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실명제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유권자 누구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인터넷언론에선 후보자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명을 확인받아야만 한다.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물론 포털 등 주요 인터넷서비스에서 실명제가 의무화된 지금, 여전히 인터넷실명제 반대를 외치는 것은 무모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주장할 수밖에 없다.
주민등록번호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인터넷실명제는 모든 국민을 허위정보·비방 유포자로 전제하고 있으며, 선거 시기 자유로운 토론과 익명표현으로 만개해야 할 국민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정보교환을 제약함으로써 국민과 언론의 알 권리 또한 침해한다.
선거와 관련해 인터넷실명제로 활발한 토론을 제한하는 것은 기득권층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이미 정치가 직업이 된 자들이나 직업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자들에게 활발한 공론의 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명백히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런 법이 제정된 것도 이처럼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은 일부 정당의 공천 개혁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다. 정치에 대해 국민 누구나가 원할 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줄 때 가능한 것이다. 국민의 입을 묶은 채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길 원한다는 것은 기만이고 사기극이다. 인터넷실명제는 민주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안이며,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거짓 민주주의이며 소수 특권층의 사회이다. 불법 선거운동과 흑색선전 우려 등을 빌미로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신종 검열이며 기본권 탄압임을 분명히 밝힌다.
특히 인터넷언론사에게 인터넷실명제는 치명적이다.
전통적인 신문에서도 독자 참여는 언론의 여론수렴 기능의 하나로 매우 중요하고, 인터넷언론의 경우에는 실시간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자의 참여 비중이 더욱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언론에 대한 실명제는 독자와의 소통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더구나 언론기관에 실명 확인을 강요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겠다고 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의견수렴, 취재, 보도의 기능을 본질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인터넷을 통한 여론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인터넷언론은 마땅한 지원 정책도 없이 참여적이고 진보적인 언론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해 왔다. 최근 인터넷언론에 빗발치는 손해배상 소송으로 거대 자본과 국가의 전횡에 대한 고발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명제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는 독자들의 거침없는 지지를 말살시켜가고 있다.
2008년, 이 자리에 선 우리는 또다시 실명제를 거부한다. 그리고 이번에 선출되는 국회의원들로 꾸려질 18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위해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이다. 실명제가 끝내 폐지되는 그날까지 저항과 연대는 계속될 것이다.
2008. 3. 25.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인터넷 선거실명제 폐지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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