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 이하 인권위)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Human Rights, 이하 인권NAP)을 전원위원회에서 확정해 발표했다.
이 인권NAP는 정부부처에 권고돼 정부는 정책 수립 시 이 인권NAP을 향후 5년간 정부 정책에 인권 기본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인권위가 발표한 인권NAP의 특징은 적극적 인권 개념인 사회권의 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자,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약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진전된 권고안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인권위 발표에 의하면 “한국사회의 인권을 증진하고자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인권을 우선 보호하고, 자유권과 사회권을 포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법과 제도 개선을 핵심 추진과제로 제시”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인권위의 구체적인 인권NAP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장애인의 포괄적 권리 확대, 비정규직 남용 방지, 이주노동자 기본권 강화
우선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한 핵심 추진 과제로 △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장애인 관련법 정비 △장애인 참정권 확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교육권 보장 △장애인 재활보조기구 지원 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현안 노동 문제 중 절박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해서는 △비정규직 고용남용방지 △차별시정 △사회보험 적용확대 △교육·훈련의 확대를 핵심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이주노동자와 관련해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보호 △본인 및 가족의 권리보호 △이주 여성의 권리 증진 등을 추진 과제로 설정했다.
또 성적소수자의 인권 보호 관련해서 △성적소수자의 기본권 보호 △성전환 관련 수술의 국민건강보험의 단계적 적용 검토를 제시했다.
새터민(한국에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의 기본권 권리보호를 위해 △관련 공무원의 관련 교육 강화 및 새터민 고용 활성화 정책 추진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일정범위 확대, 양심자유 국가보안법 폐지, 필수공익사업장 축소 및 직권중재 폐지
이번 인권NAP은 유엔, 국제노동기구 등 국제사회기구에서도 꾸준히 권고됐던 자유권과 사회권의 보장 등이 강화됐다.
자유권과 관련해선 △반인도적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일정범위 확대 △주민등록번호의 무분별한 수집제한 및 오남용 방지 △정부에 의한 일률적인 인터넷 내용규제 최소화 △집회시위에 대한 규제 완화 △양심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및 적절한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권고 사항으로 채택했다.
다음 사회권과 관련해서는 △쟁의행위에 대한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 폐지 또는 필수공익사업장 범위 축소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대상 확대 △최저임금 결정방식 개선 및 적용대상 확대 △작업장 감시기술 도입운영 정보 공개 등을 과제로 설정했다.
사회권과 관련한 이 같은 권고 안은 지금까지 정부나 사용자들이 ‘경제논리’를 내세워 일정 부분 침해했던 사회권이 보장되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에 권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실시 계획, 노동계 "환영" 정부는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인권위는 이 인권NAP이 실질적으로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수립 과정과 이행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권NAP 발표에 대해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고 정부에 조속한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이번 권고안은 작년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와 관련한 기준안에 이어 다른 영역까지 총괄하여 문제의식에 접근하고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기도 하다”며 이번 인권NAP의 의미를 평가했다.
또 “집회시위에 대한 규제완화, 양심의 자유보장을 위한 국가보안법 폐지, 인권교육 강화를 위해 학교부문, 공직종사자의 인권교육, 시민사회 인권교육 등의 강화에 대한 권고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인권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어 “정부는 속히 이에 기초해 정책을 반영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 반영을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히고 “특히 노동관련 제도개선안은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노동제도를 개선시키는 한편 비정규직의 남용방지 및 차별해소를 통해 사회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실질적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이제부터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의 인권 향상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34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인권단체연석회의'도 성명을 내고 "비록 '최소한의' 인권 기준"이지만 "이번 NAP권고안이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갖춰야 할 인권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일반론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총리 산하에 범정부적인 기구를 도입하여 각 부처와 인권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실효적인 이행 바앙느 강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고안을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인권NAP에 대해 “국가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이념적 문제로 몰고 가면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인권위의 인권NAP은 그 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보편적 인권 조항들이 아직 미흡하지만 진전되어 포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권위의 권고 사항을 정부가 적극 반영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정부는 공식적인 발표는 하고 있지 않으나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비정규직 권리 보장, 자유권과 사회권 보장 등의 권고 사항은 실질적으로 노동권과 현안 노동문제와 상관관계가 있는 복잡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인권위의 박병수 연구원은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노동부와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권고 사항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인권은 흥정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국제적 권고 기준이기도 한 이번 인권NAP을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시켜야 사회양극화 해소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매우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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