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이라크 공습이 북한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몇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클린턴의 대외정책이 다분히 사태대응적(reactive)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응징은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없이도 미국 단독의 무력조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것이 얘기의 골자였다.
많은 사람이 내년 초부터 북한 다루기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과 이라크 모두 국제사회에 인기없는 나라고 미국을 골탕먹이는 상대지만 같은 해법으로 대처하긴 어렵다고들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관리들은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이라크나 북한의 거듭되는 버릇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클린턴이 임기중 쫓겨나는 경우는 면하겠지만 대통령직과 미 대외정책의 신뢰성 모두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레임 덕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간 대립의 골깊은 상처가 쉽게 치유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서 클린턴 정부의 대외정책이 히스테리컬하게 개진될 여지도 있다.
내년 봄 워싱턴의 대외정책 관심사에는 이라크.코소보.중동평화.러시아와 아시아 경제위기에 북한이 추가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라크 공습에서 확인했듯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도 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겠다" 는 자세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때문에 미국내 정국이 충돌의 길을 향할 때 신중한 대외정책을 기대
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그나마 누구에게도 도움 안되는 워싱턴내 강경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위해선 북한이 대남관계 개선의 시늉이라도 보이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는 게 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새해에는 남북한 모두 미국내 정국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한반도에 불똥튀는 경우를 피하는 것이 상책일 듯 싶다.
길정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