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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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입영 당일 스케치

"나에게는 진정 꿈이 있습니다"

어제 메일들을 확인해보곤 잠이 오지 않았다. A4지 7장에 걸쳐 빼곡이 담긴 글에는 21세기 한국을 살아가는 젊은 청년의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이 담담한 어조로 적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벽 2시 전화를 걸었다. 마음의 정리를 하곤 멀리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모양인지... 긴 신호음에도...

잠을 설쳐 졸리운 눈을 부비며 아침 9시 20분 '국가인권위원회'로 향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빌딩 로비에는 오태양씨의 양심의 결정을 지지하는 선·후배, 변호사,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조금 지나고 가족들이 오셔서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4층으로 향했다. 군대에 가지 못하겠다는 결정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지만 가족들은 모두 걱정스럽지만 아들을, 오빠를, 동생을 믿고 신뢰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가까운 이들의 이러한 격려가 아마 오태양씨에게는 많은 힘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행은 먼저 4층 임시 기자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경을 밝히는 조촐한 간담회가 20여분간 진행하였다.

"7일 입영일 아침에 저는 논산행 버스가 아닌 국가인권위회가 있는 안국동 행 지하철 3호선에 몸을 싣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동안은 훈련소에서 군복과 총을 지급 받고 훈련을 하는 대신, 서울의 어느 복지시설에서 장애아이들과 함께 있거나 노숙자, 독거노인 분들의 시중을 들며 저에게 다가올 삶의 시련을 담담히 받아들일 터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오래 전부터 종교적 신념과 평화·봉사의 인생관에 따라 군사훈련 대신 사회봉사로서 국가와 이웃의 안녕과 행복에 기여하고 싶었고, 그것을 제 삶에서 직접 실천해 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저의 행동은 명백히 현행 실정법을 어기는 것이기에 범죄자로서 처벌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기꺼이 저는 양심적 행위의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가혹한 것이어서 제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오태양씨는 낮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침착하게 준비해간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사회의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픈 꿈을 가지고 있었던 대학 초년생 시절, 불교를 접하면서 석가모니의 가르침대로 석가모니를 닮은 삶을 동경했던 때, 그리고 올 2월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된 이후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내면으로부터의 소리들...

저는 병역을 이행하는 행위가 진실로 신성함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자신의 소신과 양심적 결단 위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병역의 의무가 단지 '군사훈련의 필수적 이수와 전투분야에의 복무'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오지의 초등학교에서 무보수의 교직생활을 한다던가, 길거리의 노숙자들을 보살피는 봉사를 통해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고 싶은 것입니다. 서울교대를 졸업한 저는 교원의 부족으로 폐교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소외 받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교사로서 봉사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어느 추운 겨울 행려병자로 길거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직장과 가정에서 버림받고 길 위에서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노숙자분들을 도와 삶의 희망을 찾아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감옥에 가는 대신 그렇게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으로 국방의 의무를 대체하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바램이 지금의 현실에서 참으로 멀게만 느껴졌다.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따라서 전쟁과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어떠한 군사훈련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서약은 제 삶에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을 지키고자 할 경우 저에게 돌아올 행위의 대가를 기꺼이 감수하고자 합니다. 다만 작고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젊은이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1594명의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들과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 이야기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입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인적 구제'를 넘어, 과거 1만여 양심적 병역거부 피해자들의 상처와 현재 1594명의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들의 고통과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진실한 양심의 결단으로 고뇌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인생에 대한 '사회적 관용과 구제'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바로 위층의 진정접수처에서 진정서를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와 간단히 대화를 나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아직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당장 조사에 착수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대통령으로 있는 나라에서 어느 한 곳 마땅히 하소연할 데가 없다.

국가인권회위원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태양씨와 가족들, 변호사, 사회단체 활동가들은 함께 병무청으로 향했다. 군대에 갈 수 없다고 상담하러 온 젊은이를 처음 마주 대하는지라 병무청 관계자의 표정엔 아주 황당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호와증인 신도인줄만 알았던 청년이 불교 신자인데다 딱히 종교적 이유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개인의 양심을 듣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다. 지금까지 병역기피자들에 대해 병무청에서 하던 업무대로 처리하겠다는 관계자의 말이다. 함께 동행했던 모두는 앞으로 이러한 사례에 대해 병무청에서도 관할 업무이니 만큼 진지한 자세로 검토해 줄 것을 부탁하고 진정을 접수했다.

일행들과 헤어지고 오태양씨는 앞으로 자신이 국방의 의무를 대체해서 수행할 노숙자 쉼터로 향했다.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관해 실무자와 상담을 했다. 그곳은 병역기피자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기 전까지 그가 기거하며 봉사할 오태양의 '군대'이다. 오후에는 여호와증인 신도들이 집회를 보는 곳을 찾았다. 비록 각자의 양심의 소리는 달랐지만 군대에 갈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양심'의 원천이 되었던 곳이다. 함께 얘기를 나누며 격려도 받고 보다 더 그들의 양심을 헤아릴 수 있는 자리가 되었을 것이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 다시 쉼터로 돌아온 그는 앞으로 새벽에 일어나 가까운 절에서 예불을 드리고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로 매일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아주 생소하지만 그리고 작지만 개인과 사회구성원들 모두의 마땅한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이 행동이 부디 하나의 해프닝으로, 개인에 대한 처벌로써 매듭지어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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