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2001년 5월호 브루스 커밍스*
신임 미국 행정부가 집권한 이래 아시아에서의 데탕트의 희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은 중단 상태이고 -지난 4월 2일 중국 전투기와 미국 EP-3 정찰기의 충돌 같은- 되풀이되는 사건들로 인해 긴장이 더해가고 있다. 외교정책에서 새로운 균형을 수립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스크바 당국은 국가미사일방어계획(NMD)를 도발로 간주하고 있다.
-진정한 위임이나 앞선 경험 없이 요행수로 당선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두 달 동안 동아시아의 긴장(volatility)을 강화해왔다. 부시는 수많은 민감한 문제들에 섣불리 간섭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중단시키고 -이제 '라이벌'이나 '전략적 적국'으로 간주되는- 중국에 대해 훨씬 강경한 노선을 취했다. 게다가, 아시아 지역안보 문제에서 일본의 보다 두드러진 역할을 계획하는 신임 미국 행정부의 공개적이고 열렬한 선언들은 도쿄 당국을 난처한 위치로 몰아갔다. 일본은 미국에 자국 방위를 의존하고 있지만 또한 중국이라는 인접 강국을 다뤄야 하며 군사력 증대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혼란된 정책은 경험부족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1920년대 이래 어떤 대통령도 대외 문제에서 그처럼 순진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혹자는 리차드 닉슨에서 조지 부시 시니어에 이르는 시기에 그러했던 것처럼 현실주의가 득세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신임 미국 행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은 당장 기본 원칙을 바꾸었다. 한반도에 새롭게 조성된 매우 허약한 탈냉전 데탕트는 위험에 빠졌고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은 아시아 무기경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對)미사일 프로그램인 국가미사일방어계획과 그것의 아시아판인 전역미사일방어계획(TMD)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발표는 중국에게 다탄두 대륙간 미사일을 장착하고 방위비지출을 한층 증대시키도록 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2001년 중국의 국방예산은 18% 증가했다).
이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전투기와 미국 EP-3 정찰기의 충돌-베이징 당국에 의한 미국측 비행기와 승무원의 구금이 뒤따랐다-과 같은 심각한 사건들이 다반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문제와 한반도 문제가 공식적으로 연계되진 않더라도, 둘은 동일한 전략적 균형상태 안에 있는 변수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워싱턴 당국이 한반도의 탄도미사일이 아시아 지역안보에 위협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NMD, TMD 프로그램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신뢰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1945년 이래 전임자들보다 많은 일을 한 클린턴 행정부와 두 명의 한반도 지도자들 때문이다.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국 정책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심각한 위기-군사적 적대행위의 발발까지 가져올 뻔했다-의 결과 클린턴은 북한과의 협상을 개시하여 한반도 전체에 걸쳐 안정 확대와 긴장 완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접근은 남한 대통령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의 '햇볕 정책'을 추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난해 6월 한반도 두 정상 간의 최초의 정상회담이 평양(북한)에서 열렸다. 마침내 냉전의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는 듯이 보였다.
부시 행정부의 반전은 이러한 희망을 깨뜨리면서 최악의 순간에 김대중을 약화시켰다. 그는 너무 급격하게 화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이유로 우파로부터 비난받고 있었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았었다. 의미심장하게도 그는 워싱턴에서 부시의 환영을 받은 최초의 외국 고관이었다.
외교적 재앙
그는 3월초 미국에 도착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이 착수한 북한과의 대화를 신중하게 추구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미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앞서 핵무기 및 탄두미사일과 관련된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었다. 공화당 우익은 그의 발언이 있자마자 독살스러운 어투로 파월을 비난하였다. 김대중의 방문 동안 부시 스스로가 파월의 앞선 발언을 부인함으로써 향후의 대화 전망에 의문을 던졌다.
올봄 서울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일과의 만남을 고대해온 남한 대통령에게 이는 외교적 재앙이었다. 김대중의 조언자들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에 따르면 그들은 부시의 '용납할 수 없는 전술'에 대해 사적으로 저주를 퍼부었다고 한다. 김대중의 햇볕 정책은 이제 위험에 처해 있고 수년간의 공들인 협상 또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4월 북한은 그달 말 서울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던 각료회담을 취소시켰다.
김대중의 방문에 뒤이어 부시는 북한이 현재 미국과 맺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진정으로 중요한 유일한 협정-1994년 조인된 것으로 북한의 알려진 유일한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다-은 여전히 준수되고 있다. 며칠 후 부시의 대변인은 대통령의 착오를 그가 흔히 저지르는 말실수라고 변명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부시 행정부가 입장을 정하기 전에 한반도 정책을 '철저히 검토'할 것이기 때문에 핵심 쟁점들은 변하지 않았다.
비록 한번도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2년 전에 전 국방장관이자 공화당원인 윌리엄 페리의 감독 아래 전문가들이 철저한 정책 검토를 완성하였다. 이 검토는 6개월 간 지속되었고 평양과의 협상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그것은 또한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이해에 부합되는 조건의 북한 미사일에 관한 협정으로 정점을 이루었다. 당시 북한은 300마일(5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갖는 미사일의 구축, 배치, 해외 판매를 기꺼이 보류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과 관련한 두 가지 핵심 전략적 이슈(미사일과 핵무기)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단계적인 전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국측 협상가들 또한 클린턴이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을 공식 방문할 경우 김정일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탄도 미사일의 개발과 확산을 제한, 감독하기 위한 다자간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클린턴은 평양에 갈 생각이 있었으며 짐까지 싸놓았다. 그러나 클린턴의 조언자인 샌디 버거가 지적한 것처럼, 미국에 "심각한 헌정 위기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작년 11월에 국내를 떠나는 건 현명치 못한 일이었다. 대법원이 부시의 손을 들어줄 때즘이면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치러야 할 대가
미사일기술통제체제 아래서라면 북한은 자국 미사일의 사거리를 최대 180마일(288km) 이하로 제한하는 데 동의했을 것이며 이로써 일본에 대한 모든 잠재적 위협은 사라졌을 것이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미국은 10억 달러의 식량 원조를 북한 정권에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억 달러와 대통령 방문은 북한 미사일이 제기하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였을 것이다.
이 대가가 너무 값비싼 것이었을까? 공식적으로 북한을 타겟으로 하는 NMD 프로그램은 이제까지 600억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부시 대통령 아래 NMD 지출은 끝도 없이 확대될 것이다. 협정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다시 한번 미국 전문가들은 개인적으로 미국이 현장 조사 없이도 필요한 모든 입증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윌리엄 페리 자신이 우리에게 이러한 사실을 확신시켜주었다. 기존 미사일 비축량의 경우, 이들을 중립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경제적 보상에 도달하는 문제이다.
그러면 왜 대화가 중단되었을까? 부시 행정부의 지리멸렬한 정책을 제쳐둔다면, 중국은 여전히 엄습하는 배후의 존재이다. 미국이 현재 검토 중인 TMD 대(對)미사일 체제는 분명 북한보다는 중국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낙후된 기술을 사용해서 구축 중인 20기의 단일탄두 대륙간 미사일을 비롯, 제한된 핵공습력을 갖고 있다. 확실히 베이징은 현재 단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능력을 개선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시아에 배치 중인 미국 TMD 체제의 전망은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키는 역할만을 할 것이다.
십중팔구 중국은 70년대 미국과 소련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탄두 대륙간 미사일을 배치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새로운 무기경쟁이 진행될 것이다. 클린턴이 한때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선포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제 중국을 라이벌이나 적국으로 보고 있다. 미 국가안보자문인 콘돌리자 라이스는 중국을 2차대전 전 독일이나 일본에 필적하는 '떠오르는 강국'으로 묘사했다. 부시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중국을 '전략적 적국'으로 간주해왔다. NMD 프로그램은 이런 선언을 자기 달성적인 예언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지난 4월 23일 발표된 중요한 무기 판매는, 행정부가 이지스 전투관리체제 판매를 연기한다고 발표했음에도 긴장을 지속시킬 뿐이다. 이 패키지는 대만의 방위능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다. '대만주(州) 상원의원'이란 별명이 붙은 상원외교관계위원회 극우파 의장인 제시 헬름스는 현재 한 보고서를 준비 중인데 여러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에 따르면 이는 '중국의 위협을 물리치기 위해' 대만에 광범위한 하이테크 무기 체제를 판매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워싱턴의 문선명 목사 조직이 소유하는 [워싱턴타임즈]에 유출되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지스시스템 판매가 양국 관계에 '중대한 위기'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그들은 다음 단계가 대만이 미국의 지역 탄두 미사일 방어망에 통합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번에 대만에 정교한 무기를 판매한 대통령이 다름아닌 조지 부시 시니어였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현재의 흐름이 제기하는 핵심적인 의문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 정책의 목표에 관한 것이다. 10년 전 소련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미국의 잠재적 라이벌 전체의 예산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액수-2000년 현재 2800억 달러-를 계속해서 방위 부문에 사치스럽게 지출하고 있다. 일본과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군인들의 경우 연간 420억 달러의 추정치가 소요된다. 이들은 북한 때문에 그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는 이 원정군은 1940년대에 채택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동시대적 얼굴이다. 이 정책은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었다. 공산주의를 억제하는 것과 보다 심층적으로는 미국의 새로운 우방인 일본의 기동성을 제한하는 게 그것이었다. 첫 번째 목적은 1991년에 실현되었고 두 번째는 비록 일본이 여전히 자국 방위와 첩보, 그리고 일본 경제의 핵심 자원을 운송하는 항로 감독 등을 미국에 의존하는 반(半)주권국가로 남아있지만 수십 년 동안 전개되었다. 양자간의 전략적 동맹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사이에는 종종 긴장이 발발한다. 한 예로, 오키나와의 경우 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미군의 철수를 바라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월 9일 USS 그린빌 잠수함이 하와이 해안에서 일본 선박을 들이받아 네 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9명의 일본인 관광객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은 2주가 지난 후에야 사과를 발표했다.
아시아 지역은 위험한 동학의 한가운데 처해있다. 김대중은 탁월함을 보여준 유일한 지역 지도자이다. 지난 3년 간 북한과의 협상의 성공은 그의 정치적 수완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또한 일본 및 중국과 훌륭한 관계를 수립하는 데도 성공했다. 미국 대선이 모호한 결과를 남긴 지금, 이러한 노력은 위협받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의 데탕트를 위한 성공적인 전략 또한 탈선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 시카고대학 역사학 교수로 최근 저서로는 {관점들의 시차: 세기말 미국-동아시아 관계에 관한 이성적 이해(Parallax Visions: Making Sense of American-East Asian Relations at the End of the Century, Duke University Press, 1999)}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