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잠수정을 잇달아 침투시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북쪽이 한반도에 긴장국면을 조성하는 특유의 ‘벼랑끝 타기’로 외교적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잠정분석한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분석이다. 국방부는 좀더 구체적이다. 국방부 정영진 정보본부장은 18일 “일단 고정간첩 대동 월북 목적이거나 드보크 설치 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들어 북한 간첩선 침투는 알려진 것만 세번째다. 그런데 그 시기가 묘하다. 첫번째는 지난 6월22일. 북한 잠수정이 동해 속초 앞바다로 침투하다 그물에 걸려 나포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통일소’ 500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 있던 때였다. 지난 11월20일
서해안으로 침투한 간첩선이 우리 군의 추격을 뿌리치고 도주한 ‘사건’은, 분단 반세기만에 뚫린 뱃길로 금강산을 찾은 남쪽의 관광객 900여명이 한창 관광하던 시기와 겹친다. 김대중 대통령이 중국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날이기도 하다. 또 이번에 침투한 간첩선은 김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날과 일치한다.
햇볕정책으로 불리는 공존공영정책과 대북 정경분리원칙을 고수해 온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도발’인 셈이다.
한편에서는 금강산관광사업을 벌이면서, 다른 쪽에서는 간첩선을 침투시키는 북한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문제 전문가들중 상당수는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답답하다”고 도리질을 치는 것도 이런 맥이다. 그러나 북한정세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북쪽에도 군부 등 강경세력과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으로 대표되는 개방파 사이에 정세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북쪽 군부 입장에서 보자면 잠수정 침투는 일상적인 정찰활동의 일환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군사대치라는 남북한의 ‘특수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은 간첩선 남파 등이 철저한 안보태세를 갖춘 우리 군에 의해 차단된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평화와 한반도 안정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문제와 남북
경제교류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현실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며 “금강산관광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16일 금강호를 타고 간 관광객 471명이 예정대로 금강산관광을 하고 있다”며 “309명을 태운 봉래호도 18일 저녁 예정대로 출항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연철 수석연구위원은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유람선은 올라가고 잠수정은 내려오는 ‘역설’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유람선으로 장수정을 제어하는 일이 우리의 장기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 교류협력을 통해 군사적 대치상황을 완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