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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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분쟁의 유형에 관하여 : 유치원에서

갈등-분쟁의 유형에 관하여 - 유치원에서
정혜원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jhw1213@hanmail.net)


사회전반에서 갈등의 소재들을 찾아보고 그것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갈등해결workshop에 참여한지 두 달이 되어간다. 아직까지는 갈등중재를 놓고 글을 쓸 만큼 지식도 사회적인 관계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일주일의 2/3를 몸담고 있는 유치원이라는 곳이, 비록 태어난 지 수년밖에 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개성과 인격을 지닌 아이들이 모인 엄연한 사회라는 점에서 갈등해결에 대한 충분한 논의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아래에 나오는 유치원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종류 및 정의에 관하여는 갈등-분쟁에 관한 강영진 선생님의 매뉴얼을 사용하였음을 밝힌다.


이해관계갈등 Interest Conflict

이해관계 갈등이란 한정된 경제적/물질적 자원 또는 권력 등에 대한 경쟁적 추구를 말하는 것으로 유치원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갈등이다. 레고나 자전거 같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놀잇감은 주로 혼자 자라온 아이들에게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인기가 많은 '친구'가 이해관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친구'가 자기와 놀아주는지 또는 함께 손을 잡고 돌아다는지에 따라 경쟁심이 강한 두 아이가 싸운다. 이후 사춘기까지 계속되는 '단짝친구'의 패쇄적 친밀감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이들의 갈등은 눈을 흘기고 우는 척 하는 등 무척 심각한 문제이다.

사실관계 갈등 Data Conflict

사실관계 갈등이란 어떤 사건이나 자료, 상대방의 언행에 대한 해석의 차이 또는 오해를 말하는 것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객관적 정보나 평가가 부재할 때 주로 일어난다.
간식시간이었다. 간식을 거의 먹어갈 무렵 어딘가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달려가 보니 남자아이 둘이서 씩씩거리며 울고 있다.
나 : (드디어 내가 배운 중재를 써먹을 때가 왔군)
무슨 일이니? 울지말고 얘기해 봐.
제민 : 얘가.. 엉엉.. 때렸어요.
나 : 대웅아, 제민이 왜 때렸니?
대웅 : 얘가 먼저 때렸어요.
나 : (? . . ! 둘이 부딪혔나?) 으음, 너희가 부딪혔는
데 대웅이가 때린 줄 알고 제민이가 대웅이를
때렸구나?
제민 : 아니에요
나 : 그럼?
제민 : 쟤가 먼저 때렸어요.
대웅 : 아니에요, 쟤가 먼저 때렸어요.
나 : @.@

결국 나는 중재에 실패했고 두 당사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놀기 시작했다. 쩝..
그치만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쳐버렸을 텐데 지금은 '사실관계 갈등'으로 분석을 하고 있으니 workshop을 헛들은 건 아닌 것 같아 내심 흡족했다.

가치관 갈등 Value Conflict

가치관 갈등이란 가치관, 신념체계, 종교,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한 갈등으로 사회적 편견이나 stereotyping, 서로 다른 패러다임의 충돌을 의미한다. 홍석천의 커밍아웃이 언론을 온통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것도 가치관 갈등의 일종이다. 게이 바, 동성애자모임 수준으로 그 정당성을 조금씩 넓혀나가던 또하나의 마이너리티가 홍석천의 커밍아웃으로 인해 주류 가치관에 커다란 돌을 던진 효과를 낸 것은 가치관의
갈등 해결에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본다.
유아기의 성정체성 발달과정을 보더라도 이성애는 권력을 가진 다수의 집단이 만들어낸 사회적 편견임을 알 수 있다.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은 이미 가족제도 안에서 어느정도 사회화가 되어있다. 인류의 발달단계상 집단생활은 필연적이기에 유아기의 사회화는 매우 중요하다. 한 반에 30명을 웃도는 한국 유치원의 상황에서 지능을 개발하는 것보다 사회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은 재정상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한 대규모의 집단생활에 발을 들여놓아야만 하는 한국의 유아들에겐 필요한 과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회화'과정에서 이루어지는 Stereotyping이 주류문화를 재생산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반 남자아이들 중엔 여자아이들과 노는 것을 유난히 선호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매우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보통 여자아이들이 앞서있는 어휘사용에 있어서도 매우 정확하고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고 감정표현이 세밀하다. 이들은 주로 역할영역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여자아이들과 함께 엄마놀이나 요리놀이를 즐겨한다. 성역할 정체성이 확실히 형성되지 않은 5살 범용이는 '나 엄마 할 거야' 라고 했다가 6세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6살 창성이는 여자아이들이 싫다고 해도 쫓아다니며 그들과 놀려고 하고 그림도 주로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은 여자를 그린다. 한 번은 간식시간에 창성이가 여자아이들만 앉은 테이블에 앉아서 "남자가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자가 남자였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 여자라는 성구분이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를 방해하는 편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팠다.
요즘엔 아이들이 정태라는 아이를 놀리는데 정태가 대웅이와 결혼할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정태에게 "정말 대웅이랑 결혼하고 싶니? 대웅이가 좋아?"라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했다. 물론 정태가 아직 사회화가 덜 되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태는 동성끼리 가장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선천적으로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본능적인 감각을 사회화라는 이름으로 억누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태와 대웅이를 놀리는 아이들에게 "남자끼리도 결혼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혹시 아이들의 부모들의 귀에 들어가 공연히 일을 만들게 될까봐 그냥 "얘들아, 남자끼리 결혼하면 정말 안 될까?"라고 물어보곤 말았다.

상호관계상의 갈등 Relationship Conflict

상호관계상의 갈등이란 풀리지 않은 과거의 갈등으로 상호관계에 금이 간 상태로 대표적으로 한-일관계가 있다. 노-사 관계나 군사독재와 같이 지배, 억압, 착취의 일방통행적 관계도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유치원에서의 상호관계상의 갈등이라면. 교사-유아, 유아-유아 사이에 생길 수 있는데 유치원의 구조와 내가 맡고 있는 어린 반의 특성상 교사의 권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교사와 대드는 유아와의 갈등은 많지 않다. 우리반엔 유난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길혁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공격성은 어른과 흡사하다. 조금만 자기 맘대로 안 되면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든다. 그런데 재밌는 건 길혁이는 자기가 친구들을 괴롭히면서도 속으로는 자기가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친구가 자기를 보고 웃어도 자기를 놀린다고 화를 내 버린다. 길혁이는 어디서 이런 잘못된 관계에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답답하다.

구조적 갈등 Structural Conflict

구조적 갈등은 구조적 폭력이나 왜곡된 제도와 같은 분쟁당사자 외의 상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군가산점제와 같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시행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유치원에선 음.. 아무 놀잇감도 없는 좁은 공간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아이들을 몰아넣고 그들이 싸우지 않기를 바라는 나쁜 유치원들을 들 수 있겠다. 유치원은 때로는 엄청난 폭력의 장이 되기도 한다. 슬프게도..

사실 이 모든 갈등의 유형을 유치원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눈을 치켜뜨고 찾아보니 교실에선 분석하기에 따라 엄청난 의미를 지닐 수도 있는 갈등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사회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갈등에 부딪혀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만 '중재'라는 것을 통해 모두가 평화를 누릴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건 갈등해결workshop이 나에게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고 유치원이 나의 멋진 실험실이기도 한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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