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설 dllp21@kdlpnews.org
지금 독일에서는 오는 22일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이번 총선의 결과에 따라 1998년 녹색당과 연정을 이뤄 집권한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사민당(SPD)이 재집권에 성공하거나, 아니면 에드문트 슈토이버를 후보로 정한 기민연-기사연이 유럽의 전반적인 우경화 바람을 타고 집권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이에른주 지역정당인 기독사회연합(CSU)은 기독민주연합(CDU)과 함께 정파를 구성해왔는데 올해초 양당은 기사연 대표이자 바이에른 주지사인 슈토이버를 연방총리 후보로 선출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사민당과 기민연의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형국이라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월말 발표된 독일 제2공영방송 ZDF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 기민연을 찍겠다는 응답이 39%로 집권 사민당(38%)에 1%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자유민주당(FDP)은 8%, 녹색당은 7%,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주사회당은 4%, 기타가 4%를 각각 얻었다. 이 정도의 지지율대로라면 기민-기사연합은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이뤄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홍수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며 그동안 높아진 실업률, 경기침체 등 악재 속에서 고전하던 슈뢰더 총리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특히 지난달 말 독일 사상 최초로 실시된 총리후보간 TV토론에서 슈뢰더 총리가 판정승을 거두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TV토론에서 드러난 쟁점은 대 이라크 군사공격, 실업문제, 이민문제 등 세 가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 대해서는 슈뢰더가 이슈를 선점해놓은 상태다.
슈뢰더는 선거운동에 공식 돌입한 8월초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전 수행 움직임에 대해 “부시가 ‘군사적인 모험’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이어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이 잘못이며 내가 집권하고 있는 동안 독일은 일체의 군사행동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독일은 물론 유럽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전 정서에 부응하는 슈뢰더의 이같은 입장은 사민-녹색당 연정시절 유고공습 동참 등 대외적 군사행동으로 인해 등을 돌린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되돌리고 있다.
이에 비하면 슈토이버는 슈뢰더와의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는 “독일 총리가 사민당 출신이든 기민연이나 기사연 출신이든 군사적 모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이 점에서 의견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인 실업문제에 대해서도 슈뢰더는 최근 야심찬 실업대책을 내놓으며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1998년 집권당시 무엇보다 먼저 낮추겠다던 실업률은 오히려 슈뢰더 집권기간 동안 상승했고 결국 실업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기민-기사연합의 주된 공격무기가 됐다.
하지만 슈뢰더 총리는 지난달 16일 페터 하르츠 위원회가 내놓은 3백43쪽 분량의 보고서를 승인하며 “전후 가장 훌륭한 노동시장 개혁안”이라며 의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슈뢰더 총리가 올초 폭스바겐 인사담당 이사 페터 하르츠에게 “실업문제 해결의 청사진을 제시하라”고 요청하면서 만들어진 위원회는 노동계와 경영계, 좌파와 우파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돼 실업대책을 강구해왔다.
보고서의 요지는 저소득 및 파트타임 노동자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은 연장하되 일을 하지 않으려 하거나 구직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에 대한 생계보조금 지급은 삭감함으로써 현재 4백만명 규모인 실업자수를 3년간 2백만명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슈토이버는 이에 대해 “현실성이 없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한마디로 쓰레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민-기사연이 집권한다 해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하르츠 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 유입 문제에 관해서는 좌우파 모두 이민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파는 그렇다쳐도 사민당 마저 유권자 정서를 의식, 이민문제에 대해 우파의 입장을 추종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민사당, 녹색당 등 좌파 일각에서 곱지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영국 신노동당을 제외하면 최근 벌어진 유럽의 선거에서 좌파는 줄줄이 패배했다. 독일 사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유럽의 우경화 바람을 꺾고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03호] 9.9 ~ 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