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열린 미국 시애틀 도심은 수만명의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비정부기구 단체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충돌하면서 최루탄가스와 화염이 가득 찬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사태로 주방위군 동원령과 통금령,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나 시위대와 경찰의 공방은 밤 늦도록 계속됐다.
시애틀 도심의 상가는 거의 철시했고 불안한 표정을 한 시민들은 귀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또 시위대의 물건 투척과 스프레이 낙서로 각국 주요 대표단이 머무는 셰러턴호텔과 회의장 주변에 있는 건물상가 유리창과 벽이 손상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특히 시위대는 나이키, 스타벅스, 플래닛헐리웃, 맥도널드 등 회의장 주변에 있는 다국적 기업 건물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경찰은 시위대 군중을 향해 간간이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난투극을 벌이기도 하는 등 격렬하게 충돌했으며 도심은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이날 시위로 회의가 차질을 빚자 시애틀의 텔레비전 방송국들은 거의 하루종일 생방송 긴급뉴스를 내보냈다.
◇…이날 아침 7시30분(현지시각) 비가 내리는 가운데 도심으로 집결하기 시작한 시위대는 우선 각국 대표단이 묵고 있는 셰러턴호텔부터 봉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팔짱을 낀 채 ‘인간 사슬’을 만들어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던 파라마운트극장과 회의장인 컨벤션센터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출입자를 통제했다. 이들은 특히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조직위원회가 발급한 신분증을 목에 건 대회 참가자들은 대표단이건, 취재기자건 가리지 않고 모두 출입을 막았다.
◇…이날 시위는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를 비롯한 각국의 노동조합 및 환경보호단체 등이 주도했다. 특히 “노동가족을 위한 세계경제 건설”과 “아동노동 금지” 등의 피켓을 들고 참석한 미국 노동조합 회원들이 회의장 봉쇄와 회의 관계자 출입제한 등의 일을 도맡아했다. 한 정부부문 노동자는 “미국의 노동자가 20년 만에 깨어나 거리에 나왔다”며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일을 하는 세계무역기구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는 이밖에도 산림보호와 바다 거북이 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 중국의 기공단체인 `파룬공' 탄압에 반대하는 단체 등 각양각색의 단체들이 총집합했다.
◇…한국의 비정부기구 회원 25명도 오전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 인정 등을 요구하는 플래카드와 사물놀이패를 앞세우고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한국 참석자들은 특히 주목도가 높은 한복과 북 꽹과리 등 사물놀이패를 앞세우고 행진을 벌여 취재진과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낮에는 한국과 일본의 의원, 비정부기구와 함께 농산물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저녁에는 일본 필리핀과 함께 `쌀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분주한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쌀의 날 행사에 국내에서 가져온 막걸리와 한과 김치 인삼 등을 내놓고 농산물 시장을 지키기 위한 세 나라의 결의를 다졌다.
◇…셰러턴호텔에 묵고 있는 한국 대표단은 회의장인 컨벤션센터와 연결돼 있어 회의 참석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출입은 자유롭지 못했다. 때문에 정우성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회의장 밖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회의 상황을 브리핑해줬다. 정 국장은 “이날 시위로 개막식에 이어 열릴 예정이었던 비공식 회의가 무더기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며 “회의장에서 다소 떨어진 웨스틴호텔에 머물고 있는 일본 대표단은 회의장에 들어오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시애틀/오태규 기자ohta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