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비슷한 현실, 눈길끄는 대응
로 위원장, 산별교섭 추진전략·임시직 정책 등 경험 밝혀
금속산업연맹(위원장 문성현)은 지난 9월28~29일 서울 중소기업회관에서 호주·스웨덴·독일 금속노조 관계자를 초청한 가운데 '산별노조의 조직·투쟁·교섭'이라는 주제로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이 국제토론회에 사례발표자로 참가한 호주금속노조의 줄리어스 로위원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끌었다. 다른 나라 노조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17만명의 조합원을 아우르는 조직의 대표가 직접 참석했다는 점에서, 또 토론회장 안팎에서 보여준 솔직하고 스스럼없는 태도에서 로 위원장은 참가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로위원장의 이런 열성이 임기 4년의 직선 위원장에 단독후보로 출마해 당선될 수 있었던 힘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현재 호주금속노조의 처지와 투쟁은 한국 금속노동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1991년까지는 대체로 유지되던 산별교섭구조는 92년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노동시장의 규제가 완화됐고, 이는 조직된 노조의 힘과 사회보장제도를 허무는 것으로 이어졌다. 호주금속노조는 98년 전국대의원대회 이후 '자유무역이 아닌 공정한 무역'을 주장하며 산별교섭을 복원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노조는 이를 위해 기업별 협상이 정해진 날짜에 끝나도록 하고, 1천명 이상의 제조업 전체에서 합법적으로 보장된 산업행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호주에서 가장 큰 빅토리아주에서 협상을 끝맺는 날짜를 2000년 6월30일로 통일시켰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2001년 6월30일로 통일시키는데 성공했다.
로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제조업에서 15%에 머물던 임시직노동자가 최근 25~35%까지 늘었다. 그래서 우리는 임시직 노동에 대한 추가임금요구율을 20%에서 30%로 올렸다." 이에 대해 한 토론회 참가자가 질문했다. "정규직노동자가 그런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는가." 로 위원장은 "임시직에 대한 추가임금은 임시직 또는 계약직을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별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국게이츠 같은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초 일본계 다국적기업 쏘니사가 '모든 여성근로자가 서서 일해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4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끝에 1천여명의 여성노동자가 해고됐다. 우리노조는 쏘니 본사에 '여성노동자를 복직시키지 않으면 시드니올림픽 공식후원사 선정을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여성노동자들은 복직할 수 있었다."
다국적기업들과 그들의 주요기구인 WTO와 IMF,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쏟고 있는 호주금속노조의 노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안으로는 임시직·계약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현장교육가' 훈련에 연간 1백만 달러를 쓰고, 밖으로는 호주노동당에 조직적으로 가입하고 당에 내는 가맹비를 늘림으로써 당에 대한 영향력을 50%까지 확대했다.
이재철 leecc@nodong.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