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The Jordan Times' 표지에는 검은 띠가 둘러져 있었다. "Jordan Times reporter Tareq Ayyoub killed in US missile attack in Baghdad" 요르단 타임즈의 1면 기사 제목이다. Tareq Ayyoub은 요르단 타임즈의 기자이면서 알 자지라 위성 방송의 통신원인이다. 알 자지라 사무실이 폭격을 당했고 Tareq Ayyoub과 또 다른 직원이 부상을 당한 것이다. 알 자지라 방송 측은 이에 대하여 '고의적으로 조준했다'고 고발했다. 2001년 11월, 아프가니스탄 침략 때도 알 자지라의 카불 지부가 공격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4월 9일 요르단 타임즈에는 조문이 실렸고, 저널리스트의 죽음에 대한 비판의 글들을 볼 수 있었다. 한 평화팀원이 받아 온 포스터에는 죽은 기자의 사진과 함께 작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Don't kill journalist.
4월 8일의 폭격으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팔레스타인 호텔 또한 폭격을 당해 로이터와 스페인 방송국의 카메라맨이 죽고 몇몇은 부상을 당했다.
바그다드를 장악하기 전, 미군의 폭격은 더욱더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바그다드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폭격은 끝났어도
미군이 바그다드에 진입한 후, CNN에서는 종일 무너지는 후세인 동상과 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을 보여줬다. CNN의 카메라는 부시의 사진에 입을 맞추는 사람과 후세인의 사진을 신발로 때리는 사람들을 비추었다. 미국의 과도정부 수립을 그들이 진정 기뻐할까. 그 장면이 연출된 거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전쟁으로 인해 뺏길 건 다 뺏기고 잃을 건 다 잃은 이들이 자신의 땅을 침략한 이들을 반기리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삼삼오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있던 암만의 시민들은, 후세인 사진을 거침없이 찢는 이라크인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후세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후세인이 이렇게 빨리 무너졌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인 것이다.
후세인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우리는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폭격이 끝났을 뿐이고, 바그다드가 함락됐을 뿐이다. 전쟁 때문에 다치고 죽은 사람들을 아직 헤아릴 수 없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교전으로 다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마당에 어떻게 섣부르게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라크 재건은 이라크인들이
전쟁 종료가 선언되지 않았고 아직도 산발적인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상황이 급변하면서 전후 복구에 대한 논의 또한 빠르게 오고 가고 있다.
8일, 알 몬즈 호텔에서 만난 CPT(Christian Peace Maker Team)의 멤버 Sis Lucille Levin(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독자적으로 준비해 이라크에 들어 온 CPT는 이라크에서 IPT를 만나 함께 활동했다.
시스가 생각하는 전후 이라크 재건 문제는 단순하게 건설과 지원을 통한 것이 아니다. 이라크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그들의 자생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PT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물건을 수송해서 다시 이라크로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다만 쉽게 나오지 않을 비자와 미군의 통제가 우려스럽기는 하다.
현재 바그다드에 있는 IPT의 수는 10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스가 나올 무렵 14명이었지만 이후에도 암만으로 들어오는 이들의 소식을 간간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스는 이라크 당국에서 통제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적은 수의 평화 운동가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유는 조금 다르지만 총책임자인 캐시 켈리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녀는 여섯 명만 남고 떠나기를 바랐다. 캐시 켈리의 뜻을 존중했고, 남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스는 바그다드를 떠났다. 그녀 역시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녀는 다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은, 평화팀과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이라크 대사관으로 향하던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점령군이 있는 이라크에 해방은 없다
바그다드 점령 이후, 암만 주재 이라크 대사관은 더 이상 업무를 보고 있지 않는다고도 하고, 통제가 없는 이라크 국경에 외신기자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소문 또한 들린다.
이 와중에 소규모 외국 NGO 단체들 중에는 일단 물건을 실고 이라크로 가기를 원하는 단체, 이라크 현지 시찰을 떠나는 계획을 세우는 단체들이 있다. 어떤 것이든, 지금의 상황에서 위험한 일인 것은 사실이다.
"후세인 동상을 부수는 것을 못 봤는가. 지금 이라크인들은 해방되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보였을 때, 한 외국 NGO 단체의 책임자가 한 말이다. 반면 ICRC의 암만 책임자 마이크는 현지인들에 대한 약탈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그다드 폭격이 극심했던 9일, 군사 활동 아래서는 원조가 필요한 곳에 가기가 어렵다며, ICRC가 바그다드에서의 활동을 잠시 중단함을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듣고, 다른 NGO 단체들은 더욱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지원활동을 준비하는 이들의 입장이 다르고, 계획이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이라크 현지에서의 지원활동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호'는 다만 물건을 퍼다 날라주는 것이 아니라 재건과 평화를 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