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에 노동자역사 한내, 김진균 기념사업회,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등 3단체가 공동으로 전노협 건설 20주년을 맞이하여 『민주노조운동, 이념과 계급을 다시 이야기하자』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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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자인 안태정 한내 연구위원은 “노동 조직의 이념: 전평․전노협․민주노총의 이념 비교”라는 발제문에서 전평, 전노협, 민주노총 세 단체의 이념을 비교하였다. 그는 전평을 “‘조선공산당을 절대지지’하는 것을 통해서 사회주의를 이념적으로 지향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냄으로써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투쟁했던 변혁주체의 하나로 보았으며, 전노협은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수탈하고 억압하고 탄압하고 노동자계급에게 굴종과 노예적 삶을 강요하는 국가와 자본이 지양된,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를 지향”한 단체로서 기존의 자본과 국가를 지양하여 ‘자유와 평등의 사회’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자 투쟁했던 변혁주체로 평가하였다. 두 단체의 유사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반해 민주노총은 “자본과 국가의 질서 내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지향하기 위하여 활동하는” 사회개혁의 주체로서 자본과 국가 질서 자체를 지양하는 내용을 갖추어야 하는 한계를 내포한 단체로 평가하였다.
한마디로 전평과 전노협이 사회혁명 또는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운동이었다면 민주노총은 사회개혁적인 운동이라고 비교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이라는 ‘위대한 역사적 사명’을 위하여, 결과에 대한 투쟁인 일상적 경제투쟁을 벌이는 노동자계급의 조직화된 기구일 뿐만 아니라, 그 원인인 임금노예제 그 자체와 자본제 생산양식 그 자체를 철폐시키는 정치투쟁을 벌여야 하는 노동자계급을 조직화하기 위한 중심점으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재삼재사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두 번째 발제자인 조돈문 학단협 상임대표는 “노동계급 계급형성과 계급의식 변화”라는 주제의 발제문을 통해서 해방 60년 동안의 노동계급 계급형성의 부침과 노동계급의 보수화 그리고 1997-98년 경제위기 하에서의 구조조정이 노동계급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였다.
그는 노동계급의 계급형성 부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은 평등사회건설이라는 변혁적 구호를 내세웠으나 1997-98년 경제위기 속에서 추진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공세 하에서 노동기본권 보호와 고용안정성 확보를 위한 방어적 투쟁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변혁지향성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개혁적 존재양식에 머물게 되었다. 조직적 형성에 있어, 10% 수준의 낮은 노동조합 조직율과 조직노동부문의 어용-민주 분열로 인해 조직적 형성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민주노조의 투쟁과 조직 자체에 대한 탄압이라는 정부의 노동정책,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비정규직 비중 확대라는 노동시장의 변화, 노동조합 조직율 낮은 서비스산업의 팽창이라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지배이데올로기의 위력 아래 사회정치의식의 보수화를 겪게 되었는데, “노동자들이 물적 조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보수화된 것은 경제위기라는 상황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조작의 성과”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특히 “노동계급 보수화는 모든 부문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보수화를 겪었으나 정규직의 보수화는 비정규직에 비해 훨씬 더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그 결과, 경제위기 이전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비해 더 높은 계급의식을 보였으나, 경제위기 이후에는 정규직이 도리어 더 낮은 계급의식을 보이게 되었다. 이는 노동계급 보수화 추세가 주로 정규직 중심으로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계급의식 역전현상은 노동계급 계급형성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경제위기 이전 노동계급은 특전, 핵심, 주변적 부문으로 3분되며 정규직 중심의 핵심 노동자 부문이 계급형성을 주도하였으나, 경제위기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며 계급형성 주체가 불분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계급 계급형성의 후퇴와 계급의식 보수화는 계급형성의 “미스매치(mismatch)” 현상으로 나타나서 노동계급 계급형성의 정체․약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조돈문 대표는 이를 극복하는 것이 계급형성의 핵심 과제라고 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주체 형성과 정규직 노조운동의 계급성 복원이 절실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이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할 의지와 역량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때보다도 더 높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날의 토론회는 지난 10여년 이상 지속되어온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평가와 진단이 반복되었으며, 앞으로 이념과 계급을 어떻게 얘기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제로 남겨둔 답답한 토론회였다.
이날 토론회는 두 명의 발제자와 함께 이승원 한내 사무처장의 사회로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부원장, 김보현 성공회대 연구교수,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한석호 민주노총 전 조직실장이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