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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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로 향하는 한 겨울 당나귀들

[동행취재] 길에서 새해를 맞는 사람들(1) 한국작가회의

[편집자주] 혹한의 날 찬 길에서 새해를 맞는 이들이 있다. 2012년 임진년뿐만 아니라 매년 그랬다. 몸을 움직여 길에서 꿈틀거리는 이들이 있어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은 한 해 한 해 희망이었다. <미디어충청>은 그 빛을 따라 강정마을로 향하는 한국작가회의의 발걸음, 대리운전, 쌍용차, 유성기업, 철도 노동자들을 만난다.

눈 내린다. 글발 좀 되는 사람들이 눈발 맞으며 1월 1일 새해 충남 성환역에 모이기 시작했다. 충남 천안의 맛 호두과자 하나씩 베어 물던 작가들이 길 떠날 채비를 했다. 손전화가 오전 9시를 알려주고, 서걱 서걱 발자국 소리가 난다.

어디로 가시나요?
제주 강정마을로 갑니다.



임진각서 목포까지 내리질러 482.6킬로미터, 바다 넘어 제주항에서 강정마을까지 44.4킬로미터. 1번국도서 불어오는 ‘바람의 노래’는 충남을 지나 제주로 향하고 있었다.

바람의 노래 -정희성
한라산 꼭대기에 올라 귀 기울여보라/ 제주에서는 바람도 파도소리를 낼 줄 안다/ 여기는 천상에 속한 나라/ 누구든 이곳에 오려거든/ 무기를 버리고 오라/ 나는 재앙이 아니라 평화를 노래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 바람이 노래하는/ 이 장엄한 하늘이 바다고 바다가 하늘이다 2011. 12. 26. 임진각

강정마을 평화 선포

작년 12월 26일 한국작가회의 소속 글발꾼들이 임진각서 평화를 염원하는 편지를 담은 우편물 배낭을 짊어졌다. ‘이 겨울, 짐을 받아진 당나귀들처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는 강정마을까지 걷겠노라며, ‘흰 눈이 푹푹 내린다 해도 우리 질문을 단단히 불들겠다’ 다짐했다.

임진각에 모인 작가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성을 알리는 평화선포식을 열고, 평화선포문을 낭독했다.

“제주도 강정마을은 전형적인 국책사업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숨비기꽃 향기 선연한 평화의 가슴 제주를 정치적 경제적 욕망으로 가득찬 자들이 희롱하게 놓아두는 일은 역사적 모욕이자 문학적 수치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있어야 할 강정마을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오지 못했다. 남한 북쪽 끝에서 평화선포문이 낭독되는 날 아침, 남쪽 끝 강정마을이 경찰병력의 강제 진압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해군기지 공사 현장 정문 앞 ‘불법 공사 중단’ 천주교 미사와 연좌농성은 27명 강제 연행으로 얼룩졌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들의 평화 행렬에 서울경기권 글발꾼만 168명이 참여했다. 애초 91명이 지원했다. 힘을 얻은 이들은 12월 31일 저녁, 이제 걷기 시작할 충청권 작가들에게 우편 배낭과 ‘돌맹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드리지 마라’고 적힌 펼침막, ‘글발 글발 평화릴레이’ 구호를 전하며 기운을 북돋우어 주었다.

입김 서리게 시린 2011년의 마지막 날 밤은 작은 식당서 강정마을 평화를 염원하는 조촐한 재야 행사로 끝났다. 작가 엄마에게 일어나지 말고, 말하지도 말라고 떼쓰는 아이의 울음에 터진 웃음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서로의 생각이 오갔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간절함에 반응해야 합니다. 여긴 종북 좌익 세력도 없습니다. 책임감으로 주민에게 반응해야 한다. 평화에 대해 둔감한 것을 자각하고,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각기 다른 답이 있겠으나 걸어오면서 목표가 확산될 것입니다. 바라기는 사회가 소란스럽고, 개인이 평화롭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로부터 혁명적으로 단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조정 시인)”



연대의 통로, 길에서

1월 1일 새해에, 전날 동료에게 기운 받아 걸음이 씩씩할 법도 한데 느릿느릿 하세월이다. “오늘 제일 빨리 걷는 것 같아. 충청도에선 불구경 갈 때나 이렇게 빨리 걷지. 충청도스럽게 느릿느릿, 뽈레뽈레” 이정록 시인의 구성진 말이 터진다.

충청도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사람과 길, 느린 만큼 한 걸음 한 걸음 꾹꾹 눌러 서로 교감한다. 1번 ‘국도’라 정겨움도 있을 법한데, 자동차 쌩쌩 달리는 소리에 귀가 따갑고, 인도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수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이미 길은, 자연과 사람에 대한 예의와 연대의 또 다른 통로였다. 강정마을이 선물해 준 평화의 가치는 강정마을에 국한되지 않고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저항행위죠. 이 길을 얼마나 걷게 될까.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걸으면 세상이 조금 더 평화로워질까. 이 염원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줄까... 이 길을 걷는다고 모두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마음을 밝히는 행위란 생각이 듭니다. 다른 분들이 걷는다면 또 같이 걸을 겁니다.”

제주 서귀포서 20년간 나고 자라 육지사는 아내와 인생길을 걷는 정용석 씨도 오늘로 세 번째 이 길을 걷는다. 충남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그는 잠시 일을 접고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등과 함께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며 첫 번째 길을 걸었다. 또, 쌍용차 해고자들이 소금꽃 찾아 100리길 걸으며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 투쟁에 연대하는 발걸음에 함께 했다.

김광임 작가도 1월 1일 아침 서둘러 서울서 내려와 동료 작가들과 걸었다. 중무장을 하고, 새해 벽두부터 눈을 맞으며 내가 이 길을 왜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다가도, 생명과 환경에 대한 간결한 답을 내놓는다.

“자연을 훼손하면 안 돼요. 되돌릴 수 없잖아요. 저렇게 강아지를 보면 멈춰서 모두 예뻐하잖아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아름다운 거죠.”


  쌩쌩 달리는 자동차 소리에 귀가 따갑고, 인도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겨울 소복히 내려앚은 눈의 고요함과 강아지들의 살랑거림이 위안이다.

부정한 정부

하염없이 걷다보니 왜 걷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 지기도 한다. 평소 글을 통해 사회와 호흡하는 작가들이 행동에 나서다보니 언론으로부터 주목도 받았다. 작가들이 몸을 움직인 이유가 무엇일까.

“사안별로 작가들이 행동을 해 왔는데... 사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거치면서 작가들의 저항정신이 좀 무뎌진 측면이 있죠. 지금은 이명박 정권이 행동을 불러온 것 같아요. 작가들이 추구하는 삶과 배치되는 게 많은 사회라 즐길 수 없는 거죠. 예전에 운동성을 공유하지 않았던 젊은 작가들도 이명박 정권에 제동을 걸고 있죠. 작가들이 현실 운동에 참여하고, 그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건 사실이예요.”

그리고 전성태 소설가는 동료가 잡혀가 있는 현실을 상기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누구 말마따나 작가들이 ‘게으르게’ 살 수 없는 시대다. 한진중 희망버스를 기획한 죄밖에 없는 송경동 시인이 감옥에 있다.

“작가가 시국사범으로 잡혀간 건 진짜 오랜만입니다. 작가들이 예민한 부분도 있지만, 작가들이 행동하는 건 갈 때까지 갔다는 거죠. 이명박 정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죠. 이명박 정권 심판이 문제가 아니고, 반면교사로 삼아 다음에 우리가 정치권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각각의 요구가 그렇게 대단했나.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짓지 마라, 서민들은 물가 내려라, 빈민들은 살 곳을 마련해 달라, 장애인들은 차별하지 마라, 노동자들은 청춘 바친 일터에서 짜르지 마라.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요구들이 난무한다.

많은 이들의 요구는 국가권력의 폭력적인 답변으로 돌아왔다. 저항하다 최루액 맞고, 끌려간 일이 다반사였다. 정용석 씨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경찰병력으로부터 무력 진압 당하는 모습을 접하며 흥분하기 일쑤였단다. 꿈꿀게 없어 연행되기를 꿈꾼다는 그다.

“나는 이 정부가 부정, 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강정마을 연행사태 보면, 너무 쉽게 아무나 연행되니까... 이제 1년 남았는데,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에 한 번도 연행되지 않으면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연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 겨울, 짐 받아지고

쳇바퀴 돌든 방황하는 사회를 보며, 어느 때는 자기 성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천서 와 뚜벅뚜벅 걷고 있는 신현수 작가가 그렇다.

“정권 초기 온갖 악행을 접했을 때, 그때 용감하게 발언하고 행동했더라면...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자책감도 들고 반성하게 됩니다. 이제 정권 끝날 무렵, 누구나 다 정권 비판하고 있을 이 때 내가 걷기에 참석했습니다. 좀 더 용감하게 나섰다면 이 정도까지 처절하게 가지 않고, 망가지지 않았을까. 나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뿐만 아니라 4대강, 비정규직, 청년실업 등 나의 비루한 욕망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 후과이고 업보인 것 같고...”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면, 후손들에게 ‘그 시대 사람들 뭐했지?’ 혹은 ‘바보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것만 같단다. 내 아비어미에게 했던 질문을, 내 새끼들이 물을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대 중국 방어용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다 알 수 있죠. 목에 총과 칼을 겨누는 이런 짓은 정말 안 돼요. 후손들이 우리 전 세대 사람들은 다 바보냐고 할 거예요. 부끄럽고 참담해요.”

강정마을 평화 염원서 시작된 발걸음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가치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지 말아야 하는, 더 나아가 군사기지 자체를 짓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일이 궁극적으로 평화로운 삶을 향한 첫 걸음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일장 연설에 코웃음이 나고, 긴 걸음만큼, 긴 호흡으로 걸으며 생각하겠다는 한국작가회의 평화선포문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 대부분 사람들은 무릎을 꿇었으나 강정마을 사람들은 끈질기데 저항하고 있습니다. 대대로 살아온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며 어부로, 농부로 살아갈 평화생존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들의 저항이 왜 옳은 지 25박26일을 걸으며 생각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들은 한 마을 사람과 자연이 죽을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냉담하게 개발 이익만을 계산하는 가공할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좌절하고 슬퍼하려고 합니다” <평화선포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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