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교과부에서 편찬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서 경제위기의 원인을 ‘국민’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교과서가 개념이 없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어 향후 편파적 교과서 제작에 대한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IMF는 국민 과소비 때문, 금모으기로 극복했다”
지난 9월 17일, 소설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민한테 누명 씌우는 재미로 교과서 만드니?”라는 글을 남기며 교과부를 비판했다. 당시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누명 교과서’는 다름 아닌 교과부에서 만든 5학년 2학기 사회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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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2, 사회와 탐구 5-2. 교사용 지도서인 사회지도서 5-2에는 모두 IMF 경제위기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제는 IMF위기의 원인으로 교과부가 ‘국민의 과소비’를 지목했다는 것에 있었다. 특히 교사용 지도서인 사회지도서 5-2 108쪽에는 해당 내용이 가장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사회지도서에는 경제적 시련을 겪은 까닭으로 ‘국민들의 과소비-호화 외제 사치품 구매, 해외여행의 급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으로는 △과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림 △금모으기 운동을 펼침 △국산품을 애용함을 꼽았다.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는 사회와 탐구 교과서에서 역시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 대해 ‘금모으기’, ‘과소비 반성’을 언급했다. 또한 ‘기업의 투자’와 ‘월급의 일부를 회사를 살리는데 사용했다’는 근로자의 입장도 넣었다. 정부의 극복 노력으로는 ‘일자리 제공’을 내세웠다.
IMF가 국민의 과소비 때문이라는 교과부의 논리는 지금까지의 경제 위기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이어서 조롱거리가 됐다. 기업의 방만한 경영,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대출과 더불어 국가의 부실한 외환관리 정책이 경제위기를 낳았다는 일반적인 분석은 교과서 내용 중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아직도 ‘이념논쟁’ 중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이념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국방부의 천안함 반공 만화와 같은 ‘주적’ 개념은 아니지만, 북한을 향한 ‘실패한 사회’라는 이미지는 교과서를 통해 꾸준히 주입되고 있었다.
사회와 탐구 5학년 2학기 교과서에는 ‘자유와 경쟁’이라는 소단원이 있다. ‘자유와 경쟁’단원에서는 기업과 상점의 자유와 경쟁, 가격경쟁, 품질경쟁, 서비스경쟁, 그리고 경쟁의 이점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단원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베짱이 나라와 개미 나라’라는 만화를 삽입했는데, 이는 한 눈에 봐도 베짱이 나라는 북한을, 개미 나라는 남한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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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따르면, 베짱이 나라에서는 직업을 정해주고, 식량도 똑같이 나누어 준다. 때문에 베짱이들은 “여보게 친구, 열심히 일하면 뭘 해. 항상 똑같이 나누어 주잖아!”, “맞아! 그러니까 쉬면서 일하자고!”라고 말하며 일을 하지 않는다. 결국 베짱이 나라는 “먹을 것 좀 주세요”라며 밥그릇을 들고 구걸을 하는 상황이 온다.
반면 개미 나라에서는 능력과 적성에 따라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서로 경쟁하며, 일한 만큼 식량은 얻는다. 때문에 개미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더 많은 소득을 얻어야지”, “이번 달에는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이 벌어야지”라며 열심히 일을 한다.
개미 나라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그런지, 일터도 연구소, 출판사 등이고 베짱이 나라에서는 여전히 척박한 산을 호미질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베짱이’와 ‘개미’나라의 구도를 넘어선 남한자본주의의 미화로 귀결된다. 지금 우리사회를 ‘일한 만큼 식량을 받는’ 사회라는 공식을 씌워 놓았지만, 결국 이는 ‘IMF의 원인은 국민’이라는 주장만큼이나 허구적이다. 결국 1979년에 등장했던 허구적인 반공만화 ‘똘이장군’은, 2010년에 ‘개미와 베짱이’로 부활해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해 재현되고 있다.
교과서, 정부의 입김 세지나
지난 2008년, 금성교과서 사태로 교과서의 자주성과 다양성 문제가 대두됐지만 사실 교과서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 때문에 재판부는 지난 9월 2일, 교과부가 금성출판사에 내린 수정 지시에 대해 “교과부의 명령은 위법”이라고 종지부를 찍었지만,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과부 장관은 ‘교과용도서의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국정도서의 경우에는 이를 직접 수정하고, 검정도서의 경우에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 돼 있다.
인정도서의 내용 또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교과부 장관이 저작자에게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저자나 출판사가 수정 명령을 따르지 않을 시, 최고 3천 만 원의 과징금을 지급해야 하며, 3년 이내에는 검정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결국 초중등 교과서는 교과부 장관의 손아귀에 놓일 처지가 됐다. 저자나 출판사는 교과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경제 위기의 원인은 국민’이라고 수정하고 북한은 여전히 ‘실패한 사회’라는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등 교과서의 편파성과 획일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