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삼성전자로부터 해고당한 박종태 대리의 부당해고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박 씨는 사측에 부당해고에 맞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써 박 씨는 1인 시위와 더불어 법적 싸움으로 삼성과의 2라운드 싸움을 벌여나가게 됐다.
삼성일반노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7일 오전,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노조 설립 탄압 규탄 및 삼성전자 박종태 씨 해고무효확인소송 소장 제출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박 씨에 대한 삼성전자의 해고는 불법적인 사유와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사측의 해고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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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사유, 양정, 절차 모두 불법이다”
삼성전자 주식회사는 지난 11월 26일, 박종태 대리에 대해 “업무지시 불이행, 허위사실 유포 및 회사 명예 실추, 정보보호 규정 위반, 징계전력이 있음에도 뉘우침이 없음”이라는 이유를 들어 징계해고처분을 내렸다. 박 씨가 사측의 러시아 해외출장 지시를 거부하고, 왕따 근무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언론에 유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씨측의 주장은 다르다. 송영섭 변호사는 “해고처분은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와 징계처분의 절차, 징계의 양정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해고 효력이 부인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해외출장의 경우, 박 씨가 제출한 각종 진단서와 소견서 등을 통해 사측이 그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강제 출장을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사측이 강요한 2010년 제조그룹으로의 전환배치 역시 박 씨는 업무를 수행해 온 바 있다. 또한 언론사를 상대로 한 허위사실 유포 역시 “빈 책상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게 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로, 허위사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송 변호사는, 사측의 징계 양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징계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의 고충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것은 근로자로서의 보장된 권리행사이며, 박 씨는 사측의 탄압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한 달간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송 변호사는 “삼성은 원고에 대해 상벌위원회 출석 및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징계절차상 하자 여부가 문제 된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지난 2007년 11월, 사내의 한가족협의회 사원 측 위원으로 당선돼 활동했지만, 근무 환경으로 인한 여 사원의 유산 등을 문제 삼자, 이듬해 위원직 정지와 2009년 면직을 당했다. 이후 사측은 2009년 8월과 2010년 7월, 박 씨에게 러시아 출장을 강요했지만 박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를 거부한 뒤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2010년 7월, 직무대기를 받은 후부터, 박 씨는 빈 책상에서 왕따 근무를 당했으며, 8월에는 직무대기 상태 중 대학병원 의사의 권유로 정신과 병동에 한 달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
또한 병원에서 퇴원한 뒤, 박 씨는 출근을 시작했지만 삼성 측은 ‘직무대기는 해제되었다’면서도 계속 왕따 근무를 시키다 10월 제조업 라인으로 강제 발령 조치를 내렸다. 급기야 11월 3일, 박 대리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노동조합을 건설하려 한다는 의심만으로 왕따 근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뒤, 사측은 같은 달 26일 해고를 통보해왔다.
이에 박 씨는 12월 2일, 재심 신청을 했지만, 사측은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12월 7일, ‘해고’라는 재심 결과를 확정했다.
“삼성의 무노조 신념화, 헌법을 뒤엎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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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자회견단이 공개한 삼성의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임직원 특별교육 실시’라는 문건에는 “2010년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하여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문건은 지난 2009년 11월 24일 배포된 것으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임직원 특별회의 내용이 담긴 내용으로, 삼성 전자의 극비 자료”라며 “이것을 바탕으로, 삼성 전자만이 아닌 전 계열사에서 무노조 신념화를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해 “누가 봐도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는 내용으로 해고를 강행한 것은, 내년에 시행될 복수노조에 대해 내부적으로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아직도 이런 시대착오적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영국 변호사 역시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 한 삼성의 공문은, 한 기업이 우리나라 헌법 질서를 완전히 뒤엎고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권리조차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삼성반도체백혈병피해유족인 고 황민웅씨의 부인 정애정씨도 참석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비판했다. 정 씨는 “남편의 직접적인 사망 사인은 급성 백혈병일지 몰라도, 간접사인은 삼성의 무노조 때문”이라며 “저 또한 12년 가까이 삼성에서 일하면서, 현장에서 힘없는 노동자를 핍박하는 삼성을 몸소 체험해 온 만큼, 이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삼성 자본의 무노조 노동탄압의 실체를 폭로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삼성 측에 △부당징계 철회와 박종태 씨를 복직시킬 것 △박종태 씨에게 가한 인권유린과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사과할 것 △무노조 경영과 노동자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