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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동안, 신발공장 근무와 짬짬이 전단지 붙이는 작업을 하며 부부와 두 아이의 미래를 꿈꿔왔지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영업을 정지하며 그 꿈이 산산이 부숴졌기 때문이다.
이미 휴지조각이 돼 버린 저축액은 결혼을 앞둔 첫 째 아들의 전세비용이었다. 지난 5월 1일, 예정대로라면 큰 아들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치러야 했지만, 전세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결혼은 무기한 연장 됐다.
“다니던 신발 공장을 그만두고 전단지를 붙였어요. 1000장 붙이면 3만원을 주는데 그 돈을 모아 한 달 25만원으로 생활비를 했어요. 관절이 너무 아파 작년 겨울부터는 이마저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년 12월, 부산저축은행에서 높은 이자율을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어요. 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아뒀던 돈을 모두 저축은행에 집어넣었죠. 이 돈은 제가 모은 돈 뿐만 아니라 큰 아들이 모아뒀던 돈도 포함 돼 있는 거예요. 그리고나서 삼화저축은행 사건이 터진거예요. 우리도 불안했어요. 그렇지만 1월 14일,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나와 ‘상반기 더 이상 영업정지는 없다’고 해서 그 말을 믿었어요.
하지만 김석동 위원장은 이제 와서 보상할 수 없다고 해요. 특히 VIP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돈을 다 돌려받고, 우리 같이 없는 사람들 돈은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밖에 못나와서, 그냥 은행인줄 알고 돈을 넣은 죄 밖에 없는데 결국 힘 없는 서민들만 이렇게 당하는 겁니다. 저는 이 돈 못 찾으면 죽어요.”
저축은행 특혜인출 의혹...힘없는 서민만 피해, VIP는 특혜
금융당국의 부산저축은행그룹 영업정지 조치에 따라, 5000만원 초과 예금자 및 후순위 채권자 2만 5천여 명은 그대로 손실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3500여 개의 계좌예금주가 불법인출을 했다는 ‘특혜인출 의혹’ 사실이 알려지며 피해를 당한 서민들의 가슴에는 더욱 큰 피멍이 들었다.
때문에 대검중수부는 뒤늦게 지난 1일부터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날 영업 마감시간 이후 인출된 92억과 50억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대검중수부는 부정 인출의혹이 있는 35000여개의 계좌 예금주 가운데, 불법행위 가능성이 큰 거액 예금주 22명의 신원을 1차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검중수부는 부산, 대전 저축은행 등의 부정인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40명의 수사진을 은행 소재지로 급파한 상태다.
특혜 인출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은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기 전날인 지난 2월 16일, 영업마감시간 이후 예금보장한도인 원리금 5천만원 이상을 찾아갔으며, 총 인출금액은 5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공장, 영세 상인 등 서민들의 피해는 당사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지만, 일명 VIP라고 불리며 사전에 특혜 인출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아직 명단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로 구성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300여 명은 2일 오후,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검중수부에 철저한 조사와 사전인출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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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주 부산저축은행비대위 위원장은 “비대위는 특혜인출 의혹에 대해 이미 2월 18일 경찰서에 신고하고, 당일 CCTV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개인영업소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금감원과 에금보험공사 직원들에게는 ‘우리 업무와 틀리니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 위원장은 “검찰은 VIP 사전인출 명단을 공개하고, 명단에 정관계 및 금융인사가 포함되거 있다면 법으로써 엄중히 다스리고 재산 역시 환수해야 할 것”이라며 △VIP사전인출 명단 공개 △사전 특혜에 정관계 인사가 포함되어 있는지 철저한 조사 △권혁세 금감원장 사퇴 △사전인출 특혜 대상자들의 모든 재산 환수조치 등을 요구했다.
한편 비대위는 이날 대검찰청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부산저축은행 임직원, 사전인출 대상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특혜인출 인물 면죄부 논란...서민들만 부실 책임 떠 안아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저축은행이 사상 최대인 7조원대의 금융범죄 혐의로 피소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부동산 시행사업을 위한 120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5개 계열은행에서 총 4조 5942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실질적인 페이퍼컴퍼니지만, 영업직원을 통해 관리하며 대주주와 무관한 독립사업체인 것처럼 위장하고 불법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개 항목 7조 6579억원의 불법대출 및 분식회계, 횡령등도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검중수부는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영호 회장 등 대주주와 임원 10명을 구속기소하고, 그 외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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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자의 확산과 저축은행의 불법비리와 사전특혜 인출 등이 드러나는 등 저축은행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부산지역의원 18명 전원을 포함해 21명의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해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개정안은 저축은행의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예금은 5000만원까지 보장되고, 후순위 채권은 보상대상이 아니지만,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5000만원이 넘는 예금과 후순위 채권까지 금액에 관계없이 보장받게 된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당으로부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도덕적 해이의 발생과 함께 예금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며, 저축은행만 전액 보장된다는 것에서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지역 민심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개정안이 실질적인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 정책인지에 대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특혜 인출의혹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예금자에 대한 보장이 이뤄질 경우 사후 특혜 의혹 인물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VIP들은 이미 돈을 빼갔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모든 부실의 책임이 서민들에게만 떠 넘겨진 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부가 부실 저축은행들을 매각할 계획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어떤 방식이든 공적자금이 투여될 수밖에 없는 저축은행의 부실을 정리한 후 매각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거대한 공적자금 투입 후 회생 그리고, 매각이라는 반복된 금융위기 처리방식이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손실의 사회화' 문제인데, 금융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정리해주고 매각하는 것 자체가 특혜이며, 금융위기를 반복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의 금융규제완화 정책, 이 속에서 부실과 비리로 규모만 키워 온 저축은행,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부실, 이자율만 쫓은 예금자들의 부주의로 빚어진 저축은행 사태. 이 문제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도 더 큰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해법이 금융통제와 구조의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